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정과 화합하고 싶다면 - 도서 '예술적 감정조절'

글 입력 2020.09.0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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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정조절(임상빈)_입.jpg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 조절한다고 그게 되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한껏 비뚤어진 마음이 책 표지를 보자마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감정의 역치가 높다고 할까, 그다지 감정에 휘둘린 적도 없고, 열이 받거나 우울해도 알아서 풀어져라 하고 내버려두는 감정 방관론자인 나로서는, 호감보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먼저 서게 만드는 책이었다.

감정이란 게 어떤 녀석인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가고, 속을 뒤집어놨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휘파람을 불게 만드는 변화무쌍한 녀석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감정은 경우에 따라 ‘문제적’이기도 하고, 때론 ‘예술적’이라 말한다. 그렇기에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슬기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까진 동의.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는 건데?

저자는 <이론편>에서 <음양법>에 입각한 <감정조절법>을 제시한다. 음양법의 원리를 감정현상의 특성에 맞게 분석 도구로 활용한 것인데, 음.. 쉽지 않다. 음양법 자체도 생소하고, 아리송하고 두루뭉술해서 제대로 느끼기도 어려운 감정을 형태, 상태, 방향 등의 특성으로 개념화, 시각화해야하는 시도는 낯설고 뻑뻑하다.
 
대략 하나의 감정을 분석하는 데만 해도 <감정조절표>의 십 수가지의 문항에 따라 특성을 나누고 점수를 매겨 그 기운과 성질에 대해 낱낱이 분석해야 하는데, 이를 다시 <감정조절법>에 따라 선택지를 나누고, <감정조절 실천표>에 따라 실천해야 하니, 솔직히 어렵다. 만만히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저자 역시 이에 대해 훈련과 숙달이 필요하다고 기술한다. 버거운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다소 버거우리만치 노력해야하는 아이러니라니. (손쉽다면서)

그럼 무용론인가. 그건 아니다. 분명 어렵기는 하지만 이해 못할 정도의 논리는 아니다. 실용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면 몇 번 곱씹어봐야겠지만, 감정에 능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쏠쏠히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감정에 대한 ‘메타-인지’ 방법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손쉬운 방법으로는 일기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기는 단어나 문장에 따라 정확한 표현이 어려울 때도 있고, 어디까지나 기록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과학적인 효과에 대한 검증을 떠나, <감정조절법>의 프로세스와 그 뎁스(depth) 자체는 충분한 메타인지 과정을 제공한다.
 
감정을 분석틀에 넣어 차근차근 되짚어보는 시간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것 같다고 할까. 또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 나름대로의 실천법도 제공하니,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지속적인 고찰과 훈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오래 두고 보기 좋을 것 같다.

<실제편>에서는 유명 미술작품들을 분석해나가며, 감정의 분석과 활용이 비로소 ‘예술적’영역으로 까지 확장되니, 감정과 표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라면 참고해볼만 하겠다. 비전공 그림쟁이로서, 작품의 형태와 형상을 감정과 연결 짓는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더러 있었기에, 가뭄에 싹 나듯이 하는 간만의 독서였음에도 뜻밖의 보람이 있었다.

라 브뤼에르(La Bruyère, Jean De)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인생이란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다.”

 

 
시시때때로 밀려드는 감정의 파도에 매번 휩쓸리기보단, 그 파도를 타고 날아 마음이라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면 삶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아직 자신만의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이 참고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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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감정조절
-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


지은이 : 임상빈

출판사 : 박영사

분야
예술일반

규격
153*225

쪽 수 : 512쪽

발행일
2020년 07월 30일

정가 : 24,000원

ISBN
979-11-303-1056-5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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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임상빈
 
저자 임상빈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미술작가가 꿈이었다. 그래서 예원학교 미술과, 서울 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며 자신의 전공분야에 몰두했다. 그리고 풀브라이트 한미교육 위원단의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예일대학교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Painting & Printmaking)를 졸업한 후에는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티처스칼리지 미술과 미술교육과(Art & Art Education)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미술작품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술교육과 예술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나아가, 그동안 공부하고 터득한 자신만의 예술적인 통찰을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심화, 확장된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김찬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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