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로컬에서 졸업하면 뭐 먹고 사냐고요?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서울 밖에서 답을 찾는 로컬탐구보고서
글 입력 2020.08.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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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말은 제주도,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언제 생겨난 속담인지는 몰라도, 내 마음에 불 지피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거다. ‘서울’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곳은 기회의 땅이라고, 내 인생의 해답이 되어줄 거라고, 굳게 믿은 마음이 활활 타오르곤 했으니까. 나는 지리산이 흐르는 경상남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새벽에 눈을 뜨면 파란 하늘빛을 담은 강물이 반짝거렸고, 해지는 오후면 강물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과 강아지의 발소리가 잔잔한 물소리와 함께 소곤거렸다. 밤이면 콕콕 박힌 별이 셀 수 없었는데,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친 뒤에 운행 마지막 버스를 타러 뛰어가는 길에 눈에 담으려 끝까지 하늘을 보고 달렸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인구 5,184만 9,861명 가운데 50.002%(2,592만 5,799명)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 수도권에는 100대 기업 본사의 95%가 몰려 있고 정부 투자기관의 89%와 예금의 70%가 몰려 있다. (…) 서울 인구는 972만 9,107명(18.8%)이다. 서울, 인천, 경기를 다 합쳐봐야 너비는 우리나라 전체 국토의 11.8%(서울은 0.6%)인데 말이다.” -15p <프롤로그_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로컬>

 

‘서울민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이라고 부르는 것, 거긴 다 ‘시골’ 아니느냐는 말들, 우리가 얼마나 서울의 중요성과 그 이외 지역의 쓸모없음에 대해 배워왔는지를 보여준다. 편견 가득한 말들은 나의 터전을 부끄러워하게 만든다.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을 땐 부러웠고 부끄러웠다. 경상남도에 딱 하나 있는 것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라면, 서울은 구마다 문화 재단이 있었다. 예술 공연, 영화에 대한 갈망이 아주 컸는데 서울은 몇 발자국만 걸으면 그 많은 것들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기도로 이사한 뒤에는 친구들이 서울로 이사 간 것이 아니냐며 부러워했는데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다 뿐이지, 아니 오히려 서울과 가까우니 더욱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인지, 이곳의 지역 문화도 메말랐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 그러나 서울 지역 또한 비교적 다양한 시도들을 하지만 ‘재생’이라는 이유로 삶의 터전을 다 갈아엎기 일쑤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서 말하듯, 결국 로컬의 중요성, 공동체와 각자가 가진 개별성, 그리고 그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없이는 우리 삶은 여전히 재난일 것이고, 여전히 위태로울 것이다.

 

“우리는 지역의 생태계에 내재한 문화와 지역의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로컬 경제활동으로 지역사회가 튼튼해지며 지역사회에서 개인의 확고한 정체성과 자부심이 형성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19p <프롤로그_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로컬>

 

“기어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하루하루를 낯선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도시에서의 익숙한 삶은 이 낯선 바이러스의 등장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삶의 방식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22p <프롤로그_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로컬>


“정치권의 로컬 논쟁은 균형 발전과 자치 분권 프레임에 갇혀 있어요. 실패했다는 혁신도시 투자는 계속되고 있고 지방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말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이 부족해 발전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보다는 의지가 없어서입니다. 로컬이 발전하려면 독립적 로컬 산업과 기업 생태계가 필수적인데 중앙도 지방정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23p <프롤로그_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로컬>

 

 

강화 청풍 협동조합: 협력과 연대의 공동체로 섬과 세상을 잇는 다섯 청년들의 7년 기록

강화 책방 시점: 부부처럼 친구처럼,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 하는 세 책방지기

시흥 월곶 빌드: 버려진 포구를 여성과 아이들이 살기 좋은 마을로 되살리는 청년기업

광주 무등산브루어리: 로컬을 먹고 입고 마시는, 한국의 포틀랜드를 꿈꾸는 로컬리스트

속초 칠성조선소: 공간에 깃든 역사와 자연의 가치를 지키며 가업을 잇는 부부 예술가

순창 방랑싸롱: 전 세계를 돌다 로컬에서 세상 하나뿐인 그 무엇을 만들어가는 방랑 부부

남원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세상의 중심에서 로컬을 외치며 비영리 활동가와 공동체를 잇는 기획자

