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저는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서지유입니다.

고백 ; list 3가지
글 입력 2020.09.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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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하나. 겁쟁이



위 사진은 내 방문에 붙여진 A4용지다. 겁쟁이답게 방문 바깥에 건 게 아니라 안쪽에 나만 볼 수 있게 붙여 놨다.


내 방에 들어오는 사람은 저 문구를 볼 수 없다(완전히는 아니지만). 문을 열면 벽과 맞닿아 볼 수 없고, 문을 닫으며 나가버려도 마찬가지다. 딱, 나. 서지유같이도 붙여놨더랬다.


내 인생도 딱 저렇다. 나서기를 싫어하고, 내가 다가갈지언정 남이 먼저 내게 다가오는 건 좀 그렇다. 쉽게 두려워하고, 쉽게 걱정하며 쉽게 예민해지지만, 겉으로는 티가 잘 나지 않는다더라. 사람들은 내게 쿨하고 언뜻 둔하다고 말한다. 나는 남들이 날 잘 모른다고 느낄수록, 나만 아는 비밀이 많을수록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툭, 고백 하나 하고 싶다. 나의 가족, 친구, 지인, 그 누구도 내가 아트인사이트의 컬쳐리스트인지 모른다. 근 1년이 다 되어 가면서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건지, 못 한 건지. 둘 다인 것 같다. 그냥, 나와 또 다른 나를 따로 두고 싶어 서기 때문인 것 같다.


내 모든 걸 다 알게 된 누군가의 관심은 이젠 지쳤다. 이름 없는 가수, 이름 없는 기부자 같은 느낌. 내겐 아직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내 방 안, 눈 닿는 곳곳에 붙여진 마인드컨트롤 문장이 서지유가 겁쟁이라는 걸 증명해준다. 그냥, 차라리 이게 더 행복하다. 난, 겁쟁이다.


 

 

고백 두울. 만나기까지 _about. 글



1.  

언제였더라, 초등학교 4학년쯤. 그때부터 글이란 것이 재밌어졌다. 여기엔 슬픈 일화가 하나 있다.


문화상품권 3만 원에 상장이 갖고 싶었던 어린 나는, 독서왕이 되기 위해, 눈 위를 걸어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았었다. 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나. 도서관에 가끔 신발 도둑이 출몰되니, 신발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라는 사서 선생님의 계속된 당부가 잔소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린 서지유 학생의 이상토록 찝찝했던 촉을 무시해버릴 정도로, 무심코 꺼내든 소설책은 그날따라 너무 재미있었다.

 

그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동네에서 같이 뛰놀던 아이들이 바지에 노랗게 오줌을 쌌다는’ 것을 묘사한 특정 문장 하나 때문에 미친 듯 킬킬거리며 20분을 흘려보낸 나는, 그날로 그렇게 내가 아끼고 아끼던 솜 방울이 체리처럼 달린 살구색 어그 부츠를 신발 도둑에게 도둑맞았다.


그 충격에 개학을 10일 앞둔 나는, 도서관에 가지 못했고, 독서왕은 물 건너갔더랬다. 세상 무너진 듯 오열하고 허탈해하면서도 책이란 게 재미있구나, 생애 처음으로 신선한 깨달음을 느낀 나는, 그 길로 글이란 것에 재미를 붙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받아쓰기할 때면 반의반도 맞추지 못했던 나였지만, 학생 때의 반강제적인 일기 쓰기와 독후감 쓰기에도 꽤 애정을 담기 시작했고, 국어부장도 곧잘 맡아 했다. (여담이지만, 친구들의 생일이면 편지도 세 장 이상이 기본이었다)

 

 

2.  

그러다 슬그머니 사라진 불씨에 다시 살살 부채질해 준 건, 대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 때문이었다. 졸업을 앞둔 나의 마지막 발악이라며, 발에 불이 나도록 문화예술을 누리고, 찾고, 독후감을 쓰며 악착같이 충족해야 할 포인트를 모아나갔다. (독후감은 포인트를 모으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에 눈이 떠졌다. 아름다운 것들과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내 생각을 녹여내고 다시 재생산하는 일, 다시 새롭게 뱉어내는 순환으로 행복을 느꼈다. 미술관을 찾고, 박물관을 찾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독립영화를 알게 되고, 기함을 토하고.


