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스타그램에 좋아요가 사라진다면?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8.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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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계기는 탁해진 내 머릿속이다.

 

'좋아요'라는 아무런 악의 없고, 작고 통통한 하트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그게 문제였던 것 같다. 업로드한 사진 중에서 하트로 살찌워진 것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곤 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사람들의 호응에 민감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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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개수 외에도, 인스타그램은 우리가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기를 유도하는 장치를 여기저기 넣어두었다. 어플을 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하단 네번째에 위치한 '반응' 버튼이다. 분홍색 말풍선 속의 하트는 내가 어플에 접속해있지 않는 동안 몇 명의 사람이 나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개수를 알려준다.

 

홈으로 들어가면, 상단의 분홍색 박스가 DM 메세지가 몇 개 와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메세지 확인까지 끝나면 나는 끊임없는 스크롤을 통해 누가 어떤걸 먹고, 어딜 갔고, 무엇을 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소통하고, 연결되어 있는게 가장 중요한걸까? 비활성화 버튼을 꾹 누르며 생각했다.

 

모두에게 익숙한 말이겠지만, 우리는 온라인 상의 긴밀한 연결을 챙기면서 막상 오프라인의 그것은 잊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의 문장을 잠시 빌려오고 싶다. <필터의 나라> 라는 제목의 글이다.


 

남자애가 화면 속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며 묻는다.

“도쿄로 할까?”

여자애가 슬쩍 보고 대답한다.

“아니, 파리나 런던이 나아.”

 

남자애는 스마트폰에 손을 대고 다른 필터 버튼을 누른다. 여자애 말대로 런던 필터를 적용해보니 확실히 더 잘 생겨보인다. 핑크 톤이 섞인 도쿄 필터에 비하면 훨씬 기품 있달까. 런던 필터의 고급스러운 고동색 톤과 진한 그림자가 그의 얼굴선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고작 1달러로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진 보정 어플은 고마운 제품이다. 남자애는 잠깐 고심하다가 여자애한테 묻는다.

 

“어떡하지? 베스트가 세 장인데… 세 장 다 올릴까?”

여자애는 단호하다.

“그럼 과해. 한 장만 딱 올려.”

 

아쉽지만 이런 일에 관해서는 그녀의 안목과 판단을 신뢰하므로 그는 딱 한 장만 업로드하기로 한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눈을 내리깐 남자애의 얼굴을, 여자애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반반한 이목구비다. 하지만 턱뼈가 가늘지 않은 편이라 사진을 잘못 찍을 경우 넓적해 보이기 십상인 얼굴이기도 하다.

 

여자애는 남자애의 얼굴이 가장 날렵해 보이는 각도를 안다. 그를 오랫동안 찍어왔기 때문이다. 남자애가 멋진 모습을 하고 있을 때면 찍어달라는 요청이 없어도 그녀는 자연스럽게 아이폰을 들곤 한다. 둘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다. 그는 평소처럼 행동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의 잘 생긴 컷을 충분히 건질 수 있도록 조금 천천히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다. 그녀는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들을 카톡이나 에어드랍을 통해 그에게 전송한다. 헤비 인스타그래머인 남자애의 피드에는 그의 얼굴과 유머가 보기 좋게 아카이빙되어 있다.

 

여자애는 그만큼 활발히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쯤 단골 카페의 모서리나 고양이의 발바닥이나 커피 잔의 모양을 찍어 올리는 정도다. 각각 다른 오브제지만 매우 일관된 톤으로 그녀의 계정에 배치되어있다. 그곳은 각자의 미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소다. 여자애의 촬영과 조언을 반영하고 나서부터 남자애의 팔로워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런던 필터를 끼얹은 사진을 방금 전에 업로드 한 남자애가 그제야 여자애의 얼굴을 본다. 둘 사이에는 찬 커피 한잔과 뜨신 커피 한 잔이 놓여있다. 그는 여자애의 근황을 묻는다.

 

“그래서, 그 형이랑 뭐 어떻게 됐다고?”

여자애는 대답을 시작한다.

