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럼에도 난 서툴겠지만 – 감정도 설계가 된다 [도서]

우리는 사랑이 필요하다
글 입력 2020.07.2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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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번은 ‘견제 학과’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시험 기간만 되면 동기들끼리 견제를 심하게 한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예전에는 시험 기간에만 연락하는 동기들이 무척이나 미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미운 건, 그 동기의 연락을 거절 못 하는 나 자신이었다. 지금이야 거절도 잘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잘 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 당시의 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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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로 <감정도 설계가 된다>를 읽을 기회가 생겼고, 책을 읽으며 ‘예전의 나에게 보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만큼이나 이 책 속에서 ‘사람 관계’와 관련된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약간의 사랑만으로도 많은 것을 치유할 수 있다.


 

 
숨을 내쉴 때마다 빛과 사랑을 내뿜는다고 생각하라. “당신에게 빛과 사랑을 보냅니다.”라고 되뇌어 보라. 거듭 반복하라. 이것은 당신이 찾아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연습이다. 약간의 사랑만으로도 많은 것을 치유할 수 있다. p.124
 

 

개인적으로는 위의 구절은 책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불안, 화, 자기연민, 복수, 무기력 등의 감정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말하는데, 이는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닌 친구 간의, 가족 간의, 또 자기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생각해보면 작가가 얘기한 ‘사랑’은 부정적인 감정의 호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는 듯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울증 치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인과의 스킨십’이 있다. 실제로 상당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하루에 한 번 이상 가벼운 포옹을 한 경우, 그 사람의 우울감이 많이 내려간다고 한다.

 

또, 자신도 모르게 베풀었던 사랑으로 학창 시절을 행복하게 보낸 사람들도 존재하며, 친구나 가족 간의 사랑과 배려가 든든한 지지대로 작용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찾을 수 있는데, 입양된 유기견들이 보호자의 사랑을 받고 다시 활력을 얻는 경우나, 예전에 자신을 키워준 사육사를 단박에 알아보는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이 책에서 작가가 얘기한 ‘사랑’은 다음과 같은 말로도 바꿀 수 있다.

 

 
“그 사람의 인성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한없이 잘해주어라.”
 

 

한국 사회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말인데, 비슷한 예로는 “감투를 쓰면 그 사람의 본성을 안다.”가 있다. 즉, 타인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위치일 경우, 그 사람은 가면을 쉽게 벗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내가 지는 느낌이 들어서 싫어했다. 사람 관계에 위아래가 존재하는 것 같았고, 또 내가 한없이 배려할 때, 나는 ‘을’의 위치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남이 귀한 만큼 나도 귀하다. 사람들은 한 번씩 자신이 귀한 존재임을 잊고 타인의 무례함을 기꺼이 감수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이며, 타인에게도 자신의 사회성을 고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당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말하라. 바른 자세로 앉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신에게 해도 괜찮은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이 무엇인지 말해라. 동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은 무엇을 용납해야 하고, 무엇을 용납하면 안 되는지를 알고 있다. p.131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의 인성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한없이 잘해주어라.”를 다시 읽어보면, 타인과 자기 자신, 서로에 대한 배려인 것처럼 여겨진다. 자신의 인생에 타인이 큰 페이지를 차지하기 전에 알아보고,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관여해도 괜찮은지 알아보는 과정을 주는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서툴겠지만,


 

사실 책에서 ‘사랑’이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지만, 아직 나는 사랑을 표현하고, 또 받은 사랑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 역시 나에겐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가 칭찬을 한다면 한 번쯤은 “아니에요”라고 부정하는 게 미덕인 사회여서 그런 것인지, 경쟁 사회에서 나만 뒤처질까 봐 스스로를 다그치는 게 일상으로 자리를 잡아서 그런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랑을 표현하되,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베푸는 것은 건강한 사랑의 표현법이 아니다. 타인이 귀한 만큼 나 자신도 귀한 것을 유념하며, 오늘부터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또 사랑을 표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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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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