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의 불완전을 사랑해 - 프란시스 하 [영화]

영화 <프란시스 하>, 불안한 청춘에게 보내는 위로
글 입력 2020.10.0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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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안정된 상태의 진짜 멋진 어른 같은 사람을 보면, 늘 궁금해했다. 저 사람은 날 때부터 차분했나? 태생적으로 저렇게 멋진 것이겠지? 어쩜 저렇게 완성됐을까?

 

그리고 늘 불안정한 나의 모습을 비교하며 괴로워하곤 했다.

 

 

프란시스 하 1차 포스터(프란시스&소피).jpg

 
 
 
유쾌한 흑백 다큐멘터리

 

영화 <프란시스 하>는 내가 생각하는 그 ‘불안정’이 누군가의 본질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과정’일뿐이라는 사실을, 마치 신나게 편집해놓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할 만큼 영화는 임팩트 있는 하나의 큰 갈등 요소를 다루는 대신 주인공 프란시스의 일상 속에 이어지는 일련의 갈등들을 잔잔하게 조명한다.

 

영화가 흑백으로 상영되는 이유 또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젊음의 화면에 집중하는 대신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는 인물의 내적·외적인 갈등과 방황과 줄거리에 집중하게끔 해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보인다.

 

 

 
불안정한 젊음이 다져져 완성된 안정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야 잔잔하지 프란시스에게는 잔잔한 일상 속의 그 갈등들이 전혀 잔잔하지 않다. 그녀는 대개 우리들이 젊은 날에 그러듯 관계에서도 자신의 자아실현에서도 내내 흔들리고, 실수하고, 깨지고, 뭐가 맞는지 모르는 채 자존심만 내세우기도 하고, 또 끝까지 질척거리다 거절당해 외로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젊음의 무모한 긍정과 생기만은 놓지 않는다. (자칭 타칭 mbti 미치광이(?)로서 분석해보자면 프란시스는 완전히 ENFP 재질이다.)


 

still 3.jpg

 
 
사람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끊임없이 손을 뻗고 또 끊임없이 상처 받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고…. 공감성 수치가 느껴질 만큼 애잔한 그녀의 모습은 그러나 생기가 넘쳤고 사랑스러웠고 또 궁극적으로 자신을 채워가는 과정이었다.
 
흔들리고 불안하고 불완전한 젊음이 다져져서 마침내 한층 성숙해진 프란시스의 모습은 여태껏 내가 본 ‘안정된 어른’들이 사실은 불안정으로 차곡차곡 다져진 결과물이었구나 하는 위안을 주었다.
 
 
 
공회전만 하는 것 같아도 전진하고 있다는 걸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프란시스가 보는 이에게 대리 창피함까지 주며 방황한 그 젊음은 결코 ‘삽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심금을 울렸던 한 줄 후기 중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공회전만 하는 것 같아도
전진하고 있다는 걸
[출처_다음 영화 ‘우산’님의 후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나아가거나 상승하지 못하고 그저 땅을 기는 애벌레처럼 고군분투하는 모든 청춘들이, 사실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기 위해 그렇게 기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책 <꽃들에게 희망을>이 떠오르기도 한다.
 
 
 
‘프란시스 하’, 너의 불완전을 사랑해

 

관객들은 제목의 의미를 엔딩크레딧이 오르기 직전 알아차리고 피식, 웃음 짓는다. 그녀가 자신의 이름표를 구겨 넣느라 풀네임이 어쩔 수 없이 접혀, 프란시스 하- 까지만 읽히는 것이다.

 

그 장면은 주인공 프란시스의 인생 자체를 보여주기도 한다. 무용수가 되고 싶었으나 안무가로 전향하고, 친구와 꿈같은 집에서 함께 살고 싶었으나 결국 자신만의 행복을 향해 떠나버린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행복을 빌어주게 되고... 그렇게 타협하고, 구겨 넣고, 조금은 포기하는 젊음.

 

그러나 불완전한 ‘프란시스 하-’ 임에도 그녀는 그 자체로 완전하다. 이미 수많은 갈등과 불안한 나날들에서 단단해진 그녀를 관객들도, 또 그녀 자신도 알기 때문이다. 또 그녀가 세상이 흔히 말하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존재만으로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86분 동안 흑백의 스크린이 다채롭게 전해주기 때문에.

 

 

still 6.jpg

프란시스 하, 너의 불완전을 사랑해.
 
 
 
밝은 전망의 청춘

 

갖은 진상 짓과 찌질함으로 범벅된 청춘의 묘사였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은 이유는 통통 튀고 발랄한 청춘의 묘사와 또 앞으로 프란시스에게 펼쳐질 밝은 앞날의 암시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함께 간 지인은 영화관을 나서며 프란시스의 앞날이 따뜻할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뿐 아니라 영화관을 나서는 젊은 우리의 앞날도 밝아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충분히 불안하고 불완전하지만 완벽한 젊은 날을 위한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
 
프란시스 하
- Frances Ha -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그레타 거윅(프란시스)

믹키 섬너(소피), 아담 드라이버(레브)

 

장르 : 청춘 무비

개봉 : 2014년 07월 17일
재개봉 : 2020년 09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86분

 

 

[이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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