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정말 균형적입니까? - 영화 '뮌헨'

영화의 단상 - <뮌헨>(스티븐 스필버그, 2005)
글 입력 2020.10.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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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편견이 적중하는 때도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스티븐 스필버그, 2005)이 그러했다. 영화 평점 사이트들 속 <뮌헨>에 달린 코멘트들은 이 영화가 ‘나름’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노력을 지지한다. 이들은 영화에서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를 대변하는 시선이 종종 등장함과 극 중 주인공 아브너(에릭 바나)와 알리(오마르 메트왈리)의 대화 정도를 근거로 삼는다. 영화를 보기 전 나는 이러한 반응들에 의문이 생겼다. 과연 균형이  가능한가. 감독의 인종적 배경을 고려한 부끄러운 편견임을 인정하더라도, ‘균형’은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상이다. 아무리 관찰자 위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음악을 없애고 다층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관객이 유기체인 이상 한 가지 관점을 택하기 마련이다. ‘균형적인 영화’라는 명제는 어쩌면 제작자가 혹은 관객이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수사에 가깝다.

 

다시 <뮌헨>과 영화를 옹호하는 코멘트들로 돌아오자. 이 영화에 균형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아니, 애초에 <뮌헨>은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먼저, 영화 러닝타임의 절대적 시간 배분은 주로 아브너에게 집중되어 있다. 카메라는 아브너를 비추거나, 아브너의 시점을 대신하거나, 아브너의 대화 상대를 보여줄 뿐이다. 물론, 아브너가 곧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상징이라고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복기해야 할 점은 이 영화의 시선은 분명 이스라엘인이 점유하다시피 하며 거기에는 어쩔 수 없이 시오니즘이 배어 있다는 사실이다.

 

<뮌헨>에서 아브너를 움직이게 하는 구심력도 시오니즘이다. <뮌헨>은 올림픽 선수촌 학살 장면을 서두에 제시함으로써 디제시스 상의 갈등뿐만 아니라 유대-아랍 갈등 전체의 책임을 아랍의 테러로 축소한 채 극을 시작한다. 선수촌에 들이닥친 테러리스트, 숙소의 시체, 인질이 모두 사살되었다는 뉴스, 그 뉴스를 보며 눈물이 찬 대프너(아예렛 주러)의 얼굴을 보여주고 나서야 오프닝이 끝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시오니즘적 관점을 대전제로 상정하며 관객에게 세뇌하다시피 주입하고, 이후 극의 후반부에 다다를 때까지 관객은 이러한 영화의 일방적 시각에 의심을 품기 어렵다.

 

 

뮌헨1.jpg

 

 

비단 서사 전개만이 아니라, 영화 속 적대세력을 묘사하는 방식도 여하다. 타겟이 가족과 살갑게 지내거나,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등의 (테러리스트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모습도 결국은 아브너와 팀의 미행 중 관점으로 관객에게 소개된다. 주어진 명령에 충실하게 복무하던 아브너는 타겟을 살해하면서 찜찜해 하지만 오히려 관객은 그런 정념을 면밀히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영화가 이런 순간마다 첩보 영화의 장르적 장치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아브너 팀이 타겟에 접근하면 영화는 사운드를 고조시키고 임무 달성에 방해 요소를 스크린에 살짝 노출한다. 이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임무 성공 여부와 아브너의 안전에 모든 감각을 동원한다. 임무 시퀀스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 속에 PLO는 주인공이 제거해야 할 적으로만 인지된다. 타겟 제거 후에도 혹여 가족에게 보복이 가지는 않을까 등의 걱정으로 윤리적 의구심이 싹틀 여지를 없앤다. '이 복수극은 과연 마땅한가', '윤리적 정언명령에 따르는 임무인가' 등의 본질적 당위성을 타진하는 질문은 영화에서 용인되지 않는다.

 

이 글이 <뮌헨>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뮌헨 참사의 테러 행위를 옹호하는 글로 곡해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사정이 있다고, 역사적 맥락이 존재한다는 연유로 악행과 복수가 성립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우리는 영화에 가짜 균형을 함부로 오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감독이 알리의 입을 빌려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짧게 구술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는 균형적이라는 수사를 획득한다. 이는 우리가 팔레스타인・아랍에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 이스라엘・유대에 가지는 그것보다 한참 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전과 달리 0에서 1로 일부를 할애함은 특기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99가 버티는 한 균형은 이루어질 수 없다. <뮌헨>이 그러하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에릭 바나, 다니엘 크레이그 등

장르: 드라마

수상: 78회 아카데미(2006)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음악상, 편집상 노미네이트

 

 



[김태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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