그러다 알게 되었다. 대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 공고가 그 전년도 것이란 것을. 이미 지난 공고 계획, 없어진 계획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날로 그렇게 나는 또 세상 무너진 듯 오열하고 허탈해했다. 해외여행을 도둑맞았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건, 나는 생각을 글로 풀어 쓰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3.  

그 후 몇 달 뒤, 글을 쓰는 일은 어떤 게 있지, 찾아보다가 신문사 공고 옆에 뜬 ‘아트인사이트’라는 기업을 보았다. 이게 뭐지. 여긴 뭐지. 클릭 한 번에 처음 맞닥뜨리게 된 이 공간. 그리고 <에디터 모집> 공고. 어, 이거다.


군말할 것 없이, 생각할 겨를 없이. 바보 같지만 큰 애정을 담아 글을 써냈고, 그렇게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하게 되었다. 보통 일이 아님을 느끼고, 생각을 쥐어 짜내고, 반짝이는 커서만 수십 번 쳐다도 보고, 궁금해하고, 애정을 쏟고, 욕도 하고 자화자찬도 하고. 몇 번이고 닦아냈지만, 결국엔 딱, 서지유같이 쓰여 있는 글들을 보고, 또 서지유처럼 쓰면서 참, 행복을 느꼈다. 살아있다는 증거(?), 방점을 찍어나가는 느낌 같은 게 든다.


여전히, 그리고 아무렴 죽을 때까지 문화예술은 가까이하며 살고 싶다. 일기를 쓰고, 기록을 담고, 말과 생각을 글로 쌓아놓으면, 이것들이 미래의 나를 위한 사랑스러운 선물이 되어있진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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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세엣. 스케치북 _favorite, 기록의 쌓임.



다X소에서 적당한 스케치북을 찾았다. 쓸데없는 상상 속에서, 불이 나면 챙겨야 할 1순위가 이 스케치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느 날부터, 나는 나를 정의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무진장 깊이 생각하며 나에 대해 뒷조사를 하는 동안은, 참 피곤하게 살았다. (인생에 대해 골치 아파하고, 나를 끊임없이 적어 내려갔다) 한 번 최대치를 찍고 긴 시간 방황을 했던 덕분인지, 요샌 깊은 생각에 연연하며 살지 않게 되었다. 삶은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현재를 정의해가며 살고픈 욕심이 있었다.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날 기억하기 위해서다. 나를 정의하는 것들(좋아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스케치북 안에 수집해놓는 방법을 택해, 스케치북 하나로 나를 설명할 수 있었으면 했다. 나는 요즘 사진을 모은다. 모으다 보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되고, 나와 내 주위에 애정이 쌓인다. 모든 걸 다 잃더라도 웃음을, 길을 알려줄 ‘기록의 쌓임’이 필요했기에 산 스케치북은 내게 애정 만땅 기록지이다.


행복 노트란 것도 있다. 스케치북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한 줄 일기 같은 것이다. 엔도르핀이 솟아날 때, ‘그때’를 기억하기 위해, 미래의 내게 웃음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 왼쪽엔 글, 오른쪽엔 아주아주 간단한 그림을 그려 넣는다. 색칠은 생략. 가끔 보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행복 노트다. 근데 나도 조금 어이없는 게, 거의 다 먹는 이야기다. 음식에 진심인 서지유다. (+작년부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취미가 된, ‘미술관 둘러보는 것’도 맘껏 누리고 쓰고 싶다, 어서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끝.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하며, 기고한 글과 만나고 있는 이 순간이 없었다면 많이 슬펐을 것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공간 그리고 글들과 맞닿을 수 있어서 기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는 <도토리 줍는 다람쥐>다. 그렇게 조용히, 야금야금, 진심이고 싶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인생의 사색과 응원을 좋아하고, 그저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것 하나로 야금야금 글을 쓰고, 글을 모아왔다. 편안함을 담아 글로 표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조금 겁쟁이 같고 비밀이 많은 것 같아 보여도 글에선 솔직하니, 담백하게 읽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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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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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안녕하세요. 컬쳐리스트 서지유입니다.

