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제일 갖고 싶은 건, '그' 라이프스타일 [문화 전반]

라이프스타일을 사고 파는 우리의 소비문화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9.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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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일본의 유명한 서점 체인이 있다. 이름은 츠타야TSUTAYA. 그 중에서도 도쿄 다이칸야마에 세운 T 사이트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장’이라는 컨셉으로 진행된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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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야마 t-site 출처 tsutaya 홈페이지

 

 

애완동물 친화적,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런 운영방침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상품 배치도 남다르다. 카테고리별로 책을 나누는 것이 아닌 ‘예술적 측면에서 마법의 도시 프라하를 안내하자’라는 한 마디와 함께 체코 관련 영화, 소설, 음악 등을 한 곳에 모아서 진열하는 것이다. (참고 꿈꾸는섬 happist) 물론 이런 진열 방식은 이제 여러 서점이나 세련됐다는 평을 듣는 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겠지만, 사실 츠타야가 그 시작점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이 대체 무엇일까? 요즘 뭔가를 사려고 조금만 알아봐도 죄다 연결되는 건 라이프 스타일 어쩌구. 마음에 든다 싶은 물건의 상세 설명을 보려고 조금만 스크롤을 내려도 볼 수 있는 키워드, 라이프 스타일. 저기 성수에 구경가고 싶은 가게는 라이프스타일 샵 OOO. 대체 라이프 스타일이 뭔데 이렇게 여기저기에 쓰는 거야?

 

 

 

라이프스타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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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fred Adler, 1870~1937

"삶의 목표를 위해 일상에서 반복되는 행위가 쌓이면 

그것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건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라고 한다. 그는 한 개인의 가치관, 인생관이 합쳐 만들어진 라이프스타일이야말로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2010년대 이후 라이프스타일은 일종의 마케팅 도구로서 작용하기 시작하며, 소비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 일상에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라이프스타일로 칭하게 된 것.

 

 

과거 70-80년대가 꼭 필요한 것을 취하는 ‘생핌품의 시대’였고, 그 뒤를 이어 90-00년대가 갖고 싶은 것을 욕망하는 ‘사치품의 시대’였다면,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가치품의 시대’다. 가지고 다니면 모두가 부러워하던 명품은 이제 더이상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개성과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남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 가치있는 스토리가 있는 가치품’이 새로운 시대의 럭셔리로 해석되고 있다. 가치품이 꼭 취향에 따른 유형적 물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이, 또 다른 이에게는 공간 및 경험이 가치품일 수 있다. 즉, 개인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시간, 공간, 경험, 물건, 맥락의 총체가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이다.

 

- 출처 Stonebc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뭐길래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말하고 있는지


 

미닝아웃*. 트렌드 코리아에서 봤던 이 핵심키워드도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의 소비가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소비. 인권을 위해 행동하고 폭력에 반대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MARYMOND에 소비하는 것도 그들의 뜻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미닝아웃 소비자 운동의 일종으로서, 정치적ㆍ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신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도 전반적인 소비의 배경에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명동이나 백화점 ZARA에서 옷을 사는 사람인지 혹은 홍대에 있는 빈티지샵에서 옷을 사는 사람인지에 따라 그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그 전반에 그의 인생관, 가치관 등이 깔려 있으니.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내가 먹고 마시는 것 모두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젤 흑맥주를 좋아하는 사람과 테라를 좋아하는 사람

왓챠를 구독하는 사람과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사람

아이폰을 쓰는 사람과 갤럭시를 쓰는 사람

을지로를 좋아하는 사람과 서촌을 좋아하는 사람

 

차례대로 한 사람씩 상상해봐도 그들의 이미지가 확 다르다. 지극히 뇌피셜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을지로파’는 크롭티에 데님 와이드 바지, 그리고 어글리슈즈를 입는 사람이고, ‘서촌파’는 셔츠나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는 사람이다. 상상의 나래를 더 펼쳐본다면, ‘을지로파’는 카메라 플래시를 팡팡 터뜨려 찍은 거울 셀카, ‘서촌파’는 필름카메라로 찍은 풍경과 어우러지는 인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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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인양품 홈페이지

 

 

이번에는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을 떠올려보자. 무인양품은 옷부터 시작해서 신발, 침구류, 식기류 심지어 솜사탕 따위의 간식이나 카레같은 레토르트 식품도 판매한다.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상품을 기획, 개발, 제조하는데 '이것이 가장 좋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가 아닌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가치를 실현한다. 미니멀라이프를 살아보자는 것이 핵심으로 가장 기본에 충실한 무인양품으로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참고 사람들은 어째서 무인양품에 열광하는가)


매장을 한 바퀴만 돌아도 이 브랜드를 쓴다면 어떤 삶을 살지 그림이 그려진다. 검정, 갈색, 흰색, 남색 계열의 깔끔한 일상. 필기루는 가지런히 놓고, 잠에서 일어나면 이불을 척척 개고 이부자리 정리를 곧장 할 것만 같은. 무인양품이 만들어낸 스토리와 문화를 흡수한 사람의 생활은 이런 모습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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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다양한 상품군을 다루는 무인양품을 예로 들었지만, 취급하는 상품이 다양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그 브랜드가 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추측할 수 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스케이터들을 위한 신발 ‘반스’는 모델 김진경이 스케이트 보딩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창조적인 자기표현을 이어나간다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컨버스'는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자’는 메인 카피로 오혁, 슬기 등을 모델로 내세웠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자. 구체적으로 말은 할 수 없겠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은 알겠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것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소비’다. 라이프스타일은 소비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어떤 물건을 살 때 흔히 그것을 사용하는 나를 연상한다. 이 물건이 나랑 어울리는지 그 기준이 소비의 여부를 확정 짓는다. ‘나랑 어울리는가’를 더 길게 풀어보자면,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무리없이 편입될 수 있는지. 아니면 내 라이프 스타일을 한층 더 끌어올려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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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6s 광고

 

 

나는 중학교 3학년 아이폰3G 이후로 아이폰을 고집해오고 있다. 편리한 인터페이스, 깔끔한 디자인, 몇 년이나 써 온 익숙함 등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이 만들어낸 문화 때문이 아닐까. 애플로고의 감성, 애플 매장의 깔끔함, 애플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 그 모든 것이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에게 덧입혀진다. 나는 그래서 아이폰을 쓴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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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 Elliot Stokes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주는 것은 브랜드다. 나는 어떻게든 물건을 사서 내 삶을 메꾸는 사람이니까, 브랜드가 스토리를 잘 만들어놓아야 한다. 나는 그것을 입맛대로, 취향대로 골라 적당히 나에게 버무린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볼까. ‘우리는 자연을 생각하는 글로벌 선두기업,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합니다. 텀블러를 사용하시면 별 하나를 더 적립해드려요.’ 그러면 나는 스타벅스의 텀블러를 사서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시며 환경보호에 실천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어차피 오늘 마셔야 하는 커피, 스타벅스에서 이렇게 돈을 쓰면 조금 더 뿌듯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여러 브랜드로 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왔다. 그 브랜드가 선사할 라이프스타일이 멋있어 보여 그에 편승하고자 스스로 그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되기도 했다. 이 기회에 나를 점검해보자. 나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싶어서 어디에 돈을 쓰고 있나. 나는 어떤 소비자인가. 그 브랜드가 보여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대체 무엇인가. 보다 주체적으로 내 라이프스타일을 꾸릴 수 있도록.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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