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맛의 추억 - 레몬청 만드는 법&핑거라임 [도서]

글 입력 2020.07.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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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야기를 묶어 판매된 이 작품은 표지의 상큼함과는 다르게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레몬청 만드는 법’에서는 일하는 곳에서 손님을 유심히 관찰한 이야기이고 ‘핑거 라임’에서는 상담가가 한 의뢰인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온전히 한 이야기의 주체가 아닌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 속에서 한 장벽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을 뛰어넘으면 과연 음식점의 알바, 상담자가 바라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

 

 

 

“레몬청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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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시작 레몬청을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해준다. 나는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같은 설명서를 읽어도 늘 상 실패하곤 한다. 라면마저 실패하는 나이기에 음식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레몬청 레시피는 그저 글, 의미 없는 글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품의 끝은 한 여성에게 레몬청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오로지 관찰자 시선에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때문에 관찰한 그녀가 어떤 사연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고개 숙여 웃고 있는 것인지 울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저 글쓴이는 평소와는 다른 루틴의 그녀가 위태로워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 위태로움에 쉽게 다가가지 않고서 그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준다. 레몬차 그리고 장소. 그 두 개뿐이다.

 

그녀는 13잔의 레몬청 차를 마신다. 그녀가 레몬청 차를 마신 것은 그 음료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13잔으로 채울 수 없던 쓸쓸함의 감정을 레몬의 신맛으로 잠재우려고 한다. 한 잔의 레몬청 음료는 상큼함에 상대와 나의 감정을 더욱 산뜻하게 만들어주지만, 13잔의 음료는 상큼함이 지나가고 결국 신맛만 남아있다.

 

그녀가 돌아보고 싶었던 것은 결국 그대와의 상큼한 순간이 아닌, 결국 그 사람과의 신 맛만을 남긴 순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손수건도 위로의 말도 모두 사치인 순간, 글쓴이는 그저 그녀의 잔에 물을 더욱 넣어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다.

 

글쓴이는 그녀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공감해보고자 레몬을 한입 물어보지만, 결국은 그만 뱉어버린다. 그러곤 이 쉬운 레시피를 그녀도 알았으면 한다는 말을 남긴다. 결국 그녀가 마신 레몬청은 쉬운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4일간의 숙성만 있다면 또 새로운 청을 만날 수 있다. 그녀가 마신 레몬청은 결국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이제는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할 시간 나는 그녀가 더 이상 레몬청을 맛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 신맛에서 벗어나 다른 청을 맛봤으면 한다.

 

 


“핑거 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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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 보는 과일이었다. 이미지를 찾아보니 뭔가 호박 비슷하게 생겼으며 내부는 투명한 유리구슬이 모여있는 느낌의 과일이었다. 신세계였다. 이런 상담도 한다는 것에.

 

단순히 충격 요법으로 의뢰인의 입에 쓰고, 신 핑거 라임을 한 입 먹게 한다. 괴로워하면서도 그 속에서 누군가는 희망을 찾고, 누군가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버린다.

 

고통이 자신의 고통을 말하게 한다. 그렇다. 이 방법은 1년에 최대 5번 만 할 수 있게 되어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레몬청 담그는 법’은 그래도 내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이야기라면, ‘핑거 라임’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에 속했다.

 

 

“핑거라임을 딱 하나만 더 먹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핑거라임을 씹는 순간에 느낀 고도의 해방감, 평상시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났던 감각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꾸는 꿈 중 하나가, 심리상담사가 아닐까 싶다. 나도 어릴 적 한 번 꿈꿔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심리상담사가 아닌 프로파일러가 꿈이었으나, 두려움과 현실에 나의 꿈을 꺾어 버렸다.

 

상담사란 직업이 그렇다. 자신의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 그들도 인간이며, 실수한다. 하지만 그들의 실수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잔인한 시스템 속 결국 그 잔인함이 지켜져야만 하는 직업윤리. 글쓴이는 그 윤리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살짝 그 경계를 넘어버린다.

 

수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람은 실어증에 걸렸다. 그 사람은  귀마개를 통해서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서 모든 소리를 차단해 버렸다. 이상하게 어느 순간 귀마개에서 자신의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들은 것은 그저 자신의 속에 있던 이야기에 불과하다.

 

두 작품 모두 한 사물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음식에 과일에 불과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중한 이야기 거리, 추억거리가 되어버린다. 음식은 그런 힘이 있다. 먹었던 순간의 분위기, 대화들을 기억하게 한다. 레몬과 핑거라임 모두 신맛에 그들에게는 더욱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다가온 것은 아닐까.

 

 

[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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