      1년전 당시, 글을 쓰면서 그리고 지금 이 글에 머물러 있는 순간에도,
      순간과 우연과 타이밍이 때론 인생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과거의 저는 지금의 제가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있을지 몰랐을텐데
      갈피 없이 찍은 하나의 점이 선이되어 연결되고 이어진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고백 세번째의 스케치북은 잠시 먼지가 쌓인 상태지만, 행복노트는 이따금 들여다봅니다.
      대신 컴퓨터 ppt에 맘에 드는 것은 어떤 것이든 모아두며 기록해요.

      야금야금, 조용히, 제 할일 하느냐 정신없는 삶을 살고자하는 저의 꿈은 여전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한지, 어떤 분인지.
      편하게 나누고 미소짓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선정한 글입니다.

      9월의 끝자락에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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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ul
    • 2021.09.23 16: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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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안녕하세요. 에디터 강득라입니다.
      글을 읽으니 사랑스럽고, 따듯하고, 겁쟁이지만 단단한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쭉 제 자신을 외면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 자신을 마주하게 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성장하지 못한 부분을 성장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쭉 지낼 줄 알았는데... 다시 또 방황하고 있으며 자신감을 잃은 상태랍니다.
      그래도 나름 하나씩, 하나씩 이겨내고, 버텨내고 있는 중입니다.

      지유님의 글이 이런 상태의 저에게 위로가 되었나봐요. 글을 읽으면서 울컥, 눈물이 핑 -, 했거든요.
      특히 '서지유같이 쓰여 있는 글들을 보고, 또 서지유처럼 쓰면서 참, 행복을 느꼈다.'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히네요. 글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제가 글을 쓸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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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1 13: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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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ul득라님, 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제 글을 보고, 위로가 되셨다니. 뿌듯하고 정말 행복합니다.
      단단한 분인 것 같다는 말이 오히려 제게 더 큰 힘이 되어주네요'-'

      득라님께서 언젠가 마주한 본인을 사랑하신 것처럼, 지금 방황하는 과정도 같은 길로 인도해줄거라 믿어요.
      같은 고민과 같은 행복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득라님만이 표현할 수 있는 득라님만의 글, 그 유일성을 힘껏 느끼는 것도 기분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응원합니다!

      서늘해지는 가을, 건강 유의하시고, 애정과 애증 깃든 글, 우리 같이 계속 써내려가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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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하늘
    • 지유님 반갑습니다. 저는 컬쳐리스트 김재훈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정말 반갑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말은 안하지만 사실 겁이 정말 많거든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드는 게 너무 버겁고 힘들고 지치더라고요.
      과거부터 쭉 그래왔어요.
      지금도 나아졌나하면, 영 아니더라고요!
      과거엔 이런 점 때문에 오랜기간 힘들어하곤 했는데 지금은 이런 저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상태랍니다.
      난 이런 사람이구나, 사람과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인정을 하니까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난 이런 사람, 이라는 인정을 스스로 해주길 원했던 것인데 그게 너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씩 조금씩, 지유님이 이야기 하신 도토리 줍는 다람쥐처럼 천천히 사람들 사이에 녹아드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급하게 마음 먹을 필요 없고, 잘 해내지 못해도 괜찮더라고요.
      그저 어제보다 더 나았으면 되었다,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사람들을 어려워해요.
      대화 나누는 게 어색하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고 그래요.
      언제까지 그럴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저도 겁쟁이인 것처럼 살지 않을까 싶어요.
      전 제가 겁쟁이 인 게 부끄럽지 않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더 부끄럽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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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1 14: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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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하늘재훈님, 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재훈님의 댓글을 보니, 제가 글 곳곳에 '고백'이란 단어를 썼던게 표현이 아니라, 인정이었구나. 번쩍 느꼈어요.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숨통이 트이니, 글로 써내려가고 기고까지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그랬던 거구나 깨달았네요. 와..감사합니다!

