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전시 - 모두들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관람견 여러분 환영합니다. 멍!
글 입력 2020.10.22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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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평소에 국립현대미술관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지라 습관처럼 피드를 내리다가 개를 위한 전시를 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을지 궁금증이 생겨 사전예약을 한 뒤 10월의 어느 일요일에 다녀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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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용 카페, 전용 운동장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람중심이었던 공간들 중 상당수가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과 같은 일련의 공적 공간에서는 예외적으로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배려가 다소 적게 묻어나고는 했다.

 

성역과도 같았던 미술관이 문화예술계에 내던질 크고 작은 파동의 양상들을 기대하며 전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관람대상을 파격적으로 전환하면서 미술관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건축, 운영, 상품개발 등 많은 요소들을 심층적으로 고려하셨다 하니 수많은 전문가분들의 노력이 담긴 본 전시를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비록 반려동물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반려의 존재가 주는 울림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타자에 대한 나의 시선이 한층 깊어지기를 바랐다.

 

이번 전시는 작가 13팀의 설치, 조각 애니메이션 등 작품 총 20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몇 개 골라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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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가서면 보이는>이다.

 

파란색과 노란색을 녹색을 섞으면 녹색이 된다는 단순한 명제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적록색맹인 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돋보인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노란색과 파란색뿐이기에 그들에게도 녹색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이해가 수반된 배려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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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데멜자 코이의 <브리더>이다.

 

<브리더>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맞춤형 애완동물을 디자인하는 브리더가 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물복지가 최선의 숙제라 내뱉으면서도 거리낌 없이 유전자 조작을 가해 맞춤형 애완동물을 설계해나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니 인간중심주의와 소비문화가 극에 다다를수록 타자의 영역에 속한 비인간들은 부당한 고통 아래 신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관점에서는 영상 속 인물들이 비인간적이며 비양심적이라 느낄지라도 패러다임은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이므로 현대사회를 살아갈 때 우리 모두 타자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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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베아테 귀트쇼의 [PN#1]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17-18세기 사실주의 풍경화의 묘사법을 재구성하기 위해 사진적 방식을 활용한다. 이상적 풍경의 구성적 원리를 따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수많은 이미지 조각들을 짜깁기하였을 뿐 아무래도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섬뜩함이 느껴졌다. 흔히들 자연경관이나 풍경화를 바라볼 때 얻게 되는 안정감 대신 낯설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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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김경재의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이다.

 

이 작품은 과거와 달리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달라짐에 따라 이에 걸맞게 재해석된 거실을 보여준다. 테이블의 눈높이에서 이 전시의 실질적인 관람주체가 ‘개’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사람의 경우 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테이블 하단에 앉거나 상단에서는 서 있어야지만 영상을 시청할 수 있어 다소 불편했다. 공간이 때로는 관계를 보여주는 도식이며 관계에 대한 이상이 공간에 구현되기에 동물들의 관점에서 반려인간으로서 나아가야할 길을 짧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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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는 권도연의 <북한산>이다.

 

북한산에서 들개는 생태학적으로 외래종으로 분류된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취급함으로써 고유종의 개채수를 일정 수준으로 보호하기 위함이다. 포획된 들개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암묵적으로 죽음뿐이므로 북한산의 개들은 인간과 함께 한 공간에 살면서도 실은 함께 살지 못한다. 작품을 바라볼수록 마음이 불편한 이 감정이 낯설지 않은 현실이 슬펐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이 직시해야 할 오늘날 곳곳의 타자들이 체감하는 햇볕이 미처 닫지 못하는 소외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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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는 정연두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이다.

 

인류를 구한 영웅견의 군상을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로 만들어 함께 공감하고자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전염병의 위기가 동물로부터 왔지만 결국 동물이 인류를 구한다는 작품 내 역설적 병치는 앞으로도 인류와 동물이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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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야외에 설치된 <개의 꿈>이다.

 

미술관마당 앞에는 도그 어질리티 경기에 사용되는 오브제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추상적인 조형물들이 펼쳐져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언젠가 지금보다 반려동물이 삶 안에 더 깊이 스며들었을 때 마주하게 될 숲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본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작품을 관람하는 동선이 다소 불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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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을 꼬이게 한 문제의 미디어 아트 작품

 

 

반려견 동반관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요일에 방문해서 그런지 미술관 안에 출입문이나 계단 통로를 막아놓은 곳이 많았다. 그래서 특정 작품의 경우 아예 미술관 밖에 나가 우회해야지만 볼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마지막에는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사람과 동물 모두 온전히 즐기는 전시가 꾸려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보다 극도의 섬세함과 치밀함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모토인 “모두를 위한 미술관”에서 모두의 범주에 반려동물을 포함시키는 파격을 보여준 성용희 큐레이터님을 포함한 여러 미술관 관계자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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