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형이 잠든 곳으로의 초대 -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글 입력 2020.07.20 10: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는 인형에 큰 관심이 있지도, 오싹한 것을 즐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 전시는 끌렸다. 나 자신이 성인이 된 이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나의 취향과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목탄과 콩트를 즐겨 사용하는 드로잉 작가의 전시를 굉장히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퀘이 형제의 퍼펫들은 2016년 당시 내가 느끼고 보았던 드로잉 작품들과 우연히 닮아 있다. 전시 내내 퀘이 형제와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느꼈던 인상에 초점을 맞추어서 리뷰를 쓰려 한다.

 


20200711134421_IMG_2946.jpg
들여다 보도록 한 오브제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에 마주친 작품이다.

 

확대경 안에 들어있는 이 오브제는 관객으로 하여금 관음 하듯이 물체를 숨죽여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또한, 확대경의 과장되어 보이는 효과 때문에 물체를 온전히 볼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숨죽여 정교하게 만들어진 오브제를 바라보며 문득 '이 물체가 움직이면 어떡하지'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였다. 공포스러우면서도 감탄이 나오는 전시의 시작이었다.



KakaoTalk_20200720_084449939_06.jpg
퀘이 형제의 블랙 드로잉

 

 

위는 퀘이 형제의 블랙 드로잉이다. 입체 매체인 퍼펫 애니메이션의 기반이 되었던 블랙 드로잉들이 걸려 있는 복도를 진입하니, 2016년의 드로잉 전시와 유사한 느낌이라고 뭉뚱그려 추측하였던 부분이 확실해졌다.

 

다크한 느낌의 작품을 보며 2016년 당시의 나로 돌아갔다. 디테일들을 들여다보며 그곳에서 느껴지는 진실성과 몰입을 조금씩 음미하였다. 동시에 차음부터 끝까지 입체를 만들고 움직이는 퍼펫 애니메이션이 기대되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 형제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는 구간으로 들어갔다. 퍼펫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전시를 본 것이 아니었기에 전시 후, 형제의 정보에 대해 찾아보았다.

 

쌍둥이 형제의 작품은 보통 산업사회 이면의 부조리와 불안, 초현실주의, 에로티시즘 같은 주제를 다룬다. 1986년 칸영화제 단편 경쟁작 <악어의 거리>(1986)로 명성을 얻었고, 줄리 테이머의 영화 <프리다>(2002)에 삽입된 <죽음의 날> 영상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형제는 연출한 애니메이션은 네 작품에 불과하지만, 작품에는 산업사회의 뒷모습, 초현실주의적 예술, 변증법적 정치의 세기에서 기인한 어두운 심리학이 수준 높게 그려진다. 대표작으로 <악어들의 거리(Street of Crocodiles, 1986)>가 있다.

 
퀘이 형제의 작품은 대부분 상당히 모호하고 기괴하며 음울하고 성(性)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처음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주했을 때, 서정적인 어두움을 지닌 그들의 작품들은 당시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그들의 작품에는 산업사회의 뒷모습, 초현실주의적 예술에서 기인한 어두운 심리학이 배어 나온다.
 
참고 - [지식백과] 퀘이 형제 [Brothers Quay(Stephen Quay and Timothy Quay)] (세계 애니메이션 백과, 한창완, 한상정)


KakaoTalk_20200720_084449939_05.jpg
악어의 거리

 

 

퀘이 형제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거의 다 상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차분히 앉아서 영상을 바라보았다. <얀 슈반크마예르의 캐비닛>, <악어의 거리>를 끝까지 보며 모호하고 이해가 안 가는 지점들이 굉장히 많았다.

 

작품의 줄거리는 분명히 네임텍에 나와있는데, 작가의 시각적인 그리고 행동적인 연출이 의뭉스럽게 다가왔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니 더욱더 집중하게 되며 인형을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의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괴기스럽게 생긴 사람들이 괴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라는 인상을 점점 받으니 정면으로 영상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완전히 이해하려기보다는 느낌에 집중하니 온전히 퍼펫이라는 존재에 몰입을 하게 되었다. 퀘이 형제는 무슨 감상을 의도한 것일까. 나와 같이 은근한 공포감을 느낀 사람이 또 존재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200720_084449939_01.jpg
캘리그라퍼

 

 

전시를 본 후 다시 회고해 본다. 성인이 된 이후 가지게 되었던 나의 첫 번째 취향은 전공인 디자인과 맞지 않았다. 어둡고, 깔끔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느낌을 사랑하였었다.

 

나 자신의 본질적인 취향,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시작하였던 에디터 활동. 벌써 전시 문화 초대를 통해 과거 나 자신의 순수한 취향을 다시 회고해 보는 것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다시 한번 전시라는 매체의 재미를 느낀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 Quay Brothers: Welcome to the Dormitorium -


일자 : 2020.06.27 ~ 2020.10.04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8,000원

주최
전주영화제, 예술의전당
(주)아트블렌딩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노지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