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삶에 물음표 던지기 [사람]

글 입력 2020.09.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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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다 입체적인 면모를 가지고 살겠지만, 어쨌든 나는 '나'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면모도 많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북적거리며 부대끼는 것보다는 집에서 혼자 심심함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대화 주제를 찾는 것도 좋아한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은근히 주목받고 싶은 욕심이 솟는다. 처음 만났을 땐 조용하게 느껴지겠지만, 조금만 더 친해지면 말이 많아진다. 조용히 책을 읽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이 심장을 울리는 콘서트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즐기는 것도 좋아한다.

 
사람을 어떻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 이야기가 되면 괜스레 이해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왜 나는 이러기도 하고, 저러기도 하는 거지? 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 거야?!
 
모순이 드러나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면, 이것이다. 무던하면서 예민하다는 것. 쉽게 말하면 상황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 어이없지만, 나는 정말 무던하고 또 정말 예민하기도 하다. 그런데 특히 이 '무던함'이 발휘되는 지점이 공교롭게도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사실 내가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삶에는 오랫동안 '물음표'가 붙었던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거의 처음으로 물음표를 던져본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 끝날 무렵, 그러니까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었을 때였다. 그때는 나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물음표를 던져야 했다. 그래서 모든 질문이 어렵고, 힘들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생각해보니 그때 꽤 많은 것들을 알아냈었던 것 같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기억에 남는 질문 중의 하나는 '당신을 어떤 동물에 비유할 것인가?'였다. 묻는 것은 하나지만 많은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질문이었다. 나와 내 삶, 그리고 내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대형 물음표'를 던져야만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나는 왜 이 일이 하고 싶은가? 왜 당신은 나를 선택해야만 하는가? 한번 물음을 던지고 나니,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눈 앞을 가렸다. 그동안 단 한 번도 궁금했던 적 없었던 나에 대한 것들을 이제는 묻고, 이해하고, 더 나아가 나를 전혀 모르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아주 낯설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 후로 틈틈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언젠가는 묻기 위해서, 또 언젠가는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서 말이다. 앞서 인간은 매우 입체적이고, 나 역시도 모순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물음을 던졌던 것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남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 그러나 자신마저도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으면 자존을 너무도 쉽게 잃게 된다. 남들도 이해 못하고,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이고, 하나의 작은 우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질문을 해야 한다. 원인에 대해서, 상태에 대해서,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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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지 않으면 완성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수많은 질문을 통해서 나 자신이 완벽한 삶보다는 완성된 삶을 살고자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냥 좋은 것과, 이유가 있어서 좋은 것을 구별하고 내게 더 우선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을 되묻고 태도를 만들기도 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을 분명히 알고, 보여주고 싶은 만큼 보여주는 법을 익혀 나가게 되었다.
 
사실 피곤한 일이다. 막상 자기 자신에게 이유를 되물어보면, '그냥' 하는 일들이 태반이다.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하는 것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 자신을 알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물음표가 필요하다. 그 어떤 꾸밈도 없는, 멋도 없고, 재미도 없지만, 아주 담백한 답변이 필요하다.
 
수많은 물음과 그만큼 또 수많은 답변이 오고 가는 어지러운 세상 한가운데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자신의 물음이 있어야 한다. 어디선가 사람들은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 조차도 거짓말을 곧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솔직하기란 이렇게 아주 어려운 일이다.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도 아주 많을 것이다.
 
끊임없이 묻고, 그 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통해서 나를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만큼 더 스스로를 너그럽게 바라보며 지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와, 내 감정과, 내 태도와, 내 삶에 언제나 '물음표'를 던지는 연습을 하며 더 많은 '나'를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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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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