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잃어버린 길 위의 나, Lost Tracks [게임]

Lost Tracks를 플레이 한 후
글 입력 2020.08.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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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치다. 내가 오른쪽을 택하면 왼쪽길이 맞는 길이고 왼쪽을 택하면 오른쪽길이 맞는 길이다. 한 로터리에서 30분 동안 헤맨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여행가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가끔은 익숙한 동네에서도 새로운 장소를 찾을 때면 식은 땀이 삐질 거리는 것이 아주 곤혹스럽다. 길 찾기는 나에게 있어 늘 과제처럼 느껴진다. 그저 앞으로 쭈욱 전진만 하고 싶은데, 구불구불 골목길은 왜 이리도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요즈음 나는 길 한복판에 뿌리 박혀있다. 그냥 딱 그런 기분이다. 다시 기승을 부려 일주일에 하루 나갈까 말까 하게 만드는 코로나 덕분인지, 내가 스스로 다가가 뿌리 박아 넣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그런 답답하고 꽉 막힌 기분이다. 방향조차 알지 못해 옴짝달싹 못한 채 두리번거리는 모양이 꼭 길바닥 위의 내 모습 같았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할 일을 한 뒤 다시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있지만 무언가 개운치가 않았다. 그래서 게임을 다운 받았다. 그 인과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깜깜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뜨길 몇 번 반복하니 내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새로운 앱이 생겨있었다.

 

나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직접 해 본 게임은 손에 꼽고 그마저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한 것은 멸종위기 종에 버금간다. 유난히 게임을 못하거니와, 그에 관해서는 끈기가 바닥을 친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몇 가지를 제하고는 그닥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일까 내 손으로 직접 앱을 다운받았음에도 나는 반신반의 했다. 어차피 또 중간에 지울 것 같은데, 시작해 볼까 말까. 그러나 깊은 고민에 빠지기에 나의 시간은 이미 지리했고 굳이 따질 것이 없었다. 그렇게 Lost Tracks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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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Tracks는 한 남학생이 기차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승객 칸에서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마주한 그는 고민에 빠진다. 말을 걸고 싶지만 그에게는 그만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그 순간, 남자의 몸에서는 영혼처럼 보이는 것이 빠져나오며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게임은 총 3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Look, Listen, Speak이다. 각 챕터의 제목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단서이다. 게임은 꽤나 단순하게 전개되면서도 감각적이다. Look에서는 직접 보면서 길을 찾아 나선다. Listen에서는 이름처럼 소리를 따라간다. Speak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말을 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단계를 깨면 남자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곤 굳은 결심을 한 듯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며 게임은 엔딩을 맞는다.

 

Lost Tracks는 이 모든 과정이 30분, 제아무리 길어봤자 1시간 안에는 끝이 난다. 상당히 가볍게 즐기는 게임이다. 그러나 막상 끝낸 뒤의 여운은 가볍지 않았다. 단순히 자신감이 부족한 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지만 그게 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Lost Tracks이 한 학생의 졸업작품이었다는 이야기를 본 순간, 그것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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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청춘들의 불안을 너무나 잘, 그러나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인간이란 무릇 평생을 자신의 실존에 관해 고민하는 존재이지만 그 속에서도 ‘청춘’은 남다르다. 항로를 알고 가면서도 폭풍우를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며 빙빙 헤매기도 한다. 내가 원하던 나와 진짜 나, 그리고 새로운 나를 만나고 인정하는 과정. 그렇기에 혼란스럽다.

 

게임은 그리 친절하게 진행되진 않는다. 간단한 조작법만 짧은 문구로 알려줄 뿐,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시도에 달려있다. 초반에는 정말 막막한 기분이 든다. 이제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 와중에 조작도 내 의도대로 매끄럽게 되지 않는다. 옆으로 살짝 틀고 싶었을 뿐인데 갑자기 한 바퀴를 휙 돌아버리거나 오락가락한다. 답답한 마음이 울컥 솟아난다.

 

스토리는 계속 영혼을 찾아가는 것으로 전개되는데, 나에게 이것은 단순한 영혼이라기보단 한 사람의 자아로 느껴졌다. 아마 이 게임의 개발자도 졸업을 곧 앞두고 많은 생각이 밀려들지 않았을까? 불안함과 후련함이 혼재되고 잡힐 것 같던 미래도 막상 손을 뻗으니 안개 같은 허상이었음을 깨닫는다. 마음 속은 아수라의 앞마당이 되어 버린다. 나와 내 자아를 따로 떨어트려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자아는 끊임없이 길을 잃고 나는 그를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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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가장 잘 표현된 부분은 ‘Speak’ 파트이다. 이 마지막 파트는 수 많은 눈들이 주인공을 쳐다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두렵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슬프게도 오롯이 ‘나’만 중요하게 생각하긴 힘든 법이다.

 

주변의 시선과 압박은 종종 그 여정을 뒤흔들고 방해한다. 그 모든 시선을 이겨낸 후 진정한 여정에 오른 뒤에도 과정은 간단치 않다. 가야 하는 길은 알 듯 모를 듯 모호하기만 하고 힘을 짜내어 도착한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나는 또 다시 허상을 뒤로한 채 진짜를 찾아 나선다. 신기루가 아닌 진실된 빛을 위해서 말이다.

 

이처럼 Speak 파트의 과정은 보였다가 금방 사라져버리는 길과 잘못된 목적지로 가득하다. 길들은 금방 사라질 뿐만 아니라 눈 앞의 목적지로 직진하지 않는, 빙 둘러가는 비효율적인 길만 존재한다. 그 길을 따르지 않고 개척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주인공의 속도가 거의 절반쯤은 느려진다. 딱 한치 앞의 길만 보던 칠흑 속을 걷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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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결국 그의 자아를 찾아낸다. 그리고는 현실로 돌아가 용기를 내어 다가간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날 뿐이다. 그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간단한 게임은 어딘가 위로가 되었다. 걷고 있으면서도 멈춘듯한 요즘의 나에게, 결국 벽을 박차고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나도 그럴 수 있으리라 말하고 있었다.

 

희미한 빛을 보고 듣고 말하며 찾아 떠난 길은 외롭고 무서웠지만 돌이켜보면 아름다웠다. 은은한 빛 무리와 집중하게 만드는 내면의 빛깔들. 그리고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둘러보면 아름답던 풍경들까지 허투로 쓰인 것은 없었다. 내 여행도 결국 그렇게 아름답게 끝이 날까? 그 누구도 답을 할 수 없겠지만 나만이 나에게 답해주려 한다. 아마 그럴 것이고, 또 그렇게 믿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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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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