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저는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서지유입니다.

고백 ; list 3가지
글 입력 2020.09.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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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하나. 겁쟁이



위 사진은 내 방문에 붙여진 A4용지다. 겁쟁이답게 방문 바깥에 건 게 아니라 안쪽에 나만 볼 수 있게 붙여 놨다.


내 방에 들어오는 사람은 저 문구를 볼 수 없다(완전히는 아니지만). 문을 열면 벽과 맞닿아 볼 수 없고, 문을 닫으며 나가버려도 마찬가지다. 딱, 나. 서지유같이도 붙여놨더랬다.


내 인생도 딱 저렇다. 나서기를 싫어하고, 내가 다가갈지언정 남이 먼저 내게 다가오는 건 좀 그렇다. 쉽게 두려워하고, 쉽게 걱정하며 쉽게 예민해지지만, 겉으로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더라. 사람들은 내게 쿨하고 언뜻 둔하다고 말한다. 나는 남들이 날 잘 모른다고 느낄수록, 나만 아는 비밀이 많을수록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툭, 고백 하나 하고 싶다. 나의 가족, 친구, 지인, 그 누구도 내가 아트인사이트의 컬쳐리스트인지 모른다. 근 1년이 다 되어 가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건지, 못 한 건지. 둘 다인 것 같다. 그냥, 나와 또 다른 나를 따로 두고 싶어 서기 때문인 것 같다.


내 모든 걸 다 알게 된 누군가의 관심은 이젠 지쳤다. 이름 없는 가수, 이름 없는 기부자 같은 느낌. 내겐 아직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내 방 안, 눈 닿는 곳곳에 붙여진 마인드컨트롤 문장이 서지유가 겁쟁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그냥, 차라리 이게 더 행복하다. 난, 겁쟁이다.


 

 

고백 두울. 만나기까지 _about. 글



1.  

언제였더라, 초등학교 4학년쯤. 그때부터 글이란 것이 재밌어졌다. 여기엔 슬픈 일화가 하나 있다.


문화상품권 3만 원에 상장이 갖고 싶었던 어린 나는, 독서왕이 되기 위해, 눈 위를 걸어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았었다. 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나. 도서관에 가끔 신발 도둑이 출몰되니, 신발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라는 사서 선생님의 계속된 당부가 잔소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린 서지유 학생의 이상토록 찝찝했던 촉을 무시해버릴 정도로, 무심코 꺼내든 소설책은 그날따라 너무 재미있었다.

 

그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동네에서 같이 뛰놀던 아이들이 바지에 노랗게 오줌을 쌌다는’ 것을 묘사한 특정 문장 하나 때문에 미친 듯 킬킬거리며 20분을 흘려보낸 나는, 그날로 그렇게 내가 아끼고 아끼던 솜 방울이 체리처럼 달린 살구색 어그 부츠를 신발 도둑에게 도둑맞았다.


그 충격에 개학을 10일 앞둔 나는, 도서관에 가지 못했고, 독서왕은 물 건너갔더랬다. 세상 무너진 듯 오열하고 허탈해하면서도 책이란 게 재미있구나, 생애 처음으로 신선한 깨달음을 느낀 나는, 그 길로 글이란 것에 재미를 붙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받아쓰기할 때면 반의반도 맞추지 못했던 나였지만, 학생 때의 반강제적인 일기 쓰기와 독후감 쓰기에도 꽤 애정을 담기 시작했고, 국어부장도 곧잘 맡아 했다. (여담이지만, 친구들의 생일이면 편지도 세 장 이상이 기본이었다)

 

 

2.  

그러다 슬그머니 사라진 불씨에 다시 살살 부채질해 준 건, 대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 때문이었다. 졸업을 앞둔 나의 마지막 발악이라며, 발에 불이 나도록 문화예술을 누리고, 찾고, 독후감을 쓰며 악착같이 충족해야 할 포인트를 모아나갔다. (독후감은 포인트를 모으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에 눈이 떠졌다. 아름다운 것들과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내 생각을 녹여내고 다시 재생산하는 일, 다시 새롭게 뱉어내는 순환으로 행복을 느꼈다. 미술관을 찾고, 박물관을 찾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독립영화를 알게 되고, 기함을 토하고.


