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 - 툴루즈 로트렉展

툴루즈 로트렉과 그 작품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7.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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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전_포스터_최종.jpg

 

 

고흐의 절친한 친구였다는 툴루즈 로트렉, 나는 그를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를 몰랐던 상태임에도 전시에 가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여러 후기를 통해 접한 개성 있는 그림체와 독특한 표현방식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앵콜 전시에서는 툴루즈 로트렉의 드로잉, 판화, 스케치 등 150여 점의 작품 외에도 새롭게 보강된 미디어아트 8점, 에필로그 영상에서 추가내용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먼저 그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를 소개하고, 후에 여러 섹션을 둘러보며 느낀 나의 감상을 말해보고자 한다.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 툴루즈 로트렉


 

로트렉은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와 밤 문화의 상징 물랭 루즈 등을 무대로 파리 보헤미안의 일상을 날카롭게 그려낸 프랑스 화가이다.

 

그는 ‘벨 에포크’를 대표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벨 에포크’란 보불전쟁(1871)이 끝나고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 정치적 안정과 문화적 풍요를 누리던 프랑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대를 뜻한다.

 

이때 파리에는 산업과 예술과 문화가 번창했고, 이를 대표하는 예술 분야는 미술이었다. 그는 가장 활약이 두드러졌던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어떤 예술 유파에도 휩쓸리지 않으며 천부적인 감각과 재능으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나갔다. 가령 대상의 형태나 움직임을 정확히 관찰하고 그 특징을 포착하는 능력 등을 이용해서 말이다.

 

 

 

인생의 전환점 – 물랭 루즈


 

1889년, 몽마르트에 오프한 물랭 루즈는 파리의 명소이자 유명 인사들이 드나드는 최고의 사교장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로트렉의 작품 세계는 큰 변혁을 맞게 되었다.

 

그에게 물랭 루즈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자 아틀리에였고, 그곳에서 펼쳐진 공연과 사람들은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물랭 루즈를 매일 밤 오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그림에 담아냈다.

 

1891년 가을에 제작한 포스터 <물랭 루즈, 라 굴뤼(Moulin Rouge, La Goulue)>는 로트렉을 파리의 유명인사로 만들어주었다. 이를 기점으로 석판화 기법을 이용한 포스터와 판화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Moulin Rouge, La Goulue.jpg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상당수가 ‘물랭 루즈’를 다루고 있었다. 이어 소개할 ‘뮤즈’에서 이에 관해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Section : 뮤즈


 

작년에 2001년 작 <물랑 루즈>를 감상하고 그에 대한 평을 쓴 적이 있다. “사랑과 낭만을 노래하는 열정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은 제목으로 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물랑 루즈’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샤틴이었다.죽음을 앞에 두고도 무대에 나가는 모습을 보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녀의 심정이 이해되어 더욱 안타까웠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인데 그 누가 그녀를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남들에게 최고의 쇼를 선사하는 그녀는 구경꾼들에겐 단순 노리개 혹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대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대에서 열정을 펼치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화려하고 빛났다.

 

 

movie_image.jpg

 

 

앞서 영화 <물랑 루즈>를 이야기 한 건 이 섹션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샤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몽마르트의 화가’라 불리는 툴루즈가 실제 몽마르트의 밤 문화를 꽃피우는 여인들을 담아냈기 때문일까?

 

이를 상류사회를 조롱하기 위해서 표현했다니, 그의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시도에 감탄했던 것 같다. 특히 그녀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올곧은 시선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Jane Avril.jpg

 

 

이러한 일을 하면 힘들고 고될 것이라는 편견이 어느 순간 머리에 박혀있던 건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러했다. 샤틴을 동정했지 않는가? 그녀는 그 일을 하며 정말로 행복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 작품의 모델은 그 어떤 누구라도 될 수 있다. 신분과 출신에 상관없이 말이다. “천박하다”, “더럽다” 등의 시선을 받는 그들은 이 작품의 뮤즈로서 뛰어난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작품의 뮤즈라니,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스러운가.

 

그야말로 로트렉의 뮤즈 들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Section : 여자


 

앞서 소개한 뮤즈와 비슷한 양상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말 아무런 과장 없이 보이는 대로 그려낸 작품들 말이다.

 

그가 몽마르트의 유곽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며 여성들을 지켜보고 이를 화폭에 담은 <엘르(Elles)>부터 아프리카로 가는 배 위에서 마주한 여성을 담은 <54번 객실의 여행자(The Passenger in Cabin 54)>까지 감상하며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lles.jpg


The Passanger from Cabin 54.jpg

 

 

특히 후자는 다른 작품에 비해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상당히 많은 여자를 만났던 로트렉이 처음 본 사람을 모델로 그려서일까? 알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이 공존하는 그림이었다. 그녀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시선에서 왠지 모르게 그와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섹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왠지 모르게 눈을 뗄 수 없던 작품이었다.

 

 

 

Section : 현대 포스터의 선구자


 

이 섹션에는 여태까지 봐온 작품들이 포스터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캡션과 함께 되돌아보니 2회차 관람 같은 느낌? 어느새 작품과 친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전시를 보는 몇 시간 내에 그의 작품에 완전히 적응했다고나 할까. 그만의 감각적인 그림은 이제 어디에 걸려있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Ambassadeurs. Aristide Bruant Dans Son Cabaret.jpg


La Revue Blanche.jpg

 

 

포스터를 구성하는 글과 그림은 정말 센스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현대의 포스터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오히려 약간은 밋밋했던 그림에 숨을 불어넣어 준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물론 그림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포스터로 접했을 때 그의 예술성이 더욱 짙게 드러나는 것 같다.

 

그의 포스터는 최초의 현대적인 포스터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그 짧은 생애 동안 남긴 31점의 포스터 작품으로 대중을 위한 미술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It is fair to say that without Lautrec, There would be no Andy Warhol.

(로트렉이 없었다면 앤디 워홀은 없었을 것이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USA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에필로그


 

에필로그 영상이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체감 상으로는 그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로트렉의 일생에 관해 들으며 그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근친혼의 영향을 받은 탓에 귀족의 예술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장애도 가졌기에 152cm 남짓의 키로 평생 지팡이에 의지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승마와 사냥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교양의 일부이자 치료 과정이었던 그림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말과 승마’ 섹션에서 그의 말에 대한 사랑과 승마에 대한 욕구를 짐작할 수 있었기에 정말 안타까웠다.

 

 

Le Jockey.jpg

 

 

자신이 키만 작지 않았어도 그림 외의 다른 일을 도전했을 거라 하는데, 불리한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림을 그리게 된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정말 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면 조금 다른 경우지 않은가.

 

그는 결국 건강 악화로 인해 37세가 채 못 되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다 갔다. 동시에 많은 것을 후대에 남기기도 했고 말이다. 이렇게나 훌륭한 작품들을 남기고 간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

 

이번 전시는 정말 ‘툴루즈 로트렉 展’답게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온전히 로트렉 그 자체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롭게 추가된 미디어아트에서는 작품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의 초기 드로잉을 보면서는 이후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에필로그 영상이었다. 만약 이를 처음에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그에 대해 먼저 알고 봤다면 이후에 감상할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지 않았을까. 나도 마지막에서야 그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 전시는 툴루즈 로트렉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모르는 상태로 다녀왔기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한 번 더 알아가는 마음으로 다녀와 보길 추천한다.

 

 


 


툴루즈 로트렉展

 Henri de Toulouse-Lautrec


일자 : 2020.06.06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에디터.jpg

 
 
[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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