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향과 직업선택에 대하여 [사람]

취향이 없어서 에디터가 되기로 했다.
글 입력 2020.07.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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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걱정이에요”


내가 항상 달고 살던 말이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았다. 취향을 사전에 검색해보면 이렇게 뜬다. ‘하고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취향이 확고한 사람은 어딘가 멋있어 보인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피드에 자신의 색이 확실한 사람들이 인기가 많다. 그래서 나도 산발적인 취향에 통일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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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고른 취향은 ‘시크한 블랙’이다. 단순하고 깔끔하고, 확실한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방방거리는 성격과 맞지 않아 금방 방향을 틀었다.

 

두 번째는 ‘원색 같은 에너지’였다. 열정 가득하고 시원한 행동력을 가지며 지냈다. 그런데 항상 채도가 높기란 힘든 일이었고, 채도가 낮은 잔잔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잔잔하게 살기로 했다. 파스텔 톤과 따뜻한 나무색들을 곁에 두며 지내야지. 그런데 웬걸, 지루하고 심심하다.


색과 분위기의 취향을 결정하는 일은 내게 중요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와 떼려야 뗄 수 없고,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일을 어떻게할지'와도 연관된 일이다.


그렇게 많은 색을 좋아해버린 탓인지, 나의 전공과 학교, 취미생활은 몇 번이고 바뀐다. 몸담는 집단과 모임도 자주 바뀌어 주위에 있는 사람에 물들기도 전에 다른 색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 보니 무지개색이 되고 싶은 욕심이 든다. 하나의 색만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무지개색이 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주어진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들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취향을 잘 선택하고자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블로그를 한다. 방문자가 늘고 나의 글과 추천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리뷰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욕심이 생겨 더 잘 쓰고 싶어졌다. 비평가이자 에디터인 가와사키 쇼헤이가 지은 <리뷰 쓰는 법>이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내가 계속해서 리뷰를 써나갈 수 있는 힘을 발견했다.


 

가치는 누군가에게 전달하여 객관성이 갖춰질 때 싹트는 것이며, 진정한 가치를 싹 틔우고자 하는 의지가‘가치를 전달하는 글’을 쓰게 하는 근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없는 자, 쓰지도 말라, 대상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그 대상의 현재와 미래를 이러쿵저러쿵 논한들 설득력도 없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을 촉발시키지도 못합니다.

 

 

가치를 전한다는 건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많은 영역에 대한 나의 관심과 애정은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지고,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계속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잘 엮어내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에디터, 편집자의 업무인 것 같다. 매거진 b에서 발행한  에서는 성공한 에디터들의 인터뷰를 묶어낸다.

 

 
사사히 노리이코: 수직이 아닌 수평, 또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과 일, 서비스나 재화를 연결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해요. 경제, 문화, 기술을 어떻게 더하고 빼고 곱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다채로워질 거니까요. 편집해가는 과정, 그 의미를 통해 이 세상을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나는 어떤 색도 아닌 하얀 색을 좋아하기로 했다. 모든 색들과 잘 어울리고 쉽게 질리지 않는 색이니, 오래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일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더 좋아하기 위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지키려 애써 보기로 했다.

 

 

매거진 b 발행인 조수용: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제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고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더 많이 세심하게 보려고 애써야 생기는 겁니다.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게 있어요.

 


[박은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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