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 반전주의자

이 시대의 평화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9.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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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4759.JPG

 한승민(Han SeungMin)

반전주의자(Pacifist)

2020

캔버스에 유화 (Oil on Canvas)

100*81(cm)

Korea

 

 

<세부 사진>

 

세부2.jpg

 

war 세부.jpg

 

세부.jpg

 

 

그림 속엔 다양한 인간상이 나옵니다.

 

성직자, 군인, 신사와 숙녀, 아이 등이 보입니다. 다양한 시대의 복식을 입은 사람들은 표정없이 나누어져 누워있습니다. 우린 그들을 실감할 수 없습니다. 마치 유니세프의 광고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처럼요. 분명한 것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관처럼 보이는 그곳에 누워있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

 

전쟁이란 늘 저를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끌어간 매개체입니다.

 

전쟁화, 당시에 만들어진 음악, 글 등을 보고 듣고 연구하며 시작된 전쟁사에 대한 관심은 다큐멘터리, 영화, 책, 프로그램 등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작품이 좁혀준 시간차를 뛰어넘어 그 시대 사람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마치 미지에 세계를 엿보는 것과 같아 매력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전 어찌 되었든 '평화시대'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이름 하야 곱게 큰 세대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한동안 전쟁의 포화에 집중해 살았을까요, 이상하게도 길가에서 웃으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낯선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는 다른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습니다. 사과가 5개 담긴 비닐을 들고 집에 가는 사람도 보입니다. 대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귀걸이를 쇼핑하고, PC방으로 향합니다. 그 모든 장면이 느리고, 낯설고, TV 화면처럼 보였다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전 엄청난 의문이 생겼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다니, 내 옆의 개천에 시체가 떠내려오지 않고, 아이들이 포댓자루로 만든 옷 대신 공주드레스를 입고 웃고 있을 수 있다니. 사람들이 사과를 무려 5개씩 살 수 있다니. 햇빛은 시체 위의 파리나, 불타는 황무지를 비추는 대신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춘다니. 정말 평화로워 보이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전쟁을 빼곤 역사를 논할 수 없습니다. 한국 역시 수많은 전쟁을 거쳤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내 뿌리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관심일 수도 있습니다. 식민지와 6.25전쟁, 민주화운동을 거친 우리의 윗세대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고요. 그 시대를 살아보니 정말 평화의 가치를 깨달았느냐고, 그 시대를 거친 당신들의 눈에 지금의 시대가 평화로워 보이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그 수많은 희생으로 깨닫게 된 평화의 가치는 여전히 허상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포탄이 터지고, 사람의 팔다리가 날아다니는 것은 전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러나 전쟁은 형태와 방법을 바꿨을 뿐이지 끊임없는 희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는 혐오, 끊이지 않는 편 나누기, 거짓말과 거짓말과 거짓말들.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전쟁의 모퉁이 만이라도 그려내 보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전부는 그저 싸우고 욕심내지 않는 것이 다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나누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까요.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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