목포 괜찮아마을: 뿌리 뽑힌 청년들에게 고향을 선물하고픈 청년들의 눈물겨운 로컬 정착기

군산 로컬라이즈군산: 청년 창업가들의 끈끈한 유대로 써내려간 달콤한 도시재생 레시피

수원 더페이퍼&잡지사이다: 골목의 삶을 기록한 시대의 역사로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를 놓다

대구 북성로 사회혁신 클러스터: 북성로, 그 오래된 시간과 공간을 되살려온 사람들의 20년 분투기

청주 촌스런: 이장을 꿈꾸는 프로 촌년이 촌에서 가꿔가는 로컬의 미래

서귀포 솔앤유 독립출판사: 밤하늘 별을 찾아 제주로 간 낭만 가족의 좌충우돌 제주살이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서는 서울 또한 하나의 지역이라 말한다. 내가 있는 곳이 곧 중심이며 우리나라를 이루는 ‘로컬’은 모두 수평적인 관계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 지방보다는 지역, 로컬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익숙했던 단어 하나를 바꿈으로써 내가 자랐던 곳과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각각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보였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은 ‘로컬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개척자들의 모습’ 을 소개한다.  자신의 애정이 담긴 로컬에서의 새로운 시작, 힘들었던 순간, 각종 팁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든든하다. 여전히 편견 가득한 시선들이지만, 존중과 다양성, 공동체 가치 속에서 이어나가는 프로젝트들은 무엇보다 즐겁다. 우리 활동이 변화를 불러올 거라는 믿음,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들. 분명 내가 있는 곳과 몇 km씩 떨어진 곳이지만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서 느끼는 공동의 감각들은 생생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우리 현실은 암울했다. 문화도시 광주를 내세우면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세웠지만 외국에서 보았던 창의적 시도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막대한 예산은 몇몇 고위 공무원들과 이른바 전문가들이 좌지우지했고 정작 로컬이 문화 예술인들과 단체들은 위에서 내려지는 결정을 따르는 용역에 머물렀다. 또 창의적인 청년 예술가들은 공연할 곳이 없어 길거리 버스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 생태계_광주 무등산 브루어리> 중에서


특히나 예술 전공자이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 외의 로컬에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회 또한 부족하다는 이유다. 그럼 로컬에서 예술을 전공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길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다. 로컬에서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던 내 친구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준비했다는 이유로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미움을 샀다. 우리 지역을 빛내야지 왜 서울로 가냐는 이유였다. 그 로컬 대학교는 일부 예술 전공 교수들의 권력 지키기처럼 보였다. 본인들이 가진 권력을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해 아둥바둥거렸다. 그 입김은 예술고등학교까지 내려왔고 심지어 서울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차별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예술 전공자들은 용역처럼 쓰이기 일쑤다. 이런 행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너가 예술을 전공했으니 여기 와서 그림 그리기나 디자인, 영상 촬영 등의 업무를 수행해달라는 식이다. 예술이라는 ‘기술’을 기능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에서는 그토록 고귀하고 특별한 엘리트 미술에 대해 부르짖었는데, 졸업을 하고 보면 단순히 사람들의 요구를 수행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이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 내 욕구와 우리의 욕구가 만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서는 이 고민들을 실천으로 이어간다. 내가 지금 다니는 학교는 로컬에 있다. 서울로 가지 않고도 졸업한 로컬에서 예술가들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은 답답한 현실 속에서 절로 생긴다. 이 실천들은 강화, 시흥, 광주, 속초, 순창, 남원, 목포, 군산, 수원, 대구, 청주, 서귀포에서 활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부딪혀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는 내가 행동할 차례다.


