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를 ‘선택’하고 계십니까? [문화 전반]

한국 영화 삽업은 '좋은 영화'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가
글 입력 2020.08.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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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극장에서 꼭 보고 싶었던 예술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는 스타 감독이 찍은 아주 재미있는 영화도 아니었고 평론의 극찬을 받은 영화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 나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에 한창 빠져 있었던지라 그녀가 나온 영화라면 모두 보고 싶어 했었다.


집 근처 상영관을 찾아보니 시간대가 죄다 애매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거나 오후 3시, 내가 학교에 있을 시간. 주말에는 상영 목록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 간신히 상영하는 예술 극장 하나를 찾았는데 차를 타고 30분 거리였다. 나는 영화 보는 것을 포기했다.


그 후로 극장에서 소규모 독립, 예술영화 보는 일을 일찌감치 거의 포기하고 VOD로 보는 습관을 들였던 것 같다. 상영관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들은 대부분 할리우드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 마블, 디즈니, 유명 시리즈,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는 몇몇 영화들과 한국 상업영화들이었다. 보고 나면 늘 재미는 있었지만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 똑같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나 극장에 걸리는 한국 영화들은 대부분 판에 박힌 듯 거의 비슷했는데, 가령 흥행이 보장된 유명 감독이나 스타 배우들, 재미 위주로 치우친 스토리와 흥행 소재가 거의 대부분을 이루었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 산업의 구조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요인들이 작용한다.

 

 

 

1. 한국 영화의 발전과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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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후부터 한국 영화 산업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 제작 투자 환경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그 기반으로 양적, 질적 발전을 이룬 한국 영화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그 정점을 찍은 해가 바로 2003년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연도를 한국 영화의 ‘화양연화’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클래식>, <장화홍련> 등의 걸출한 한국 영화들이 모두 이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투자 배급사가 주도권을 잡기 시작하면서 유행에 따른 상업적인 목적의 영화들을 제작하고 스크린을 독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대 메이저 배급 회사가 있고, (CJ, 롯데, NEW, 쇼박스) 이중 롯데와 CJ는 투자, 배급, 상영관까지 독점한 상태다.


이러한 시장 구조 속에서 대기업과 투자배급사 위주로 영화가 만들어지다 보니 한국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배급사가 영화 제작 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작품성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위한 재미와 흥행 요소로 만든 영화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은 상영관의 대부부분을 차지한다.

 

 

  

2. 좋은 영화란,


 

그렇다면 좋은 영화란 무엇이며 그 정의는 어떻게 세우는가? 물론 여기에 명확한 정답이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과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몇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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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며 감독의 개성과 창의성이 곧 ‘스타일’로 나타난다. 이 ‘스타일’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연출, 미술, 의상 등으로 미학적 성취를 이루어낸다.

 

예를 들어, 박찬욱의 영화 한 장면만 보아도 관객들은 이 영화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임을 바로 알아차린다. 그의 영화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장센이 각 장면마다 박찬욱의 인장으로 찍혀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영화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 뛰어난 영화일수록 그 울림의 파동이 더 오랫동안,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필자는 영화관 밖을 나와서도 계속 그 메시지를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 영화가 끝난 이후의 삶에서도 은은히 영향을 끼치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작품은 주로, 크고 작은 범위 안에서 인간의 인생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이야기한다.


스토리 차원에서는 개연성으로 잘 연결되고 형식적으로도 정교한 설계를 이루어야 하는데,  여기서 감독의 능력이 나타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꼭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또 아니다. 어떤 감독은 이 중 한 가지에만 중점을 두었음에도 정말 뛰어난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여기에 기준이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

 

한국 영화 산업은 분명 발전하고 있다.

 

영화의 기술적인 퀄리티는 점점 높아지고 이제 천만 관객 영화는 꽤나 빈번하게 배출되는 만큼 영화를 보는 관객 수와 우리 영화의 입지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발전이 양적 성장에만 과하게 치우쳐 있고 질적 성장은 매우 취약한 가분수 형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장기적인 영화 산업의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런 환경 속에서도 좋은 한국 영화는 간간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작년 영화를 기준으로 <기생충>과 <벌새>를 매우 감명 깊고 재미있게 보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영화들이 앞으로 더 많이, 상영관으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좋은 한국 영화들이 더디지만 여전히 나와 주고 있음에 기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좋은 한국 영화들을 극장에서 ‘선택’해서 본 게 얼마 만이었던가? 어쩌면 관객들에게 선택권은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관객들은 감독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온전히’ 실현된 영화들을 관객 개인의 취향에 맞게 잘 “선택”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이 글을 쓰는 내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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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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