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코로나 시대의 배움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은 멈추지 않아야 하니까.
글 입력 2020.08.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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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삶에 여러 가지 역할수행을 필요로 한다. 학생, 여성, 누군가의 딸, 집단에 소속된 소속원, 그 중 나를 대표하는 역할을 한가지만 말해보라면, 바로 학생이다.

 

코로나 이전, 즉 12월 달과 1월 달까지만 해도 3월 이후 개강이 무기한으로 잠정 연기되고 학교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각종 학원들까지 내 전반적인 학업 부분에 차질이 생길 것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근 2달에서 3달이 지나고 반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그 모든 시간들을 거의 대부분 집에 머무르며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학원을 가지 못하는 문제가 단순한 학업 문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가까운 타인, 혹은 불특정 타인에게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내 전반적인 학업을 학교와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중단한다는 게 단지 방학이 2-3달 더 늘어난다는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릴 수 있는 학습의 자유가 역설적이게도 학교에 얽매여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업에 강제성을 띄는 곳에 가지 않으면, 그리고 학교에서 인터넷 강의라는 특정 교육 서비스를 배포하지 않으면 내 교육활동이 손쉽게 중단되는 것에 나는 큰 문제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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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배움이란 때와 장소에 굴하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강제성을 띄는 주입식 교육은 고등학교를 마지막으로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학교에 가서 책상 앞에 앉지 못하니 내 전공과목들과 교양과목의 공부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선망했을 때 ‘자유로움’의 틀 안에 놀고 즐길 수 있는 놀이의 대학이 아니라 공부에 자율성과 능동적인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대학을 기대했는데, 막상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학업 시스템이 중단되고 보니 나 스스로가 학교와 교수님에게 내 공부를 의존하는 의존도가 심각하게 높을 뿐 아니라 ‘학교’라는 특정 장소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점점 세계와 더불어 그리고 세계 속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대하게 되기 때문에 점점 자극을 받으며 그 자극에 반응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 -(중략) 자극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새로운 자극을 낳고 뒤이어 새로운 이해를 낳는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은 점차 자신도 몰두하고 헌신할 수 있다고 간주하게 된다.

 

- 파울로 프레이리


 

나는 학교는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공간이라 생각했고, 이러한 자극의 요소들이 학생과 선생, 그 외의 학교 안 모든 인물들의 관계형성 속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사회적 관계들이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당장 내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자극이 없어지며 동기들과 선생님의 관계형성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인 관계로 맺어지니 배움에 대한 열의도, 배움의 질도 확연히 떨어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동시에 지금 대학생뿐만 아니라 비대학생들의 배움의 현장이 지금 시국처럼 부족한 관계형성과 배움의 기회 속에 늘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학벌주의인 우리나라에서 ‘청년’이라 칭하면 대부분 청년 대학생들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는 티비 속과 인터넷 속 광고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소외되는 비대학생인 ‘청년’들의 배움은 어디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이렇게 코로나19라는 예상외의 비상시국에선 어떠한 예방책과 대비책을 가지고 행해지는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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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은 학교와 교수님, 그리고 교육청에 최소한의 교육 인프라 보장을 받지만 그들의 최소한의 인프라 보장은 누구에 의해 행해지는가? 이러한 의문들은 단지 그들을 동정하거나 시혜적인 시선에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문화와 위기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국 교육의 불공정하고 차등적인 정책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다.

 

대학생이 아니란 이유로, 더 나아가 나이, 인종, 학벌, 성별 등 일등시민의 자격을 갖지 못했다는 그 모든 이유로 인해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다면 그건 비단 그들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불공정한 문화에 지금껏 순응하며 살아왔던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 모든 것들에 무지했던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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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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