      저도 천천히 조금씩 녹아들며, 저의 '길러지는 사회성'을 구경하곤 합니다. 애쓰는 제가 웃기기도 하고, 용하다 싶기도 해요. ㅎㅎ

      재훈님도 재훈님만의 속도와 걸음으로! 지금처럼 스스로에게 당당한 모습이 동기부여가 되길 응원합니다.

      서늘한 날씨, 건강 유의하세요~
      p.s) 재훈님 글의 댓글에서 재즈 플레이리스트 궁금해하셨는데, 즐겨듣는 건 없고 고루 듣지만 오늘은 'Mr Woox - Holiday Party'란 노래를 들었어요! 스윙재즈가 신나서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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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에디터 장현채입니다.

      지유님은 본인을 겁쟁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누구보다도 내면에 단단한 힘을 가진 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방문 안쪽에 붙여진 A4용지는 결코 꼭꼭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제든 세심히 관심을 기울여주는 누구에게라도 용기 있게 보여질 준비가 된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들을 수집한다'는 표현의 인상이 깊게 남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요. 저는 존재하지만 제 머리와 마음속에만 있는 것들은 표현하지 않으면 쉽게 휘발되며, 어쩌면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거든요. 그래서 글을 쓰고 완성된 원고를 보면 어떤 순간의 저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에서 안도감이 들기도 해요.

      지금이 어떤 모습이든, 어떤 모습이 되어가든 '지유님다움'으로 채워가실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물 흐르듯 엮어진 지유님의 이야기들을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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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01 14: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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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채님 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문장 하나하나, 공감되는 것들로 가득한 댓글입니다.'-' 세심한 관심과 호기심, 혹은 저를 통해 누군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제 것을 언제든지 공유할 수 있는데, 그 점을 콕 집어주셨네요.

      '영구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는 문장 너무 좋네요. '남겨두고 싶어서, 두고두고 보고싶어서,' 정도의 문장으로만 표현해왔는데, 새로운 표현을 만나게 되다니! 감사합니다.
      제 도서관에서 저의 조각조각 일부를 열람하는 누군가를 상상하게 되네요.

       현채님께서는 단어와 문장을 다채롭게 쓰시는 것 같아요. 신기하고 색다르네요! 저도 현채님다움이 담긴 글 응원하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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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
    • 안녕하세요. 에디터 백나경입니다.

      1.
      "나서기를 싫어하고, 내가 다가갈지언정 남이 먼저 내게 다가오는 건 좀 그렇다."라는 것은 상당히 신기한 성격유형인 것 같습니다. 보통 수동적이거나 소심한 사람들의 경우 나서기를 싫어하고 남이 나에게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것이 대부분인데, 글쓴이께서는 나서기는 싫어하지만 관계에서 주도권은 잡고 싶어하는 유형이신 것 같아 흥미롭네요. 상호 모순되는 성질 같은데, 혹 두 가지 경향이 충돌한 사례는 없었나요?

      2.
      그리고 대학교에서 독후감을 쓰면 해외여행을 보내준다(?)는 제도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런 제도가 존재하는 학교가 있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저희 학교는 유학가려는 학생이 많아 해외여행은커녕 교환학생도 지원해주지 않는 실정이라서 조금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전년도 모집요강이었다는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요. 안타깝지만 지유님의 흥미를 찾아내는 계기가 됐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활동이었을 거에요.

      3.
      끝으로, 인간이라면 모두 자기 자신을 정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남과 다른 나'로 정의하려고 발버둥치기도 하고, '남과 같은 나'로 정의하려고 발버둥치기도 하죠. 사유하는 존재로 태어난 것의 숙명인 듯 싶습니다. 스케치북에 본인의 정의를 적어 나가는 글쓴이처럼, 저도 저의 정의를 하나씩 추가하는 사전을 만들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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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2021.10.01 15: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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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RO나경님 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절 돌이켜 봤을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때는 먼저 다가가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나서는 걸 싫어했어요. 전자와 후자 두 경우가 서로 달라서, 오히려 충돌한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친해지고 싶었는데, 먼저 다가와 주면 너무 좋았고, 친해지고 싶지만 먼저다가오지 않으면 제가 가면 되서 오히려 더 편했어요.

