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과 삶의 균형, 자신다운 삶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알려주는 것들
글 입력 2020.10.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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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비롯해 여러 채널에서 영상이 쏟아져내리는 요즘 시대에 볼거리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관에서 티켓팅을 하고 매달 나오는 신작 영화들이 그 달의 큰 이슈였던 기억이 있던 것을 떠올려본다. 그런 때를 추억하고 싶은 것일까. 요즘은 나온지 꽤 시간이 흐른 영화들을 다시 한번 꺼내보며 예전의 감상 위에 새로운 감상을 덧입혀보곤 한다.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감상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시야와 합쳐지며 시대를 아우르는 묘한 여운이 남기에 최근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오늘은 그 영화들 중 하나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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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데이빗 프랭클, 2006)라는 영화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를 본 적이 없어도 새빨간 스켈레톤 하이힐에 악마의 삼지창과 꼬리모양으로 디자인 된 포스터의 이미지는 기억 속 어딘가에 강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사실 나에게 있어 이 영화는 제목과 포스터가 주는 인상 때문인지, 명품 패션 얘기를 하는 '그저 그런'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눈길은 가지만 어쩐지 2시간 동안 관람해보고 싶지 않은 영화로 기억한다.

 

최근에 들어서야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이유는 극 중 주연인 앤 헤서웨이의 출연작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나의 선입견과 달리 기대 이상으로 많은 메시지를 남기고 간 영화가 되었다. 특히나, 2020년을 살아가는 청년들과 여성들에게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며 든 생각이었다.

 

 

 

1. 'HIGH'라고 불리는 가치들의 특수성과 보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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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된 줄거리는 주인공 앤디(앤 헤서웨이)가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패션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비서로 취직하며 벌어지는 사건들과 감정에 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영화의 모토가 된 잡지는 VOGUE로, 실제 미국 보그 편집장이 미란다의 모델이었다.)

 

앤디는 명석한 머리와 글솜씨를 가지고 있는 똑부러진 여성상으로 등장한다.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던 앤디는 자신의 '한 때 경험'과 '이력'만을 목적으로 패션지 비서직을 선택한다.

 

패션과 유행의 선두주자로서 가장 빠르게 하이패션을 제시하는 잡지의 특성 상, 모든 직원들의 패션이 화려하고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줄줄 꿰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미란다와 출장을 가면 누구나 다 아는 명품 브랜드들의 작품같은 제품들이 줄줄이 선물로 도착하고, 잡지사로 연락이 오는 브랜드들 또한 모두가 알 법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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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자신만 촌스러운 패션을 입은 것 같다는 생각에 민망해하다가도, 패션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화려한 치장은 모두 헛된 것이라 여기며 자신의 편안하고 평범한 패션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슷한 색감과 디테일의 벨트 사이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논쟁을 펼치는 미란다와 직원들을 보다 웃음이 터진 앤디. 그런 앤디에게 미란다는 뭐가 웃긴지를 묻는다. 앤디는 '자신의 눈엔 같아 보인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때 미란다는 강하게 일침을 놓으며 앤디가 입은 파란색 스웨터의 색을 알고 있는지, 그 색을 제시하기 위해 패션계의 전문가들이 몇년 전에 컬렉션을 만들어 쇼를 세웠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큰 무안을 입은 앤디는 무척 분해하지만, 사실 앤디는 그 말에 담긴 미란다의 커리어에 대한 프라이드를 알고 있었다. 자신만 일에 진심이 아닌 것을 들통난 기분에 얼굴이 붉어진 것이다.

 

시각예술, 패션, 음악 등 대중과 연결된 모든 분야는 전문가의 영역이 존재한다. 그리고 패션은 그 중에서도 그 라인이 명확한 선에 속한다. 'High Fashion'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그들이 고가의,화려한 패션을 지향하기 때문이 아니라 유행을 예측하고,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과거와 겹치지 않는 새로움을 통해 주축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빚어낸 결과였다.

