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가 슬럼프를 겪을 때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10.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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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이미지 (출처: 디즈니)

 


나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취미로 작곡을 한다. 내 핸드폰에는 수많은 음성 녹음이 담겨 있는데, 이것은 내가 갑자기 찾아온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붙잡은 흔적이다.

 

어떤 것은 단 5초밖에 되지 않으며, 어떤 것은 5분이 넘기도 한다. 단 5초밖에 되지 않는 것은 그 정도 길이의 짧은 멜로디가 떠올랐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그다음 이어지는 멜로디가 떠오르지도 않을뿐더러 지금 빨리 녹음해 두지 않는다면 그것을 까먹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쉬운 대로 5초짜리라도 녹음해 둔 것이다. 그리고 5분이 넘는 것은 그 짧은 멜로디에서 이어지는 멜로디가 떠올라서 길어진 것도 있고, 처음부터 완성된 곡이 떠올라서 길게 녹음할 수 있었던 것도 있다.

 

이렇게 10년 동안 모은 음성녹음이 벌써 번호가 오백이 넘어가는데 완성된 곡은 약 20곡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백이 넘는 아이디어 중 괜찮은 아이디어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성된 곡 중에서도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은 4곡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나는 이것이 너무 억울해서 소리를 질렀다.


“왜 좋은 아이디어는 착 착 떠오르지 않는 거야!”


이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너에게 아이디어를 주는 요정이 게을러서 좋은 아이디어를 주지 않은 거야.”

 

 


 

 

아이디어 주는 요정 ‘지니어스’



위에서 첨부된 테드 강연에서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을 ‘지니어스’라는 요정이 도움을 주는 것에 비유하였다. 나는 이와 같은 비유가 너무나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장난꾸러기 같은 요정은 시도 때도 없이, 심지어 내가 수업을 듣고 있을 때도 찾아와서 무시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던져 주고 간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얼른 받아내지 않으면 도로 가져가 버린다. 가끔씩 얼른 받아내지 않아도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는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는데, 내 상상을 조금 보태자면 그건 아마 그 아이디어가 너무 무거워서 요정이 도로 들고 갈 수 없는 것이다.




‘지니어스’ 활용법



하지만 지니어스가 가져다준 아이디어를 그저 아이디어인 상태로 놔두면 그것은 절대 창작이 될 수 없다. 그저 핸드폰 속의 5초짜리 음성녹음으로만 남게 될 뿐이다. 이 5초짜리 음성녹음을 완성된 곡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한 손에는 지니어스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내 이성을 붙잡으며 둘 다 놓치지 않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성과 무의식이 합을 이루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그 여러 난관 중 하나인 무기력감에 관해 이야기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겪은 것 중 가장 큰 예술적 성공에 이르고 난 예술가들은 그다음 그와 같은 예술적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에 대해 걱정하게 된다.

 

당연히 그러한 큰 예술적 성공은 매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는 그때 만큼의 아이디어를 얻지 못해 무기력해진다. 이것은 이미 성공에 도달한 예술가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초보 예술가들에게도 포함되는 일이다.


길버트는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디어 요정인 ‘지니어스’에게 탓을 돌려버리며 무기력감에서 빠져나올 것을 제안하였다. 내가 만약 성공하지 못해도 그것은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닌, 내 지니어스 요정이 게으를 뿐이다.




노력하되, 나를 탓하지 말자.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이 강연은 내 마음속 짐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이 강연을 본 이후부터 나는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하여, 내가 지금 예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지니어스가 예고 없이 찾아왔을 때, 그 손을 제대로 틀어잡고 창작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창작 중 슬럼프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예술가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지금 당신은 아이디어 요정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에요. 우울해하지 말아요.”

 

 

[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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