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리는 축제는 항상 즐겁고 설렌다. 그중 현재 20년째 개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별한 축제가 있다. 바로, 성소수자 축제이다. 2000년에 제1회 서울 퀴어 문화축제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 전주 등 여러 지역에서 매년 축제가 열리고 있다.
퀴어축제를 경험해 보거나 간접적으로 접해본 사람들은 퀴어축제의 독특한 축제 분위기를 알 것이다. 청계천, 대학로, 서울광장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탁 트인 곳에서 프라이드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축제의 열기는 정말 뜨겁다. 모두 들떠있고 신나있으며 열정적이다.
그러나, 퀴어축제가 열릴 때쯤에는 항상 다른 것도 함께 주목받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축제에 대한 반대 집회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부족하다.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가 심한 편인 기독교 측이 축제에 항상 방문하여 혹은 곁에서 퀴어축제만큼이나 크게 반대 시위를 진행한다.
그래서 퀴어축제 주최 측은 축제를 위한 집회 신고를 하려고 며칠간 경찰서 앞에서 노숙까지 감행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대 세력에게 개최 장소를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로, 2019년 서울 퀴어축제에서는 대한애국당 태극기 부대와 새치기 및 쇠사슬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럴 정도로 서로에 대해 반감 감정이 심하며 축제의 열기 못지않게 반대 시위 간의 일종의 경쟁 또한 뜨겁다.
이런 비슷한 상황은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집회를 이용한 방해로 개막식이 1시간가량 지연되거나 축제 중 진행되는 행진 또한 미리 거리를 점령하고 있어 퍼레이드단이 30분 정도 지체 되는 일이 있다. 심지어 축제 현장에 불을 지른다고 기름을 가져왔다가 경찰에게 들켜 압수당하는 일도 있으며 장애인 참가자들의 휠체어를 넘어트리겠다고 위협하여 비장애인 참가자들이 둘러싸고 보호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주제는 무척 예민한 주제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은 각자마다 생각이 다르고 지켜온 가치관이 다르며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 과도기적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소수자와 그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찬반 여부를 떠나 이러한 반대 입장의 행동들은 마치 테러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고 지키는 것은 올바른 행위이다. 그러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비난하며 조롱하는 행위는 인권유린과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존중받길 원한다면 상대의 것 또한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이러한 것들이 사회가 아직까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해 어떠한 칼날을 들이미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예시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그들의 사랑을 포용해 줄 준비가 안 되어있으며 사실 그러할 용기도 관심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극히 치를 떨며 혐오하는 집단이 더 발생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이다.
전체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예계에서의 성소수자들은 어떠할까? 당연히 그들 중에 성소수자가 존재할 것이며 존재한다고 해서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은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히기 꺼려 하며 대중에게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는 국내 연예인 중 성소수자는 몇 명인가? 아마 1명 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커밍아웃을 한 건 2000년에 방송인 홍석천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가 아는 해외 연예인 중 성소수자는 몇 명인가? 셀 수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혀왔다.
이러한 꽉 막힌 사회적, 연예계에서의 분위기가 이 가슴 뛰게 하는 사랑을 막는 것이다. 남들은 쉬운 사랑을 그들은 몇 번을 고민하고 다짐하고 용기 내어야 할 수 있으며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굉장히 용기 낸 한 연예인이 있다. 트로트 가수 권도운은 공식적으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하였다. 데뷔 10년 만에 그는 성 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하고 연예계 커밍아웃의 지평을 열어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를 응원하며 손뼉 쳐주는 대중이 있는 반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소수도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의 대중들은 그의 개인 SNS에 방문하여 응원의 댓글을 적거나 메시지를 보내며 그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었다.
그가 커밍아웃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마 대중들에 의해 쏟아질 시선들과 그에 대한 무거운 관심들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이다. 그러나, 그는 선택의 길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당당한 길을 선택하였다.
그의 대단한 용기는 그의 바람대로 연예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그의 커밍아웃으로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과 관심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바이다. 현재는 2명뿐이지만 앞으로는 연예계에서도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으며 그것이 아무렇지 않은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오기까지의 작은 시작이 권도운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