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토마스 산토스

글 입력 2020.09.0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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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사랑스러운 토마스. 내 친구 토마스 산토스. 브라질 친구이다. 언어 교환을 위해 만났으나, 열심히 수다를 많이 떨고 애정 표현만 한가득 하면서 지냈다. 역시 마음은 표현하는 것이 좋고, 많을 수록 좋다. 대화할 때마다 너무나 따스하다. 토마스가 나 호떡 만들어주기로 했었는데 결국 못 얻어먹고 가겠네. 브라질로 돌아가기 전 만났다.


한국에 오기 위해 일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엄청 했다고 한다. 대단해.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그 중간 점심 시간에 간단히 먹고 1시간 운동하고, 7시부터 11시까지 한국어 공부를 하고 그렇게 6개월동안 지냈다. 그리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의사소통도 문제 없고, 반 년만에 와서 생활할 정도라니. 영어 공부 하는 나는 너무 대충하는 건가 반성도 된다. 너무 대단한 내 친구이다. 꿈을 위해서라면 내가 믿는 만큼 준비했다는 친구. IT로 유명한 한국이어서 왔다고 한다.


"I try to do my best just like I believe."

나는 내가 믿는 만큼 최선을 다해.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는데, 팔을 괴고 반짝반짝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그대로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 입고 입는 티 -채도 낮은 톤다운된 핑크색-이 토마스에게도 느껴져서 일단 칠했다. 얼굴 전체적으로 색감을 깔고, 귀여운 머리카락부터 그렸다. 파란색으로 칠하면서 녹색과 보라색도 조금 섞었다. 꼬불꼬불 그리고 나서 왼쪽 얼굴을 그렸다. 눈코입 이어서 그리고 손을 두껍게그렸다. 내가 자주 쓰는 노란색과 연주황색도 썼다. 그릴 필요가 없는 부분은,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날린다. 손 이후의 다른 부분은 그리지 않았다. 다만 통일감 있게 얼굴색과 옷색을 맞췄다. 그리고 가장 귀여운 매력 포인트 주근깨를 보라색과 분홍색으로 같이 점 찍었다.


"빈 공간이 많이 남아서 좋아. 이게 네 스타일이야."

"맞아. 나는 여백이 좋아. 토마스, 너는 왜 이 공간이 좋아?"

"음, 나는 내 생김새를 알잖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상해야 하잖아.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그게 네 그림의 매력이야."

"그렇네,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재미있는 관점이야. 나는 빨리 사람들을 많이 그려서, 모아서 책을 내고 싶어. 그게 내 목표야. 사람들로 여행하는 것."

"만약 책 1,2,3권을 내면 제일 앞장에는 무조건 나를 넣어. 대신 머리랑 포즈 다 다르게 해서. (웃음)"



토마스1.jpg

 

 

"나는 사람들이 나보고 속눈썹이 길다고 얘기해. 그리고 주근깨가 매력이라고."

"맞아 주근깨 엄청 귀엽지."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아. 꾸미지 않는 모습이 좋아. 그래서 여자애들도 노메이크업이 좋아. just the way they are. 그 모습 그대로.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은 것 같아."


이번에는 어떤 자세를 그릴까 하다가 얘기 나누는 모습 그대로 그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가로로. 자신감인지 자존감인지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 긍정성이 높은 사람들은 대체로 눈 마주침 (아이컨택트)를 피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라인 드로잉을 해야지. 펜을 놓고 와서 토마스 펜을 빌렸다. 분홍색 캐릭터가 달린 펜. 주인 닮았네. 이번에도 머리카락을 시작으로 그렸다. 시선 따라 이목구비를 그리고- 오랜만에 선을 그어서 재미있었다. 이목구비가 틀어지고, 실제 형태를 벗어나는게 다시 오랜만에 두려워졌다. 맞을듯 말듯, 틀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겨우 그렸다. 특히 팔이 다른 게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내가 감내해야할 두려움이다. 심심한 가운데, 티셔츠에 있는 영어를 초록색으로 적었다. 왠지 초록색이 어울린다. 싸인만 하기 심심하니, 이름도 같이 적어주었다. 지금 모습 그대로, 그림도 똑같이 나와서 너무 좋다.


"너무 고마워. 너는 정말 최고야. 두 그림 다 정말 나야. 하지만 둘 중에 뭐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색깔이 있는 이 그림을 고를 거야. 왜냐하면 너만의 색이 있거든. 네가 쓴 색깔들이 너를 떠오르게 해."



토마스2.jpg

 

 

"코로나가 끝나면 브라질에 꼭 와. 나는 한국이 좋아. 그래서 다시 살려고 올 거야. 약속해. 브라질에 오면 나도 물론, 우리 가족들이 너를 반겨줄 거야. 우리 형은 밴드를 해. 음반도 냈어."

"우와 나 음악 엄청 좋아해. 밴드라니. 최고인데? 직접 보고 싶다."

"공연도 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이 못해서 아쉬워. 그리고 여기 인스타그램 봐봐. 음식 사진 맛있어보이지."

"완전!! 이거 핀터레스트에서도 많이 본 음식이야. 잘 찍었다. 맛있어보여."

"사실 내 동생 가게야. 브라질 오면 우리 가족들도 가게도 다 볼 수 있어. 그러니까 꼭 와."


내가 외국에서 살다가 반대로 귀국 전 친구들을 이렇게 만난다면 얼마나 슬프고, 고맙고, 또 벅찰까. 나는 토마스처럼 이렇게 담담하게 있기 힘들 것 같은데. 브라질에 가면 내 그림을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릴 거라고 했다. 너무나 대단하고, 또 따스한 토마스. 떠나는 날 까지도 음성메세지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브라질 도착해서도 꾸준히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오늘 먹은 음식, 내가 올린 사진에 대한 피드백, 관객들이 아닌 자동차들 앞에서 공연하는 친형 밴드 사진까지.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다. 나는 물리적으로 세계를 직접 다 다닐 수는 없지만, 사람으로 세상을 여행하고 있었구나.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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