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만화 속 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 지금, 만화 6호 [도서]

글 입력 2020.09.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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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살면서 재난은 사뭇 먼일처럼 느껴졌다.

 

재난 영화에 나오는 국가적 비상사태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름철 폭우나 태풍 피해, 가을철 산불을 제외하곤 자연재해와는 특히나 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옆 나라 일본이 자연재해가 워낙 자주 발생하는 곳이라 상대적으로 덜 위험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얼룩진 2020년 지금, 우리는 전 세계를 막론하고 이 거대한 질병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 만화>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발간한 만화 잡지다. 재난 만화 특집으로 이루어진 <지금, 만화> 6호는 다양한 재난 만화를 분석하고, 현재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재해석하기도 한다.

 

재난은 피해가 난 사회적 사건을 통칭해 일컫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재난에도 종류가 있었다. 재난은 크게 둘로 구분하면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뉜다. 자연재난은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재난(태풍, 홍수, 해일, 지진 등)이며, 사회재난은 사람의 고의나 실수로 인한 재난(화재, 교통사고, 환경오염사고, 감염병, 미세먼지 등)이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편이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사회재난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재난은 문화적, 사회적 현상에 기인하기 때문에 재난 상황의 발생과 대처는 그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 수준과 이데올로기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재난 장르는 다른 장르에 비해 각 사회가 갖고 있는 특징을 보다 명확히 보여준다.”

 

- <지금, 만화> 6호 11p

 


2010년대 들어 재난을 소재로 한 이른바 ‘재난 장르’가 무수히 등장했다. 재난 장르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재난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그 사회의 원초적인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르게 말해서 그 사회가 가진 부정적인 특징들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촉진제의 역할을 한다. 재난 장르는 이데올로기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각 문화권의 문제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동안 재난 장르는 영화로만 즐겼지, 웹툰으로 접해본 적은 없었다. 혼비백산이 된 사회적 상황과 커다란 스케일, 화려한 효과를 보여주는 영화에 매혹되곤 했다. 웹툰은 아무래도 영상이라는 매체에 비해 생생함과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도 존재했다.

 

그래서 재난 만화는 영화와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다수의 인원이 나오는 게 아니라, 소수의 인원만을 남겨놓고 그들의 생존기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 방법은 개인에 집중하게 되면서 재난에 의해 변해가는 등장인물의 심리에 집중하는 효과를 준다.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 주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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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근의 <지금 우리 학교는>은 2010년대 전인 2009년에 나온 좀비물 웹툰이다. 한국만화에서 좀비물이 등장한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학교는 입시나 성적에 관한 과열된 경쟁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배경으로 등장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학교는 재난 현장으로 등장한다.

 

학생에게 너무도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이지만,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바깥에 비해서는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학교는 그저 생존해야 하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작품 말미에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아이들이 무사히 위 학년에 진학했다는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그런 큰 트라우마를 겪고도 아무 일 없던 듯이 돌아가야만 하는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국가적 재난이 아니라 소수의 인물만이 겪는 해프닝에 그치고 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웹툰 <조의 영역> - 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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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조의 영역>은 거대 물고기가 인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외형은 재난만화와 닮았지만, 그 기괴함과 섬뜩함은 공포만화를 연상케 한다. 이는 물고기가 인간화되고, 인간이 물고기화되면서 더 극대화된다.

 

어떤 이성도 없이 오직 식욕만 남아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먹는, 약육강식의 논리를 내세워 먹이사슬을 역전시킨다.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라 언제든 피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한편, 만화가 전개될수록 그 기괴함과 공포의 대상은 거대 물고기에서 인간으로 넘어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멀쩡한 사람을 죽이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모습은 거대 물고기보다 끔찍하다. 역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

 

 

 

웹툰 <스위트홈> - 김칸비·황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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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지극히 사적인 나만의 공간이다. 가장 안정적이어야 하고, 가장 안전해야 한다. 그러나 웹툰 속의 집은 ‘스위트홈’이란 제목과는 다르게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며, 떠나야만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물은 그곳을 떠날 수 없게 갇혀버렸다. 바깥세상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아파트가 식인괴물로 인해 고립된 후, 스스로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유폐시켰던 그 공간에서 주민들은 살기 위해 연대와 공존을 선택한다. 괴물은 결국 우리 안에 있는 욕망이며, 그 욕망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

 

모순적이지만, 이것이 바로 언택트 시대의 콘택트 방법이다.

 

 

*
 
지금, 만화 6호
- 재난 + 만화 -


발행처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편집인 : 《지금, 만화》 발간위원회

발간사 : 팬덤북스

분야 : 잡지

규격
170*240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0년 07월 31일

정가 : 3,000원

ISBN
977-26-3588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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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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