 

단순히 겉이 빛나기에 속에 든 실속은 없을거라 여기던 앤디는 그들의 전문성을 무시해버린 격이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패션 외에도 전문가의 영역이 대중예술과 접목될 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쉽게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지 않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전문성의 영역은 분명 특수한 분야이다. 그리고 그 '전문가'들의 안목과 노력이 담긴 연구에 의해 대중이 '보편적'이라고 느끼는 것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 보편성을 위한 근간이 되는 특수성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high'를 지향하는 예술 분야라는 것을 환기해본다.

 

 

 

2. 일과 삶의 균형, 자신다운 삶에 대하여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결말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자세한 스포일러는 생략하겠지만, 미란다와 앤디가 자신에게 가장 탁월하게 알맞는 삶을 찾고 각자의 길을 멋지게 걸어가며 마음 깊은 곳에서 은은하게 서로를 응원하는 존재가 되어준다는 것이 영화의 결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줄거리 전반에서 계속되는 앤디의 시행착오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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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던 패션지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시작하며 앤디는 자신이 몸담게 된 패션 분야에 진지하게 임해보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그때부터 브랜드들에 관심을 가져보고, 안목과 코디 센스를 기르며 직업에 걸맞는 프라이드와 에티튜드를 갖춘 사람이 되고자 한다.

 

(물론, 이 부분을 마냥 드라마틱한 긍정적 변화로만 볼 수는 없다. 페미니즘적 시야로 비판하자면 꾸밈노동이나 여성 체형에 대한 압박 등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요소들을 지적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기에 이 부분은 각자의 소신에 맡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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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미란다가 기존에 곁에 두던 비서보다 신용할 정도로 미란다의 눈에 들게 된다. 이 과정까지 이르기 위해 앤디는 친구, 애인, 가족 등 자신이 삶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관계 속 인물들 각각과 갈등을 겪게 된다. 일명 '워라밸'이라 불리는 일(work)과 삶(life)의 균형에 대한 문제가 앤디에게 직면한 것이다.

 

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미란다의 마음에 드는 비서가 될 수록, 삶에는 자연히 소홀해 지게 되고 열심히 해보고자해도 시간이나 마음을 온전히 다할 수 없어 힘겨워하는 앤디의 모습은 각자의 일을 감당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점 중 하나는 '미란다'라는 인물이 대변하는 인물상과 '앤디'가 대변하는 인물상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의 커리어에 자부심을 갖고 최대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며 삶에 충실하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둘의 차이가 있다면, 미란다는 그 워라밸의 선택지 사이에서 자신의 일을 위해 잃게되는 것들을 감수하기로 결심한 인물이었으며, 앤디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온 인물이었다.

 

앤디는 그런 미란다의 곁을 지키며 그 과정에서 미란다가 얻는 것과 잃는 것들을 지켜본다. 그리고 미란다가 그 삶에 앤디가 동행해줄 것을 원하자,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이 영화의 묘미이기에 자세한 서술은 생략한다.) 앤디가 선택한 것은 일과 삶의 균형을 최대한 맞추는 것이었다. 또한, 자신다운 삶으로 살아가는 것 안에 일이 포함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앤디의 모습은 우리에게 해방감과 더불어 큰 교훈을 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난 감상으로 '정말 의외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첫째로는 화려한 포스터와 제목에 미처 다 담기지 못했던 시사점들의 깊이에 대한 것이었고, 둘째로는 영화가 나온 당시의 내가 아닌 현재 20대 중반인 내가 이 영화를 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상자의 시야에 대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앤디가 선택한 많은 것들과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본다면 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제목 속에 감추어진 재미있고 진솔한 우리 삶의 이야기들을 발견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라게 된다. 우리 모두가 앤디와 같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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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jjun
    • 이 영화를 본 지도 오래됐는데, 이런 식으로도 볼 수 있겠군요. 간만에 다시 보고싶어졌어요.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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