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으로 공유되는 기억 - 도서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글 입력 2020.07.3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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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

나는 그 음악을 듣는다.

결코 잠들 수 없는 밤이다

 

- 최정동

 

 

아무도 없는 듯한 고요한 새벽, 드뷔시의 <달빛>을 틀며 나 홀로 감성에 젖어 든다. 유튜브로 음악을 들을 때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댓글을 읽는 것이다. 특히 Clair de Lune의 경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적는다.

 

자신을 오랫동안 힘들게 했던 한 첫사랑이 언제나 쳐주던 곡, 노인이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할머니가 연주해주던 곡,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넘은 남편을 계속 기억하게 하는 곡. 이 곡에 깊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과거,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어느 순간 이 영상을 클릭하는 이유가 곡을 듣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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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유일하게 알고 즐겨듣는것은 드뷔시의 <달빛>뿐이다. 음악 에세이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의 프롤로그에 따르면 저자 또한 음악 문외한이었다.

 

학창 시절, 음악 과목 성정은 ‘수, 우, 미, 양, 가’ 중 ‘미’였을 정도로 그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음악이 뮤즈가 되어 음악 칼럼까지 쓰게 된 것은 모두 우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레코드점을 지나가다 들렸던 곡 때문에 클래식을 푹 빠지게 되고 그야말로 음악 애호가가 되었다.

 

‘미’에서 애호가가 되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와 인문학의 이야기가 에세이에 담겨있다. 유튜브 <달빛> 영상의 댓글들이 한 음악으로 서로가 공유되듯,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또한 음악을 통해 저자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 과연 어떤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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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바흐부터 송창식까지, 재즈부터 국악까지

정통 클래식이 아니어도 괜찮을 만큼

멋진 음악 이야기

 

국판 / 반양장

352쪽 / 값 19,000원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장르와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녹여져 있다. 바흐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정통 클래식 작곡가들은 물론이고, 몇백 년 후 '제2의 베토벤'으로 불릴 현대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까지 망라하고 있다. 「화양연화」 「붉은 돼지」 등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미스터 션샤인」의 OST로 쓰인 뉴에이지, 샹송, 올드 팝도 함께한다.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마다 곡을 소개하고 책 속 QR코드를 통해 독자 또한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QR코드를 스캔 후 해당 노래를 들으면서 에세이를 읽어나가면 그 재미는 더하다.

 

아니, QR코드를 통해 나온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야 한다. 한 작곡가의 곡을 어떤 연주자가, 어떤 악기로 연주했는지 청자에게 주는 느낌과 인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을 들으면서 에세이를 읽어나갈 때 잠시 바쁜 일상 속 휴식을 취하는 듯한, 잠시 템플 스테이라도 다녀온 듯 힐링이 된다.

 

 

 

서툰 연주와 우직함


 

드뷔시는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 작곡가다. <달빛>은 특정한 기승전결이 없으며, 달과 호수가 잔잔하게 보이는 밤의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하는 <달빛>은 깨질 것처럼 여리면서 가장 은은하게 밤의 풍경이 보인다. 물이 흘러가듯, 달빛이 물에 비치듯 은은한 감성과 다르게 연주한 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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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시게티의 <달빛>이다. 처음 에세이를 통해 이곡을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바이올린 특유의 예민한 소리가 피아노와 너무 달라서 소름 끼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바이올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저자의 말처럼 요제프 시게티의 연주는 묘하게 엉성하면서 서툰 느낌이 든다.

 

바이올린 특유의 끼익거림이 계속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그의 서툰 연주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우직함이 느껴졌다. 끼익거리는 소리와 반대되게 우직함이라니.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그 우직하면서 서툰 듯한 연주가 이유 없이 듣기 좋았다. 묵묵하게 연주해나가는 바이올린 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놓이게 했다.

 

기존 피아노로만 느꼈던 은은한 달빛과 달리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달빛>은 은은한 달빛과 그것이 비친 호수를 넋놓고 보는 느낌이다. 그에 반해 요제프 시게티의 연주는 은은한 호수를 바라보는 머릿속이 복잡한 인간을 들여다본 것 같다. 그래서 더 연주에 공감되고 끌리는 것 같다.

 

 

 

음악, 공유하다


 

어떤 음악을 듣는 순간, 그때의 기억들이 와르르 기억날 때가 있다. 그렇게 추억과 음악의 관계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그와 달리 음악 에세이는 다른 매력이 있다.

 

분명 다른 사람의 기억과 경험인데 음악을 들으면서 에세이를 읽는 순간, 마치 내가 그 사람의 인생을 산 것처럼, 기억이 조작당한다. 그 일을 겪어본 적이 없는데 마치 겪어본 것처럼 온몸으로 공감이 된다. 누군가와 음악을 공유하고 생각과 감성을 공유한다는 것이 이렇게 직관적인 일인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에세이를 통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잠시 쉬고 싶을 때, 어느 여름밤 잠시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음악의 여신 뮤즈가 내게 온 순간들 -


지은이 : 최정동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예술/대중문화 > 음악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정가 : 19,000원

ISBN
978-89-356-6339-2 (03670)





저자 소개

  
최정동
 
역사 기행과 음악 듣기를 오랫동안 해왔다. 두 가지 주제로 몇 권의 책도 냈다. 첫 책 『연암 박지원과 열하를 가다』(2005)는 고전 『열하일기』의 현장을 다녀온 기록이다. 『로마제국을 가다 1·2』(2007·2009)는 고대 로마제국의 영역인 지중해 주변의 광대한 세계를 두 발로 여행하고 쓴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2014)은 여행과 음악이 결합된 글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태어난 아이제나흐에서 시작해 마지막 27년을 살았던 라이프치히까지 순례하듯 여행했다. 역사를 읽으면 현장을 거닐고 싶고, 음악을 들으면 예술가의 체온을 느끼고 싶다. 그런 확인을 통해 역사와 음악은 더 생생해진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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