우리는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2020년의 페스티벌

글 입력 2020.10.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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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9년. 수많은 메이저 페스티벌들이 낸 취소와 공연 펑크 사태를 지켜보던 나는 몰랐다. 그보다 많은 공연 취소의 현장을 이렇 게나 빠른 시일 내에 보게 될지.

 

코로나19가 문화 예술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이제는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많은 실험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페스티벌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가장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많은 관객이 자유롭게 무대를 이동하며 즐기고, 관객의 밀집도도 상당히 높은 페스티벌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구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는 거의 대부분의 페스티벌들이 오프라인 공연을 포기했다.

 

 


채팅장으로 보내는 함성: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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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전면 온라인 공연을 선택하였다. 원래는 코로나19 극복에 힘쓴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을 초청하여 온 오프라인 콘서트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행사 준비 기간동안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지 않아서인지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하였다. 기간 역시 매년 유지해오던 8월에서 10월로 미뤄져 진행되었다. 공연은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무료로 송출되는 형식이었다.

 

10월의 펜타포트는 조금은 어색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잔디밭에서 살수차의 물을 맞아가며 즐기던 관객들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무대가 끝나고 환호성을 지르는 소리도 함께 사라졌다. 작년엔 에어컨이 틀어진 컨테이너와 대형 그늘막이 필요할 정도로 강렬한 더위 속에서 공연을 봤었는데, 지금 공연을 보고 있는 집 바깥은 초겨울 날씨였다. 맨투맨에 털 실내화까지 꺼내 신은 채로 공연을 보는데, 괜히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보고 싶었던 아티스트가 있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연이 있어서 괜찮았다. 환호성의 빈자리는 대형 스크린의 채팅창이 메웠는데, 나름대로 새롭고 재밌었던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의 묘미는 다 함께 뛰쳐나와 즐기는, 자유롭고 열정적인 분위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순 없다. 당연히 함께 볼 관객도, 스피커를 집어먹은 듯한 울림도, 맥주와 음식을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도 없이 페스티벌의 즐거움이 완성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무대와 채팅창의 지연속도만큼 떨어져 있다는 감각이 여전히 느껴졌다. 그래도 2020년에도 페스티벌은 있던 곳에 있었고, 우리가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감염병으로 인해 오랜 지겨움과 지루함을 느꼈을 다른 관객들도 펜타포트 인스타그램 속 문장처럼 작게나마 위로를 느꼈을 것이다.

 

 


페스티벌 ‘현장‘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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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페이퍼는 매년 봄과 가을에 페스티벌을 진행해왔다. 올해에도 시기에 맞춰 오프라인 공연을 진행하려 애를 썼으나 결국 모두 무산되고 말았다. 코로나19가 진행되는 내내 몇 번의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가을에 개최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역시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시기 맞춰 10월 중순에 페스티벌을, 그것도 오프라인으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SNS를 통해 밝혔을 때도 이러한 생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굳이 큰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공연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부정적인 반응들도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관객들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공연 취소로 피로도가 많이 쌓였을 것이고, 그러한 시도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비난들을 감수하면서 진행하려는 이유를 나 역시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와 공연 취소에 대한 요구가 연일 반복되어서인지, 민트페이퍼 측에서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업계의 위기감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이로 인해 대면 공연에 대한 매뉴얼과 모범적 선례를 만들어가기 위해 철저한 방역을 바탕으로 대면 공연을 진행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 가능했지만, 구체적 대비책을 바탕으로 관객들을 설득하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올해 열리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다 쉽고 안전한 통제를 위해 장소를 킨텍스로 급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취소자가 공연을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웠다. 개최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변경사항은 납득이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관객들은 대면 공연이라는 거대한 실험에 참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공연을 즐기기 위해 페스티벌에 간다.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이더라도 대면 공연이라는 명목만 남은 공연에 참여하려는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관객들의 입장을 잘 파악하지 못한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이어지고,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많은 노력들은 지금도 수없이 시도되고 있다. 페스티벌도 언제까지나 관객들을 위한 위로로만 남을 수는 없다. 지속 가능한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개최 취소가 안타까웠다. 어쩌면 이 어려움 속에서도 페스티벌은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시도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지금처럼 우리가 서툴고 알지 못할수록 더. 2020년에 페스티벌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남겼다. 내년에는 꼭 현장의 노래가 마주 보고 울려 퍼질 수 있길.

 


[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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