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직접 생의 끝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 [음악]

글 입력 2020.08.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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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특정인의 죽음이 아닌 ‘죽음’ 그 불필요한 떠나감 자체에 대하여.
 
죽음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 갑자기 서글퍼진달까. 생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서 곧 낮은 기분 혹은 우울함이 덮친다. 이때 필자는 벗어나려 하지 않고 깊숙이 파고드는 편이다. 큰 힘으로 감정에 저항하지 않아야 더 빠르게 탈출할 수 있으므로 오래전부터 택한 방법이다.
 
이 방법을 선택한 입장에서 ‘죽음과 더불어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느낌을 지닌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적당한 가사와 분위기를 가진 이 노래를 공유하기로 했다.
 
 
 
윤지영 - 언젠가 너와 나 (feat.카더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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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와 나 중에                                       
누굴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너를 고르고 멀리 떠날래
그런 나를 이해해줄까
딱히 도망가는 건 아닌데
그냥 그런 나라고 기억해도 돼
사랑했던 건 다시 못 보겠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나을 거야
내 마음을 모두 다 말해 줄 순 없나 봐
오래 기억될 무얼 남겨줄게
 
- 1절 가사
 
언젠가 너와 나 중에
누가 멈춰서야 한다면
나는 잡은 손을 놓고선 숨을래
그런 내가 미워 보일까
미안한 맘이 없진 않은데
그냥 그런 나라고 기억해도 돼
사랑했던 건 다시 못 보겠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나을 거야
내 마음을 모두 다 말해 줄 순 없나 봐
오래 기억될 무얼 남겨줄게

- 2절 가사

 
 
2019년 9월에 발매된 담담한 노래이다. 처음엔 단순히 멜로디가 맴돌았다. ‘언제 다 들었지?’라는 생각에 다시 듣고 또다시 듣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저 흘러가는 듯한 가사에 담긴 이야기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오늘처럼 비가 계속 오는 날, 어두운 감정일 때 어울리는 노래 중 하나였다. 그러다 가사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알고 싶었다. 왜 이렇게 애틋한 느낌이 드는지에 대한 해답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이 노래의 목소리인 가수 윤지영의 인터뷰에 따르면 “우리는 서로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단순하지만 어려운 이 질문에서 ‘언젠가 너와 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건 쉬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으로, 그 누군가를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바치고 포기하는 건 작은 마음을 가지고는 괴로운 일이죠.


윤지영은 노래에서 이렇게 대답한다. “만약에 너와 나 둘 중에 누군가 멈춰 서야만 한다면, 나는 잡은 손을 놓고선 숨을래”

 

 
 
가사에 담은 뜻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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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지영의 말처럼, 상대방을 위해 내 것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상대의 손을 놓고 숨기 때문에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왜인지 도망치는 이미지가 그려기때문이다. 하지만 노래를 계속 듣고 또 뮤직비디오를 보면 주인공은 어딘가 슬픈 모습이다. 무엇보다 내가 상대방을 덜 사랑해서 도망가는 목소리가 아니다.
 
후렴은 죽은 사람이 말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작사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에서 조명이 꺼진 채로 노래를 이어가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헤어짐이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안 후, 노래는 다르게 들렸다. 가사 속 “떠날래”라는 것을 도망이 아닌 상대방을 대신하여 자신이 없어진다는 것으로 들렸다. 이후 “사랑했던 건 다시 못 보겠지만”이라는 가사는 더 아프게 다가왔다.
 
죽음이라는 것은 사람을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노래처럼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면 답답함은 배가된다. 만약 소중한 주위 사람과 나 둘 중 한 명이 죽어야 한다면, 과연 나는 자신을 선택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자신이 죽는 것도 두렵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더 괴로운 일이다.
 
이 노래에는 사랑의 감정을 가진 이들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직접 끝을 선택할 수 있는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라는 가정을 전제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 어떤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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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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