       대학교 에피소드.. 내심 정말 아쉬웠지만, 이젠 추억이 되었고, 흥미를 찾았다는 것이 제겐 더 소중해져서, 나경님 말처럼 '충분'한 경험이있어요. 하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않은...ㅎ

      사유하는 존재로 태어난 것이 숙명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생각하고 씹고, 뱉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세상이 흥미있는 이유 중 하난 것 같아요.
       같은 생각을 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날씨가 서늘해지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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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__oy
    • 안녕하세요. 안지영입니다.

      지유님의 글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첫 고백부터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남들이 날 잘 모른다고 느낄수록, 나만 아는 비밀이 많을수록 안정감을 느낀다.' 이 문장을 보고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이전까지는 남들과 다른 모습 또는 어쩐지 평소의 나와 다른 모습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유님의 글 속에서 또 하나의 해답을 찾은 듯해요. 감사합니다!

      무언가 사진, 그림, 글 등 무언가 자신의 흔적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만큼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할  방법이 있을까요? 부쩍 기록하는 재미를 느낀 요즘 더 크게 와닿아요.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똑같은 하늘을 바라보아도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쓰여질 지유님의 행복 노트 속 이야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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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2021.10.01 15: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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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__oy지영님 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겁쟁이는 하늘아래 저 혼자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다행이에요'-'
      댓글의 세번째 문장에서 잠깐. 추천해주고픈, 전에 피드백 글로 함께 선정되었던 좋은 글이 있어서 찾아서 보다가, 지영님이 기고하신 글이라는 걸 발견했네요.^^(부캐에 관한 글이요!) 다시 한번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덕분에 글도 다시보고, 댓글도 봐서 좋네요!

      또 하나의 해답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반가운 마음에라도 뭐 좀 더 드리고 싶은데...(뒤적)

      -
      맞아요. 가만히 있다가도 불쑥 튀어나오는 -마음에 새겨진 -기억이나, 저를 기억하는 타인 것이 아니고는, 기록 말고는 기억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도 달라져서, 어떨 때는 내가 같은 걸 본 게 맞나 싶을때도 종종 있었던게 생각나네요.

      지영님의 기록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언제 한번, 꺼내놓고 싶다면 글로도 기고해주세요!

      기록하는 재미 속에서 좋은 사람, 좋은 감정, 좋은 장소가 함께 하길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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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지날
    • 안녕하세요! 23기 에디터 박대현입니다

      예전에 댓글 피드백 모임에서 서지유 님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인연인지 또 피드백 모임에서 뵙게 됐네요 :)

      지유 님의 글은 그 어떤 글보다도 부드럽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평소에 진짜 많이 읽으시나봐요! 이 글을 자기소개서로 그대로 내도 인사담당자가 바로 뽑아줄 것 같습니다 ㅎㅎ

      저는 제 글을 퇴고를 위해 다시 읽어보는 순간을 제일 싫어합니다. 벗겨진 느낌이랄까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단점이 계속 발견되어서,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누구나 다 남에게 그닥 드러나보이고 싶지 않은 면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텐데, 지유 님은 그런 면도 자신의 일부분이라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문화예술을,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잘 모르는' 상태가 아마 지유 님의 글을 더 풍요롭게 하는 요인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모든 사람의 글 스타일이 다 같은 것만큼 삭막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유 님의 글에는 개성이 잘 녹아들어가 있어 읽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줍니다.

      사실 지난 <Project 당신> 인터뷰 문화초대 안내를 받았을 때, 지유 님과 인터뷰를 하고 싶었을 정도로 지난번 읽은 글이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겁쟁이'인지라, 고민만 거듭하다 실천에 옮기지 못했네요. 제가 싫어하는 또 하나의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다음 번에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그때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 써 주세요!

