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과 핑크뮬리의 서식처는 SNS이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8.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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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지난 주, 아르코 미술관에서 2020년 7월 9일(목)부터 2020년 8월 23일(일)까지 진행되는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展을 관람했다.

 

이 전시는 SNS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플랫폼, 주요 작업 기반 등 현실에 가장 깊게 녹아있는 것을 주제로 한다. 관람 전에 호기심이 생겼던 이유는 현재 상황과 관련이 밀접하기때문이다. 코로나 19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의 기능은 더욱 확장되고있다. 예를 들어, 배우에게는 예술의 무대가 되기도 했으며, 학생에게는 교실의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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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hlenbergia capillaris - 김진현

 

 

이 날 이후, 지금까지 계속 떠오르는 작품이자 전시의 제목과 가장 맞닿아 있는 한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김진현 작가님의 ‘Muhlenbergia capillaris’이다. 이것은 총 24장의 사진으로 모두 핑크뮬리를 담고 있다.
 
핑크뮬리는 5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미국에서 자생하던 식물이었다. 하지만 SNS를 타고 급속히 유행하면서 지금은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 핑크뮬리가 만발하면 인증사진을 위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는 벌이 꽃가루를 옮겨 그들이 번식하듯 SNS를 위해 심은 핑크뮬리가 다시 SNS로 돌아가 생명을 이어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핑크뮬리의 진짜 서식처는 SNS일지도 모른다. 핑크뮬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 올린 이미지를 내려받아 다시 올리기를 반복해 위와 같은 속성을 표현했다.

 

- 작품 소개 중 발췌

 

 
피드에서 피드로 번져나가는 속성을 표현한 것에 먼저 감탄했고 몰랐던 사실을 알아서 새로웠다. 민들레 씨앗을 후-불면 퍼져서 싹을 틔우듯이 우리의 입김은 인터넷상에서 일어나고 있다.
 
핑크뮬리는 재작년쯤, 인스타그램 혹은 인터넷 포털에서 자주 봤다. 흔히 말하는 인생 샷들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명소로 기억한다. 작년까지도 9월 초쯤에 ‘핑크뮬리 개화 시기’가 인터넷에 뜨곤 했다.
 
필자의 지인은 이 장소에 인파가 너무 몰려 사람들을 피해 다니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대다수 사람들은 예쁜 식물을 보고 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찾아가곤 한다. 실제로 전국 각지의 넓은 부지에는 6만 본, 4만 본 등의 많은 핑크뮬리 들을 심은 것을 자랑한다. 작년 기준 전국의 핑크뮬리의 군락지는 축구장의 약 15배 넓이라고 한다. 더하여 핑크뮬리를 심어둔 지역축제들도 나오는 추세이다.
 
전혀 알지도 못했던 먼 나라의 식물이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되게끔 한 것이 SNS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SNS 컨텐츠의 힘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말이 더 와 닿는다. “어쩌면 핑크뮬리의 진짜 서식처는 SNS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핑크뮬리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또다른 세계 속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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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피드 속에서 살아간다. 나조차도 눈을 뜨면 인스타그램을 보고 여러 피드를 구경하며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 대부분은 인스타그램이며 ‘#좋아요 #맞팔 #좋반’이 익숙해졌다. 감성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소품을 구매하고 길을 가다가도 사진을 찍는다. 마치 이 안에서 다른 인물이 되는 듯하다.

 

그렇게 일상을 공유하고 그 속을 헤엄친다. 2017년도에 나스 미디어가 조사한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SNS 이용률은 83.8%이다. 10명 중 7명은 하루 4회 이상 SNS에 접속하며, 하루 10회 이상 접속하는 이들도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 3년이 지난 지금의 이용률은 더 높아졌을 것이며 의지도 또한 깊어졌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렇게 실생활을 좌지우지하는 SNS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 가장 큰 요인은 삶의 만족도일 것이다. 보안뉴스의 황하성 한국인터넷정보학회 부회장에 따르면, 이것을 높여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이 바로 SNS상의 타인으로부터의 지지(Social Support)라고 한다. 즉 본인이 드러내고 싶은 생활 반경을 택하여 올리고 이를 통해 낯선 사람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속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엿보고 관심을 가지고 받으며 자아의 행복감을 충족시킨다.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으려 하고 좋아요와 댓글에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소통#맞팔의 해시태그는 점점 늘어간다.
 

 

이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국한되는 역할이 다가 아니다. 관광지 혹은 유행까지도 만들어내며 또 다른 세상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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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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