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터치 'The Touch'

현실적이고 원시적인 감각의 공간들
글 입력 2020.07.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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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터치

The Touch

 

머물고 싶은 디자인

Spaces Designed for the Senses



The TOUCH_Cover3.jpg

 

 

지은이

킨포크, 놈 아키텍츠

 

옮긴이 : 박여진


출판사 : 윌북


분야

건축, 디자인, 사진


규격

210*288mm


쪽 수 : 288쪽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정가 : 29,800원


ISBN

979-11-5581-282-2 (03540)


 



 

개인적으로 공간 건축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있는 편이라 눈에 띄는 관련 서적이나 매체가 있으면 한 번씩 훑어보곤 합니다. 잡지도 모두 그런 유의 잡지를 보고, 챙겨보는 TV 프로그램도 집거래, 리모델링, 이사, 원룸에서 100억짜리 집 소개 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이런 매체에선 대부분이 트렌디하고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공간들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이 자동, 자동, 자동으로 쉬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집의 바닥에 일본의 대나무를 쓰고 싶다면 그저 수입해오면 되고, 만약 대리석 살 돈은 없지만, 대리석 느낌을 내고 싶다면 대리석 느낌이 나는 페인트나 시트지를 발라버리면 문제해결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대에선 건축과 공간에 있어서도 모든 것이 편리하지만  자연스럽거나 진짜 같은 느낌은 늘 부족합니다.

 

우리가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건축들에선 빛과 자연, 재료, 사람 등은 집의 중심이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일 순위인 돈과 그 뒤를 줄줄이 따라오는 학군, 편의성, 방범, 역세권 등의 수만 가지의 조건이 집을 판단하는 데에 주요 지표가 되지요.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현실적이고 실용적입니다.

 

가진 예산에 정확히 들어맞고, 원하는 용도에 들어맞는 공간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위에도 말한 진짜 삶 같은 느낌, 내가 기계가 아닌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는 느낌은 늘 부족합니다. 과하게 효율을 따지다 보면 자연스러운 요소들은 모두 인공적으로 대체되어 버리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그동안 제가 주로 보아왔던 트렌드와는 전혀 다르고, 역세권과 학군 좋은 집 찾기와는 더더욱 다른, 공간과 건축에 대한 아주 새로운 기준을 세워줍니다. 아주 현실적이며 동시에 아주 비현실적이고, 아주 현대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원시적인 공간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 속 사진만 보면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기엔 무리 일 듯한 공간 같습니다. 각각 다양한 목적으로 지어진 건축들이지만, 들어서면 예술작품과 모델하우스 냄새가 맡아질 듯 하고요. 그런데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사진들을 보다 보면 너무 신기하게도 책 속의 말도 안 되는 공간에서 어디서도 찾지 못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깁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저 공간에 가보고 싶은 대신, 이젠 책을 놓은 그 자리에서 그러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있는 바로 그 무료한 현실에서요.

 

책엔 정말 작품 같은 공간들도 있지만, 사용 중인 학교의 건물, 호텔 등 실용적인 공간들도 있습니다. 사실 도시의 하수구까지 핀란드산 자작나무로 장인이 깎아 만들 순 없으니까요.

 

이 책이 말하는 바는 모든 건축들이 시각적으로 이렇게 생겨야만 좋은 건축이라고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태어난 듯 모든 것을 낯설게 감각해 봄으로써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실감할 수 있고, 그러한 감각을 건축과 공간을 매개체 삼아 누구나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촉각적 경험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건물이나 가구, 다른 모든 것의 설계도를 그릴 때에도 모서리나 표면의 감촉이 어떨지를 생각하게 되지요.”

 

- 더 터치, 147P, 유하니 팔라스마의 인터뷰 中

 

 

책에 실린 핀란드의 유명 건축가인 유하니 팔라스마의 인터뷰 중 한 문장입니다. 제게 이 한 마디는 책이 말하는 바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말로 느껴집니다. 현실을 환기하면서 동시에 현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공간. 그 무엇보다 실감하며, 동시에 그 언제보다 공간을 감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

 

이 책은 단순한 멋진 공간 관광 안내서는 아닌 듯합니다. 단순히 모더니스트와 미니멀리스트의 집을 소개하는 책 같기도 하지만 아닙니다. 만약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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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쭉 본 후 지은이인 킨포크와 놈 아키텍츠가 정확히 뭔지가 궁금해 찾아보니, 둘 다 인간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하네요. 가끔 이렇게 책을 출판하기도 하고요.

 

책이 두껍고 무기로 써도 될 만큼 무겁긴 하나, 안의 내용은 알차고, 사진 색감이나 인쇄의 질도 생각보다 더 괜찮습니다. 현대사회가 놓치고 있는 아쉬움을 잘 통찰했고, 저의 가치관과 비슷한 책이라 사실 더 호감이 갑니다.

 

공간이라는 것이 빠르게 개인화되어가고 있고, 세밀화되어가지만 그 모든 세세한 조건을 뛰어넘을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가 만든 모든 공간은 인간이 사용하는 공간이란 것 아닐까요? 그런데 과연 지금껏 인류가 지은 건축과 공간들이 모두 인간 친화적이었는지는 한 번쯤 의문을 품고 이 책을 만나볼 법합니다.

 

책에 관해 잘 설명한 북트레일러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네요.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고, 자막도 있어 보는데 불편함 없으실 듯 합니다. 함께 올려보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The Touch - Spaces Designed for the Senses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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