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처폰을 그리워 하는 글 [문화 전반]

흔하디 흔한 스마트폰 중독자의 후회 글
글 입력 2020.07.2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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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그리워하는 대상이 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문득 떠오른다. ‘지금 내 옆에 있어 준다면 내 일상이 좀 더 보람찰 수 있지 않을까?’, ‘옛날엔 지루하기만 했는데 왜 이제 와서 계속 떠오르는 걸까?’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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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내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바로 피처폰이다.

 

차가운 도시 속 필수품이지만, 도시의 냉랭한 온도를 대신해 늘 뜨거운 스마트폰과 24시간 365일 일심동체가 되어 살아가는 내가 까맣게 잊고 있던 피처폰을 기억에서 끄집어낸 계기는 바로 추억의 피처폰을 소개하는 블로그 포스팅을 우연히 읽고 난 뒤부터였다. 롤리팝 폰, 아이스크림 폰... 스크롤을 내릴수록 피처폰의 자태와 함께 십 년 전만 해도 그것을 선망하던 어린 나의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학생 신분에는 공부만 하고 남자와 연락도 하지 말라는 보수적인 부모님의 엄포와 함께 스무 살이 되기 직전까지 피처폰을 써야 했다. 그래서 피처폰에 대한 애증이 컸다.

 

노래가 너무 듣고 싶어 친구들에게 스마트폰을 잠시만 빌려달라고 부탁하던 굴욕적인 기억, 그나마 2G폰으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라디오밖에 없어 열심히 사연을 들으며 울고 웃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스무 살을 맞이해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을 땐 게임의 가장 어려운 퀘스트까지 깨 내고 얻은 보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짜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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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빠르게 가까워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에 접속했고, 나의 소중한 추억을 더 좋은 화질로 저장하고 SNS에도 정리할 수 있었다. 좋은 문화생활 소식을 틈나는 대로 접할 수도 있어 고마웠다.

 

노래는 틈나는 대로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스마트폰과 동고동락한 지 4년째, 지금 나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없이는 지금이 몇 시인지, 오늘이 며칠인지,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시력은 더 나빠졌고, 건조해진 눈 때문에 렌즈를 끼면 눈이 아프기 일쑤고, 거북목이 되었다. 집중력은 한 회당 10분에서 3분으로 더 줄었다.

 

가장 달라진 것은 내가 이렇게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을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요즘 따라 자주 드는 것이다. 영화 아가씨의 명대사,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가 묘사하는 적확한 대상이 나에게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그래서였다. 지루한 고철로 영원히 기억될 줄 알았던 피처폰이 그 이미지를 변모하여 컴팩트한 기능과 쓸모의 물건으로 나에게 날아든 것은. 그러나 알량한 자존심 때문일까, 흔한 중독자의 항변인 걸까. 서울 한복판에서 피처폰을 들고 일상생활을 하는 나의 모습을 아른아른 상상해보아도 찝찝함이 가시질 않는다.

 

그런 기분으로 검색을 시도한 끝에,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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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니멀리즘’ 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 칼 뉴포트는 시도 때도 없는 디지털 접속으로 인해 나처럼 ‘정작 몰입해야 하는 것에 몰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된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 전략과 함께 제안한다. 이 책을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우선은 스마트폰의 작은 기능부터 끄집어내 내 눈앞에 놓아볼 예정이다.

 

사실 당장 이 글을 쓰면서도 스마트폰을 의미 없이 얼마나 많이 뒤집어댔는지 세지도 못하겠다. 고등학교 때 나의 낭만은 스마트폰을 쥐고 바삐 서울을 누비는 것이었다.

 

지금 나의 낭만은 스마트폰 한번 쳐다보지 않고 정신없이 책을 읽다가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다. 시간을 확인한다는 핑계로 너무나 쉽게 뒤집는 스마트폰을 뒤로하고, 예쁘고 기능 좋은 전자시계부터 구매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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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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