"2017년부터는 이렇게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 온 청년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이곳 강화에서 청년들의 공동체가 처음으로 싹을 틔운 것이다. 서점과 같은 생활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민과 함께 하는 문화활동도 하나둘 선을 보이고 있다. 청풍은 청년 가게들을 돌면서 문화 공연을 하는 ‘읍내 안 라이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루는 이 가게, 다음 날은 저 가게를 돌았다." <협력과 연대의 공동체로 섬과 세상을 잇다_강화 청풍 협동조합> 중에서


"강화도로 이주하고 책방 ‘시점’을 개업한지 이제 막 1년이 조금 지났다. 1년 만에 인스타 팔로워가 천 명이 넘을 만큼 책방 ‘시점’은 마을에서 강화도에서 그리고 책방으로서 입지를 야무지게 다지고 있다. (...) 동네사람들이 편하게 오가며 연결되고 모임도 이루어지는 쓰임새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는데 지역주민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인연이 맺어지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 할 시점_강화 책방 시점> 중에서


"‘사이다’의 발간은 100여 명에 이르는 지역 시민들, 문인, 역사학자, 예술가, 사진작가, 스님 등의 참여와 재능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에 세 명이 모여 공부하듯 시작했던 잡지에 대한 고민에 많은 지역민들이 동참해준 덕분에 6년 가까이 잡지를 발간 해올 수 있었다. (...) 큰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발간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다시 ‘사이다’를 발간하는 데 사용되거나 지역민이나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쓰인다."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다_수원 더페이퍼&잡지 사이다와 행궁동 골목박물관> 중에서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 등장하는 로컬의 주체들은 MZ 세대다. 언제나 노력을 강요받고, 경쟁 사회에서 서로를 잡아먹으라 배웠던 나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을 짓밟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같이 즐거운 일들을 할 수 있고, 같이할 때 더욱 많은 것들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속해서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앞에 있던 모호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달리기를 멈추면 내가 가진 개별성, 우리의 다양성이 보이게 된다. 내가 있는 곳의 문화들은 생각보다 내 삶의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주고, 내 삶의 지향점들은 생각보다 많은 지점에서 로컬에 영향을 끼친다. 책에 등장하는 주체들은 이 생각들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천하고, 또 고민한다.

 

내가 사는 곳의 공동 게시판에 ‘통기타 모임’ 모집 포스터가 붙었을 때 굉장히 기뻤던 기억이 있다. 단지 기타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동체 감각들을 느끼고 싶은 나의 욕구와 일치하는 마음들을 그 글에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사례들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사이사이의 연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어디에 있든, 경상남도, 경기도, 서울, 심지어 한국이 아니더라도, 그 어느 곳에 있든 내가 있는 로컬의 숨 쉬는 다양성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각자의 욕구가 맞닿는 지점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즐거움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언제든 기꺼이 뛰어들고 싶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에서 동료들의 호흡을 따라가며 우리의 이 끈끈한 마음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2020년 지리산 이음은 또 다른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4년 전 지리산 이음은 전국 곳곳에서 변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모여서 발표하고 토론하고 공부하고 교류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상상하면서 낡은 농협 창고를 매입했다. (...) 누구든지 자신이 사는 로컬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로컬을 외치다_남원 사회적 협동조합 지리산 이음> 중에서


"2018년 11월 말 60명이 모여 진행한 괜찮아마을 1, 2기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집도 절도 없는 이곳에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서른 명 남짓 남기로 했다. 남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창업을 했고, 다른 누군가는 그 회사에 취업했다. 목포의 관공서나 회사에 들어가기도 하고,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청년, 고향의 품에 안기다_목포 괜찮아 마을> 중에서


"정부는 청년에게 농촌으로 들어오라며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려고 하지만 청년 농업인이 농촌 사회에 정착하는 데는 농지와 자본이 필요한데 이 점이 높은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농지가 없다면 빌려서 농사를 지어야 하고 자본이 없다면 자본이 들지 않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 청년 농업인들은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업을 영위한 공동체와의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촌에서 배우는 로컬의 미래_청주 촌스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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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저자 : 김동복 김선아 박산솔 배수용

안지혜 윤찬영 전충훈 조아신 최아름

 

기획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출간일 : 2020년 8월 21일

 

판형 : 140×210×27.6mm

 

페이지 : 444쪽

 

ISBN : 979-11-90912-00-6 [03300]

 

정가 : 22,000원

 

분야 : 국내도서> 정치/사회> 사회학> 사회학일반

 

출판사 : Storehouse(스토어하우스)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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