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모두 지구에서 하나뿐 [도서]

<지구에서 한아뿐>이 보여주는 사랑의 특별함
글 입력 2020.07.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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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낯뜨거워지는 고백으로 글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나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공상과학, 판타지, 스릴러, 호러, 느와르 등 어떤 장르로 불리는 것 중에서는 싫어하는 것을 찾는 게 훨씬 빠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묘한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 이야기에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나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 장면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첫눈에 반하게 된 순간일 수도 있고,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진행되고 있던 것을 생각도 못 한 순간에 자각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랑 이야기가 독자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한 존재가 어떤 존재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 한 ‘구석’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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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의 소설로 인기를 끈 정세랑의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은 외계인과 인간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지구를 들여다보던 중 지구인 ‘한아’를 사랑하게 된 외계인은 한아를 만나기 위해 한아의 애인인 경민과 거래를 한다.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경민에게 우주여행권을 주는 대신 자신이 지구에서 ‘경민’으로 살아가겠다는 제안이었고, 경민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경민의 탈을 쓴 외계인과 한아의 사랑이 시작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경민은, 그러니까 지구인 경민의 탈을 쓴 외계인 경민은 왜 하필 한아를 사랑하게 된 걸까? 직접 만나본 적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심지어 경민은 오직 한 명의 지구인 한아를 만나기 위해 드넓은 우주를 떠나 지구로 왔고, 그 대가로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됐다.
 
아무리 봐도 경민의 선택은 비합리적이고, 왠지 고도로 발달한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할만한 행동은 아닌 듯하다. 경민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지구로 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한아일 것이고, 그래서 한아는 경민에게 묻는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왜 하필 나한테 반했냐고. 그 질문에 경민은 이렇게 대답한다.

 
“너는 비 오는 날 보도블록에 올라온 지렁이를 조심히 화단으로 옮겨주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고래를 형제자매로 생각했어. 땅 위의 작은 생물과 물속의 커다란 생물까지 너와 이어지지 않은 개체는 없다는 걸, 넌 우주를 모르고 지구 위에서도 아주 좁은 곳에 머물고 있었는데도 이해하고 있었어.”
 
 
경민의 눈에 한아라는 개인이 “우주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였다는 표현은 거창하지만 진실이다.
 
동교동에서 ‘환생’이라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주로 손님들이 가져온 낡은 옷을 변신시켜주는 한아의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삶으로 보이겠지만 한 외계인의 눈에는 그 소박하고 평온한 일상이 지극히 사랑스러운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애인이 꼼꼼히 분리수거를 하는 모습에 감동할 줄 알고, 환경과 지구를 애틋하게 바라볼 줄 아는 한아의 능력도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경민의 눈에는 경이로운 능력으로 보였을 뿐이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사랑이 가진 특별함을 보여준다. 아주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구석’도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빠질 이유가 된다는 것. 나도 몰랐던 구석을 누군가 들춰내고 반짝반짝하게 닦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특별함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정세랑 작가의 다정한 시선은 이 소설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지구에서 하나뿐이며, 사랑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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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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