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잘 먹는 것, 잘 입는 것, 잘 가는 것, 잘 사는 것 [사람]

글 입력 2020.08.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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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글이 무슨 내용일지 의아해하셨을 것이다. 제목 그대로, 1년의 휴학 생활 동안 해 온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휴학을 한 후 무언가를 하고 있든, 성인 이후 삶의 초점이 어디에 있었나 꾸준히 생각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1년간 이루어진 고민의 총결산을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항상 욕심 없이 물 흐르는 대로 사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을 들어간 후 굉장히 경쟁적인 본인의 과에 적응을 못하였다. 과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 학교 내에서는 소모임 활동, 교환학생, 인턴 합격, 졸업 전시 등 매 학년마다 다수가 추구하는 뚜렷하고 높은 목표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동기들은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이루었는지에 관해 의식을 지나치게 하고 있었다. 그런 환경을 숨 막혀 하며 한편으로는 뒤처지고 싶지 않아, 그 경로를 따라가려 노력하였다. 그렇게 하며 본인의 주관이나 색이 없어지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하였다.

 

휴학 생활의 반 이상을 평범하게 스펙을 쌓으며 보내다, 마지막 3달은 내가 온전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채우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좋아하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하고 싶었던 문화생활을 하였다. 내키지 않는 것은 가차 없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기에 만난 사람들에게서 의도치 않게 많은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다 못해 집착하는 부분들이 있다. 누구나 하나쯤은 미치는 것이 있다. 나는 3개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람들의 개성적인 세계를 체험하였다.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함께 하며,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경험들을 선물 받았다.

 

사람들은 먹는 것이든, 가는 공간이든, 입는 것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기를 위해 마련해 놓은 선물이 저마다 있었다. 주어진 대로, 되는 대로 살았던 나 자신은, 어쩌면 인생의 목표보다 내가 사랑하는 하나의 대상을 실마리로 모든 것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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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백>과 찾은 비건 식당.
우리는 항상 먹기 위해 산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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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좋아하고, 취향이 비슷한 <인>.
그녀를 오랜만에 만나 최근에 연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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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과 <최>와 방문한 LP바.
그들은 분위기 있는 공간, 좋은 음악과 맛있는 음식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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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남>, <준>과 찾아간 전시장이자 팝업스토어.
그들은 예술, 책, 공간을 사랑한다.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이 보여준 개인적인 세계, 그리고 그 작은 요소들이 삶의 질에 미치는 결과를 피부로 느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작정 글로 나열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그 기록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도 역설적으로 어학성적 공부, 스터디, 대외활동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급하지 않다. 무언가 대단하게 독특한 것을 해야 한다, 모범적인 길을 무조건 따라가지 말자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도 않으려 한다. 오히려 날 위한 작은 선물들인 옷, 맛있는 것, 책, 공간 등을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탐구해보려 한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선택한 것 중 하나인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 단순히 타성에 젖어서 하는 것이 아닌, 내면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이다.

 

'잘 사는 것'은 결국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찾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 날 위해 잘 버텨주고 사는 것이 아닐까.

 

 

[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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