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란시스 알리스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사람]

행동하는 예술가, 프란시스 알리스를 만나다.
글 입력 2020.08.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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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예술가’라는 명칭이 붙은 작가가 있다. 바로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다. 그는 영상, 퍼포먼스, 회화, 설치 등 방대한 예술 세계를 활용해 대중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회적 문제,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각지대 등을 수면 위로 올려 사고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있다. 프란시스 알리스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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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알리스

 

 

프란시스 알리스는 벨기에 출신의 멕시코 화가다. 벨기에와 베니스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르네상스 시대 도시의 발전상을 연구했다. 그러던 그가 멕시코로 오게 된 계기는, 대지진으로 파괴된 멕시코의 각종 도시재건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국제 원조단의 일원이 되어 공공근로를 하게 되었고 이때를 기점으로 멕시코에 머물게 되었다.

 

그는 멕시코에서 현지 예술가, 큐레이터와 줄곧 어울리곤 했고, 이러한 주변 환경은 그가 예술가의 길을 걷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작품을 통해 미술계, 라틴 아메리카, 국제 사회의 정치 및 사회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읊어냈다. 이는 당시 멕시코의 사회적 상황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전후 혼란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표출한 것이었다. 정치, 예술, 사회 등에 내포해 있는 만연한 부패와 절대적 권력, 소득 불균형 등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알리스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표현한다. 이는 작가가 사회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주의를 집중시키지 않고, 감상자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도 예술 활동을 하며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고 있다.

 

 

Sometimes Doing Something Leads to Nothing, 1997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작품은 우리의 노동이 때때로 들인 노력과는 별개로 아무런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낮에 얼린 얼음을 끌며 멕시코시티를 돈다. 몇 시간 후, 이 단단했던 얼음은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진다. 고된 노동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진 모습이 퍼포먼스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멕시코 시티 근로자들의 실태를 이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그들의 힘겨운 노동에 비해 너무나 적은 임금을 받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불합리한 사회적 문제를 그 만의 예술적 형식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총 15분짜리 퍼포먼스 영상은 감상자들에게 의도를 전달하기 충분했다. 밀려오는 허탈감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고, 내포된 의미가 더욱 와 닿았다. 작가의 기법과 목적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When faith moves mountains,2002

 

 

프란시스 알리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 ‘믿음이 산을 옮길 때’이다. 이 퍼포먼스는 리마에서 500명의 지원자들과 하루 동안 거대한 모래언덕을 삽으로 옮기는 모습을 담았다.

 

지원자들은 삽질을 반복하며 한발씩 앞으로 나아갔고, 노동 끝에 원 위치에서 10cm를 이동시켰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시작했지만, 성공적으로 퍼포먼스를 마친 후 감동의 포옹을 나눴다. 이들은 서로를 믿는다면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 작품을 계획할 때 즈음, 2000년 페루 리마는 후지모리 정부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당시 정부는 언론을 장악했고 인권을 탄압했다. 권력을 이용해 비상식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결국 후지모리는 탄핵을 당하며 마무리됐다. 페루의 현실이 이 퍼포먼스에 담긴 듯하다.

 

해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믿음이 모든 불안감과 불확실함을 걷어냈다.

 

 

The Logbook of Gibraltar, 2008


 

지브롤터 해협은 13km를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프리카로 땅이 나뉜다. 아프리카의 모로코, 유럽의 스페인 아이들이 신발로 만든 배 모형을 손에 들고 양쪽 해안가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들이 바다 위 수평선에서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배를 꽉 잡고 헤엄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대륙에 사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

 

작가는 국가와 경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예술로서 표현했다. 다함께 ‘세계화’를 외치지만 서로에게 제도적 장벽을 치고 살아가는 동시대 모순을 말한다. 알리스는 이 작품에 대해 소개하며 ‘자연의 일부인 바다가 어떻게 대륙 간, 국가 간, 사람 간 경계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 문제를 통해 우리는 이민자, 난민, 선 등 다양한 구분 짓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현상을 프란시스 알리스만의 예술로 표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감상자들에게 무력감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당연한 것에 신선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물음은 사고의 전환과 가치관의 정립을 불러일으킨다. 은유적이고 시적인 표현 형식 그리고 나의 힘으로 읽어내는 예술적 메시지가 그 어떤 글과 말보다도 진한 울림을 준다.

 

프란시스 알리스의 작품 속 공통적인 이야기는, 불완전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비판하나 희망은 끈은 놓지 않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이를 온전히 느껴보도록 하자.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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