그러다 알게 되었다. 대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 공고가 그 전년도 것이란 것을. 이미 지난 공고 계획, 없어진 계획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날로 그렇게 나는 또 세상 무너진 듯 오열하고 허탈해했다. 해외여행을 도둑맞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건, 나는 생각을 글로 풀어 쓰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3.  

그 후 몇 달 뒤, 글을 쓰는 일은 어떤 게 있지, 찾아보다가 신문사 공고 옆에 뜬 ‘아트인사이트’라는 기업을 보았다. 이게 뭐지. 여긴 뭐지. 클릭 한 번에 처음 맞닥뜨리게 된 이 공간. 그리고 <에디터 모집> 공고. 어, 이거다.


군말할 것 없이, 생각할 겨를 없이. 바보 같지만 큰 애정을 담아 글을 써냈고, 그렇게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하게 되었다. 보통 일이 아님을 느끼고, 생각을 쥐어 짜내고, 반짝이는 커서만 수십 번 쳐다도 보고, 궁금해하고, 애정을 쏟고, 욕도 하고 자화자찬도 하고. 몇 번이고 닦아냈지만, 결국엔 딱, 서지유같이 쓰여 있는 글들을 보고, 또 서지유처럼 쓰면서 참, 행복을 느꼈다. 살아있다는 증거(?), 방점을 찍어나가는 느낌 같은 게 든다.


여전히, 그리고 아무렴 죽을 때까지 문화예술은 가까이하며 살고 싶다. 일기를 쓰고, 기록을 담고, 말과 생각을 글로 쌓아놓으면, 이것들이 미래의 나를 위한 사랑스러운 선물이 되어있진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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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세엣. 스케치북 _favorite, 기록의 쌓임.



다X소에서 적당한 스케치북을 찾았다. 쓸데없는 상상 속에서, 불이 나면 챙겨야 할 1순위가 이 스케치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느 날부터, 나는 나를 정의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무진장 깊이 생각하며 나에 대해 뒷조사를 하는 동안은, 참 피곤하게 살았다. (인생에 대해 골치 아파하고, 나를 끊임없이 적어 내려갔다) 한 번 최대치를 찍고 긴 시간 방황을 했던 덕분인지, 요샌 깊은 생각에 연연하며 살지 않게 되었다. 삶은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현재를 정의해가며 살고픈 욕심이 있었다.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날 기억하기 위해서다. 나를 정의하는 것들(좋아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스케치북 안에 수집해놓는 방법을 택해, 스케치북 하나로 나를 설명할 수 있었으면 했다. 나는 요즘 사진을 모은다. 모으다 보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고, 나와 내 주위에 애정이 쌓인다. 모든 걸 다 잃더라도 웃음을, 길을 알려줄 ‘기록의 쌓임’이 필요했기에 산 스케치북은 내게 애정 만땅 기록지이다.


행복 노트란 것도 있다. 스케치북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한 줄 일기 같은 것이다. 엔도르핀이 솟아날 때, ‘그때’를 기억하기 위해, 미래의 내게 웃음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 왼쪽엔 글, 오른쪽엔 아주아주 간단한 그림을 그려 넣는다. 색칠은 생략. 가끔 보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행복 노트다. 근데 나도 조금 어이없는 게, 거의 다 먹는 이야기다. 음식에 진심인 서지유다. (+작년부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취미가 된, ‘미술관 둘러보는 것’도 맘껏 누리고 쓰고 싶다, 어서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끝.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하며, 기고한 글과 만나고 있는 이 순간이 없었다면 많이 슬펐을 것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공간 그리고 글들과 맞닿을 수 있어서 기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는 <도토리 줍는 다람쥐>다. 그렇게 조용히, 야금야금, 진심이고 싶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인생의 사색과 응원을 좋아하고, 그저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것 하나로 야금야금 글을 쓰고, 글을 모아왔다. 편안함을 담아 글로 표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조금 겁쟁이 같고 비밀이 많은 것 같아 보여도 글에선 솔직하니, 담백하게 읽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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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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