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가짜 사나이 중 진짜 되기 [TV/예능]

군대 컨텐츠의 재생산과 논란의 재생산 가운데서 살펴보기
글 입력 2020.10.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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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짜 사나이에 교관으로 출연한 이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이며, 사람들은 왜 그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일까.

 

이씨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군인이다. UDT 복무 후 민간군사기업 무사트에 전무 이사로 재직하고 유튜브 가짜 사나이에 출연하여 특유의 한국어 발음과 직설적인 언행, 엄격한 군인의 모습 등을 무기로 팬 층을 확보하였다. 유튜브 출연 이후 각종 지상파 예능과 광고에 출연하며 군대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한번쯤 티비에서 보게 되는 셀럽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유명세도 잠시 200만원 채무 논란과 성추행 가해 논란 등 끊임없는 논란 속의 중심이 되었다. 나는 평소 군인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지만, 평소 즐겨먹던 롯데리아와 같은 식품 기업에서 ‘군대리아’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만큼 큰 유행을 이끈 ‘가짜 사나이’와 이씨의 모습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도대체 가짜 사나이의 어떤 점이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일까?

 

‘가짜 사나이’는 지상파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패러디한 영상 콘텐츠로 인터넷 방송인들이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 과정을 체험하며 각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 시리즈이다. 인터넷 방송인들 뿐만 아니라 운동선수나 배우 등의 유명인이 출연하고 있으며 20여개의 대기업들이 협찬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재 큰 인기를 끄는 유튜브 컨텐츠이다. 그러나 이런 군대 컨텐츠는 늘 그렇듯이 두개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첫 번째는 진실성 관련 논란이다. 이 프로그램 속 훈련이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실제 남성들의 군대 훈련과 얼마나 유사 한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늘 유튜브 댓글을 뜨겁게 달군다. 두 번째는 가학성 관련 논란이다. 본 프로그램 속 일명 ‘매운 맛’이라 불리는 각 교관들이 교육생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 과정에서 욕설이나 인격모독 등의 문제는 결국 가학성 조장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군대 포르노’라는 원색적인 논란 또한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왜 군대 컨텐츠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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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나이 컨텐츠가 포함 되어 있는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채널

 

 

영상 속 교육생들이 받는 훈련은 꽤나 가혹하다. 몇몇의 교육생은 견디지 못하고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컨텐츠의 진정성은 결국 훈련생의 눈물에서 나온다. 그들이 눈물을 흘린 만큼, 땀을 쏟는 만큼, 교육관에게 깨지는 만큼 시청자에게는 진정성과 가학성을 동시 전달해준다. 두개의 모순적인 의미는 결국 포기하고 싶을 만한 고통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시청하는 시청자는 집에서, 전혀 그런 고통을 겪지 않으면서, 어쩌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지켜본다.

 

이 컨텐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포기하지 않게 된다고, 한계나 불가능이란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그러나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 도중에 멈추는 것,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고 솔직히 외치는 것을 제지하는 현상이 과연 우리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인 것일까? ‘인대가 파열되더라도 가도록 해, 눈물이 앞을 가려도 멈추지 마, 넌 이걸 못하는게 아니야, 안 하는 거지. 너의 한계를 시험하도록 해’라고 끊임없이 외치는것은 불가능함을 이기게 하는 긍정적인 힘이 아니다. 사람을 마모되게 만들고 끝없이 실패 없는 도전만을 실행하길 강요한다. 그렇다면 실패해버린 도전의 의미는 무엇인가? 안되면 물러나고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보거나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이 적당함을 배우는 방법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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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존재가 아니듯 가끔씩은 타인의 도움으로 살아가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비록 총탄이 날아다니고 동료가 죽는 전쟁 현장이 아니더라도, 늘 각자의 전쟁같은 삶에선 결국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것이다.

 

직접적으로 가혹한 훈련을 겪지 않는 시청자 또한 이러한 컨텐츠를 시청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타인의 노력을 의심하고 실패를 비난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자신의 실패나 성공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과연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인가? 노력했음에도 안된다면 난 정말 실패자가 아닌가? 등의 자기 존재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하고 검열하는 행동들 모두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특히 경쟁으로 가열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성공 만능주의적인 담론은 결국 성공과 실패 두 부류로 분류하고 일부분의 실패와 개인의 실패가 개인의 능력치로 평가받게 만들고 또다시 도태되지 않게 서로를 경쟁 속으로 밀어 넣게 만든다.

 

결국 표면적으론 군대 컨텐츠이지만, 들여다보면 단순한 군대이야기가 아니다. 이 안에는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적응한 사람과 적응하지 못한 사람,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 사람, 군대를 간 사람과 가지 않은 (못한) 사람들로 끊임없이 이분화시키고 갈등을 조장한다.

 

 

우리는 도대체 왜,

군대 컨텐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막상 군대를 다녀온 지인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말단 이등병 이었을 땐 견디기 어렵다. 탈영하고 싶다. 적응하지 못하겠다. 인격 모독도 심심치 않다. 하지만 제대 즈음엔 살만 하다.

 

위계화되고 수직적인 군대 문화가 단순히 재미로만 소비되기엔 얼마나 많은 위험들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결국 재밌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높은 계급에 앉아 있는 사람, 명령을 내리는 사람, 그리고 이와 관계 없이 지켜보는 사람들 뿐이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누가 앉아야 타당한 것일까.

 

많은 물음을 남기는 가짜 사나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지금, 과연 전처럼 아무 문제 없이 즐길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과연 엄격함과 청렴한 군인의 표상이었던 이씨와 교관 정씨가 각각 성추행과 불법퇴폐업소 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지금 가짜 사나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짜’의 당위성이나 의미가 무엇일까 의심이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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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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