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전히 거침없이 하이킥! [TV드라마]

시끌벅적한 추억의 시트콤
글 입력 2020.07.28 19:3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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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튜브 채널의 편집 영상을 통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종영한 지 벌써 13년이 넘어 이제는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만 머물러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편집 영상은 매회 조회 수 10만을 넘으며 폭발적인 댓글 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거침없이 하이킥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설적인 시트콤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에 이번 오피니언에선 우리가 왜, 아직 거침없이 하이킥을 잊지 못하는지 분석해봤다.

 

 

 

언제나 떠들썩한 이&박 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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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에선 이순재·나문희 부부를 비롯해 아들 이준하와 이민용, 며느리 박해미, 손자 이민호와 이윤호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이들은 한방병원 건물에서 다 함께 살고 있지만, 존재감이라면 둘째가도 서러울 만큼 각자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화가 많은 성격이면서 가문을 중시하는 할아버지, 정 많고 따뜻하지만 며느리가 미운 할머니, 주식에 빠진 식탐 많은 백수 아버지, 기가 세고 완벽주의인 어머니, 무심한 듯 츤데레인 삼촌, 여자친구라면 간도 쓸개도 다 빼주는 모범생 형, 불량학생이라 불리지만 순수한 동생 등. 시트콤에서 설정된 이들의 성격은 이 씨네 가족을 언제나 바람 잘 날 없게 한다.

 

하지만 이런 떠들썩함이 하이킥 가족의 매력이다. 오디오 공백 없는 등장인물들 간의 티키타카(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를 일컫는 용어)는 화면이 꺼져도 여전할 것만 같다. 그렇기에 에피소드를 보고 나면 ‘이 가족 참 재밌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또 한편으로는 언제나 대화로 가득한 가족 분위기가 부러워진다.

 

가족 구성원이 5명이면 많다고 느낄 만큼 핵가족화가 된 세상에서 이제는 1인 가구의 비율도 늘어났다. 철저한 개인주의로 타인과의 소통도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해졌다. 고립과 외로움이 당연시된 만큼 시끄러운 환경에 대한 그리움도 덩달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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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의 가족들은 이런 우리에게 시끌벅적함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켜준다. 언제나 유쾌함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여느 가정처럼 고부갈등과 형제간의 다툼, 부부싸움이 있어도 심각함을 오래 두진 않는다. 사건의 위기를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가볍게 풀어내는가 하면, 흐뭇한 감동코드로 해결하기도 한다.

 

극 중 나문희는 기 센 며느리 박해미를 ‘싹퉁바가지’라고 부르며 미워하지만, 이후 박해미가 친척들로부터 무시당하는 나문희를 두둔하며 그 관계가 조금씩 호전된다. 박해미와 앙숙 관계인 이민용 또한, 조카 이윤호의 말썽으로 속상해하는 형수를 위로하며 가족애를 보여준다.

 

이처럼 투닥거려도 중요한 순간엔 가족애로 뭉치는 이들의 모습은, 혼자인 우리가 가족의 안정감을 다시금 느끼도록 도와준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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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은 이 씨네 가족의 객식구인 범이 이민을 하고, 이민용이 연인 서민정과 헤어진 후 전 처였던 신지와 재결합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와 함께 민호는 여자친구 유미와 결국 헤어졌으며 윤호는 휴학 후 긴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같은 결말을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다소 찝찝한 여운을 줬다며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식구나 마찬가지였던 범이 결국 이 씨네 가족과 헤어지는 것도 아쉬운데,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이민용·서민정 커플까지 굳이 헤어지게 놔뒀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6개월이 넘는 긴 방영 동안 등장인물들에게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던 만큼, 시청자로선 극 마지막에 다룬 이별 이야기가 섭섭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필자 또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결말을 본 후 못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얽히고설킨 모든 관계가 끝까지 유쾌하게, 그리고 끈끈하게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허상임을 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유쾌했던 시트콤에서조차 이별을 겪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거침없이 하이킥을 지금은, 왜 이별이라는 장치가 필요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생각해보면 범이와 이 씨네 가족, 이민용과 서민정의 이별에는 특별한 의도가 담겨 있진 않았다. 어떠한 상황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헤어질 때가 왔을 뿐이었다. 회자정리, 즉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반드시 있는 법’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이 불변의 법칙이 시트콤에도 적용된 것이었다. 모든 관계가 영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의 결말은 터무니없는 아쉬움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마무리였다. 이는 결국 세상엔 영원한 만남은 없음을 시사했고,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 서로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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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인물들이 유쾌했던 만남 뒤 아쉬운 이별을 겪었던 것처럼, 우리 또한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을 통해 유쾌함을 얻고 마지막의 아쉬움을 달랬다.

 

호통치는 순재 할아버지와 ‘오케이~!’를 외치는 해미, 와구와구 밥을 먹는 준하의 모습도 언젠가 막을 내렸고, 이를 보며 TV 앞에서 깔깔 웃어대던 나도 영원하지 않았다. 이 또한 모두 자연스럽게 이별하게 된 모습들이다. 이제는 마음 한 편에 저장해놓은 채 그리워할 시절이 됐다.

 

이는 우리가 여전히 거침없이 하이킥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트콤의 내용을 전부 알고 있는데도, 굳이 찾아보는 것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트콤을 다시 보면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그 시절을 기억한다. 지독하게 바쁜 일과로 채워지는 하루 중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만으로 무언가를 추억하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만나게 해준, 그리고 다시 기억하게끔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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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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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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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진
    • 오랜만에 저도 유튜브 채널덕에 향수에 젖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이런 좋은 글까지 읽고 가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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