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하우저는 예술을 생산과정에서 기계나 기술을 사용하는 행위로 보았다. 그가 말하는 기술은 넓은 의미의 기술이다. 목소리와 신체도 기술 도구로 보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와 함께 발전되었다. 기술이 진보했기 때문에 예술의 범위와 가능성도 확장되었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도구를 다루며 예술가가 되었다. 나 또한 발달된 인쇄 출판 기술 덕분에 혼자 힘으로 직접 쓴 작은 소설책 백 권을 독립출판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예술 향유자와 창작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들의 표현을 담아내고 느낌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장은 더욱 소중하다. 오프라인 60팀, 온라인 23팀. 총 83팀의 예술가들이 펼쳐내는 프린지 페스티벌이 단물 같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더욱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시도를 위해 장르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지향점은 예술가라는 정체성에 '그들만의 리그', 담을 쌓지 않는 기조에 긍정적 영향을 더한다.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예측 가능한 유명 가수 라인업이 없다. 그 대신 쉽게 단정지어 예측할 수 없는 다양성이 있다.
안 좋은 의미로 예측하기 힘든 요즘 사회 속에서 빠져나와 자발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즐거운 혼돈이라니! 지금껏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사회의 면면에 실망하고 등 돌리며 더욱 아등바등 안정되고 규칙적인 삶을 부여잡으려 노력하며 살아왔지만, 오히려 예술인들의 즐거운, 때로는 심오한 소동을 보면서 나도 그 파동의 일부가 되면 어떤 쾌감을 느낄지 모른다.
프린지 페스티벌을 가기 몇 주 전부터 설레는 이유다. 얼마나 다양한 기술과 도구로 이루어지는 예술이 있을까? 또 그 다양한 도구를 통해 표현해내는 예술가들의 매력은 얼마나 다양할까?
프린지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공간도 페스티벌의 성격을 일면적으로 보여준다. 본디 비밀 기지였던 이곳이 복합 문화 공간인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 된 것은 2017년. 얼마 되지 않았다.
SF 영화가 연상되는 산업적/미래적 구조의 건물이 띄엄띄엄 늘어져 있는, 도심 속 요새 같은 이곳에서 즐기는 문화예술은 그곳에서 느끼는 것들에 더 집중하도록 돕지 않을까. 흠뻑 매료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틀이 없는 공간과 작품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린지 페스티벌에도 적합한 너른 땅이다.
코로나는 이제 문화생활과 예술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프린지 페스티벌에게 코로나는 좌절이 아닌 시도와 도전이다. 대면 축제와 병행하는 비대면 온라인 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항이다. 대면 축제에서는 야외 공연을 위주로 진행하고 기존의 실내 작품은 온라인 페스티벌에서 전개한다.
온라인 페스티벌은 코로나 패닉 상황에서 예술 페스티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더해서 코로나가 불러일으킨 사회 면면과 인간의 변화를 프린지 페스티벌의 예술가들은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지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도 기대만으로도 작은 미소가 지어지는, 예술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