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 [영화]

글 입력 2020.08.1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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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 요 며칠 아니 요 몇 달, 몇 년 동안 이 생각이 나의 머리를 지배 중이다. 여행이 아닌 이별로서 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 영화 속 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드러운 꼴 보기 싫어서’ 이 이유가 가장 크다. 다른 곳에 가면 행복할까 싶다가도, 한국은 더 이상 깨끗해지길 포기했기에 떠나야만 한다. 어쩌면 한국의 출산율이 날로 줄어드는 것도 양욱에 대한 경제적 부담보다 그들도 나처럼 내 자식에게는 드러운 꼴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국 영화를 연달아 세 편을 보았다. ‘사냥의 시간’,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영화에 대한 비판을 하기 전,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모두 한국을 떠난다. 더 정확히는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1. 사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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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냥의 시간’은 한국을 떠나서 일본으로 향한다. 물론 그들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조명하는 측면에서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의 미래가 그려진다.

 

일본은 자연의 조명으로 그려냈지만 한국은 빨간색과 검은색의 조화로 돌아올 수 없는 도시임을 상징했다. 감독은 이런 연출에 대해서 미래 도시를 그려내야 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미래 도시의 우울감과 잔혹함은 오직 한국의 도시에서만 존재한다. 그의 생각 속 미래의 허망함과 우울함에서 일본과 대한민국의 시골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비어있는 폐허들 속에서 한국을 떠야 한다고 말하는 청년들의 말은, 미래 도시에 살아가는 이들의 말이 아닌 오늘날의 청년 속에 있는 말이 아닐까.

 

 


2.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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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는 영화 ‘부산행’ 이후로 한국에 좀비들이 많아져 국가의 기능을 상실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영화 ‘부산행’ 이후로 4년이 지난 시간 후 한국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반도’로 통칭된다. 홍콩으로 도망친 일부 한국인은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고,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로 남아있다.

 

‘반도’라고 통칭되는 곳에서 실존하는 ‘좀비’와 홍콩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아닌 인간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이성적 사고가 남아있다는 것이 좀비와 인간의 차이라면, 반도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이성마저 상실한 괴물들이다.

 

영화의 내용 속 돈을 벌기 위해서 정석(강동원)은 다시 그 ‘반도’로 돌아간다. 그 반도 속에서 민정(이정헌), 서대위(구교환) 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 땅의 희망이 없다면서 한 사람은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한다. 영화 속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결국 이 땅을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외친다.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다른 해외로 떠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해외 좀비 영화를 보면, 좀비가 있기에 그곳을 떠나는 것이 아닌 그 땅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좀비랜드’에서는 아예 자신의 땅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같은 좀비란 장르 속에서도 한국은 그저 그 땅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고, 최선의 선택처럼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제주도를 비롯한 섬들은 좀비가 없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좀비를 피해서 떠난다’가 중요하지 않고, 결국 ‘한국을 뜨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을까.

 

 


3.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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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찬 감독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인남(황정민)은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파나마 섬’에 가는 것을 꿈꾼다. 개인적인 일로 방콕으로 떠나게 되는 인남은 ‘유이’를 만나게 된다. 유이는 인남에게 말한다. “한국에서 드러운 꼴을 보기 싫어서 떠났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라고, 여기도 떠나고 말거야.” 유이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망쳐 방콕으로 왔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연달아 본 한국 영화 모두 ‘한국을 떠나야 한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 한국에 돌아갈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들이 한국에서 마주한 것은 참혹한 도시, 좀비, 죽음이었기에 한국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영화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다를까. 우리의 도시는 빨간 조명에 총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지만(사냥의 시간) 폭력을 행사하고도 자신은 폭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말로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기에 영화 속의 세상과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인간성을 상실한 것이 ‘좀비’라면 영화 ‘반도’ 속에 살아있는 인간 또한 ‘좀비’라고 칭해야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약자를 힘으로 지배하는 세상 속이다. 오늘날의 세상 누가 좀비고, 누가 인간이라고 칭할 수 있냐는 말인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 ‘드러운 꼴 보기 싫어서’. 뉴스를 보면서 드러운 꼴을 너무나도 많이 보게 된다. 적어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가해자가 웃는 꼴을 더 이상 목도할 수 없다. 목소리 내어 세상의 불공평에 소리치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 그뿐이다. 변화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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