      박대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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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2021.10.02 20: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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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지날대현님 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저도 다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취준생인지라 떡하니 원하는 곳에 한번에 입사하는 발칙한 상상해보았네요 ㅋㅋ

      [project 당신]이란 배너가 내포하는 솔직함과 당시 저를 함축하는 '겁쟁이'란 단어가, 시기와 맞아떨어져서 받아들이는 저의 모습이 좀 더 부각이 되었을 뿐이지, 사실은 저도 여타의 다른것들을 많이 숨기고 있는 중입니다ㅎ

      잘 모르는 상태가 더 풍요로운 것이라는 말씀에, 폭풍끄덕였어요. 이따금 타인의 삶이 궁금하고, 다양한 직업군들이 궁금했고, 그간 저를 흔들었던 요인은 '궁금함'이었단 사실에 '아,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것에 흥미가 돋았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네요.

      개성과 편안함을 느끼셔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감사드리고요.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D

      <시가 인생을 가르쳐준다>리뷰 건이죠? 깊게 우려낸 문장에 짧게 만들기까지 과정은 길었기에 제겐 색다른 도전이었는데, 인터뷰도 또다른 시도기에,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대현님의 글도 앞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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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린안경
    • 에디터 노상원입니다. 반갑습니다!

      글머리에 넣어주신 에디터님의 방문 안쪽에 붙은 문구에 관한 짤막한 에피소드가 읽는 입장에서 계속 글을 읽게 견인하는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습니다. 에디터님 개인이 어떤 분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접한 덕에 이 글을 에디터 님의 방문 아래 틈으로 살짝 삐져 나온 메모지 위에 써진 글이라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소설에 푹 빠져 독서에 몰두한 사이 부츠를 도둑 맞았다는 에피소드가 참 귀여워요. 새로운 인생의 취미를 찾은 순간 잃어버린 것이 다른 것도 아닌 신발이라는 사실이 절묘하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전년도 해외여행 공고를 잘못보고 독후감 쓰기에 몰두했다는 식의 서술이 아니라 졸업을 앞둔 시점 해외여행 공고를 본 것이 온갖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나, 알고보니 그 공고는 작년 것이었다는 식으로 중요한 사실을 뒷부분에 밝히는 방식의 서술도 좋았습니다.

      좋은 작가는 모두 좋은 독자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떻게 글을 읽는 일에 푹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사적인 계기와 그것들이 어떻게 글쓰기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써주신 것 같아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가볍게 끄적이는 일기보다는 살짝 무겁고, 개인사의 엄정한 기록지라고 하기에는 가벼운 스케치북의 무게감이 참 맘에 듭니다. 본인이 무언가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일을 도토리 줍는 다람쥐에 빗대신 것도 기록지로서 스케치북의 성격이 도토리를 손바닥에 올려 놓았을 때의 가볍지만 분명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감각과 닮아 있어서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아트인사이트에서 지유님의 도토리를 많이 많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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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그라미
    • 2021.10.02 20: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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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린안경상원님 안녕하세요, 서지유입니다.

      에피소드를 적어내려가면서, 아쉬웠던 부분의 강조보다는 새로운 취미와 계기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것에 포커스를 두었는데, 그 점 캐치해 주셔서 뿌듯하네요.
       아끼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 그 때 그 부츠가 (기억상)생애 처음이었을거에요. 속상했던 만큼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서 글을 만나는 계기가 더욱 증폭된 것 같아요. 웃픈 이야기..ㅎ

       상원님의 댓글 한문장 한문장이 제 글을 알아주고,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

      '손바닥에 올려진 도토리같다'는 글의 무게감에 대한 상원님의 말이 제게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글과 저 자신에 대한 말과도 같아요. 감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토리 공유ㅋㅋㅋ 제가 그간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했던 행위와 저만의 인사이트를 '도토리를 공유했다'고 표현하니 꽤나 성실히 움직이는 다람쥐같이 살았구나 웃음이 번지네요.

      정말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상원님의 글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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