“카톡 답장을 너무 성의 없이 하는 거야. 나도 굳이 애쓰지는 않기로 했어.”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애의 시선은 금세 스마트폰 화면으로 옮겨진다. 누군가가 그의 사진을 좋아한다고, 또 다른 누군가들도 그의 사진을 좋아한다고, 자꾸 자꾸 알림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

“듣고 있어?”

여자애가 묻자 남자애가 대답한다.

“어. 한 마디로 별 진전이 없다는 거잖아.”

 

남자애는 멀티 플레이에 능한 편이다. 그가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주로 자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날이라는 걸 그녀는 안다. 그녀에겐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흔쾌히 그를 보러 나온다. 별 생색도 유난도 없이 그의 랜선 자아를 꾸며줄 적임자인 셈이다. 현재 남자애의 몸뚱아리는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어느 카페에 자리한 채 여자애를 바라보고 있으나 동시에 그의 자아는 인스타그램에서 무한 복제되며 확장되어 간다. 도쿄나 파리나 런던까지는 확장되지 못해도 그의 이미지는 한국의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전달되는 중이다. 그 사이 각자의 찬 커피와 뜨신 커피는 점점 비슷하게 미지근해진다.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는 남자애와 여자애는 애매한 온도의 수다를 몇 차례 주고받은 뒤 각자의 반지하 월셋집으로 돌아간다. 매달 집세를 내기에도 빠듯하므로 여행 계획은 아직 없다.

 

- 이슬아, <필터의 나라>

 

 

글에는, '인생샷'을 위해 열심인 남자가 등장한다. 어플 속에서는 누구보다 높은 온도로 소통하던 사람이, 정작 앞에 앉아있는 사람과는 세상 미적지근한 대화를 나누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찍는 것일까? 인스타그램에 '좋아요'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사진을 덜 찍게 될까?

 


 

좋아요가 없어진다면?


 

이것은 내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2019년에 인스타그램 측에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12개국을 상대로 일부 사용자에 한해 시범운영한 기능이었다.

 

이 기능을 적용하면, 기존에 좋아요 숫자가 보이던 방식과 다르게 '(좋아요 누른 한 명의 ID)님 외 여러명' 이라고 표시된다. 몇 명이 좋아요를 눌렀는지는 계정 소유자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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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 이러한 시도를 한 이유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경쟁이 과열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유령 계정'을 구입하고, 게시물에 좋아요 숫자가 적을 때 우울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게시물에 좋아요나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봐 포스팅을 꺼리게 된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유료로 좋아요 숫자를 올려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으니, 문제점의 심각성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인플루언서가 사라질 것이다


 

좋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라는 말에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인플루언서들의 소멸 가능성이다. 실제로 뷰티, 아트, 의류 계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의 마케팅 효과를 보아서 현재 많은 팔로워 수와 인지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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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기능 중 해시태그(hashtag)는, 단어 앞에 #를 붙여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들을 모아주는 기능을 한다. 이때 좋아요 개수가 많으면 상위에 노출이 된다. 그래서 인플루언서들은 해시태그를 자기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데일리룩' 을 검색한다고 가정하면, 좋아요가 많을수록 '인기 게시물'이 되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보이므로, 자동적으로 홍보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런데 만약 좋아요 기능을 없애게 된다면, 이러한 '인기 게시물' 들이 아무 힘을 얻지 못하게 된다.


 

 

콘텐츠에 집중할 것이다


 

다른 한 쪽은, 좋아요 기능 삭제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아요가 사라지는 건 양질의 컨텐츠 제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사실 현재의 인스타그램에서는 콘텐츠 이외의 것들을 의식하게 된다. 사진만 보게 되는 게 아니라, 좋아요가 얼마인지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그 사진에 가치를 매기곤 했다.

 

'소통, 취향 아카이밍, 트렌디한 정보 얻기, 브랜딩의 수단' 인스타그램의 순기능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그리고 이 기능들은, 좋아요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사람이 유명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 취향의 사진들을 업로드 하기에 팔로우를 하게 되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해주는 사람의 소식을 받아보고 하는 식으로.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그게 양보다는 질적인 기준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이미 피로도가 높은 우리 사회에서, 내 사진의 호감도까지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건 너무 피곤하니까.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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