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0년 봄, 그리고 여름을 함께 한 앨범들 [음악]

글 입력 2020.07.19 18:3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도를 쓸 때 1이 아니라 2를 쓰는 일이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듯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나간 여섯 달을 되돌아보게 된다. 2020년의 봄과 여름은 모두에게 어려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초 세웠던 계획을 지키기란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부터가 코로나를 핑계로 미룬 자격증, 어학시험이 여러 개이다. 그러니 으레 하던 대로 잘한 것, 못한 것을 따지기에는 조금 특수한 올해의 상황에 맞추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상반기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Dua Lipa - ‘Future Nostalgia’: 출근과 함께


 

 

 

두아 리파의 ‘Future Nostalgia’는 정말 직관적인 제목의 앨범이다. 디스코 사운드를 사용해 복고적이면서도 두아 리파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모든 트랙은 하나하나 버릴 것 없이 완벽하다.

 

사실 먼저 공개된 ‘Future Nostalgia’와 타이틀 ‘Don’t Start Now’를 처음 들었을 때는 나름 좋긴 했으나 큰 감흥이 없었는데, 앨범이 발매된 이후 들어본 수록곡 ‘Levitating’과 ‘Hallucinate’가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몇 달간 나의 출근길을 함께 한 이 앨범은 아마 올해가 끝날 때까지는 계속 플레이리스트에 남아있을 것 같다. 아직 질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루비하고 신나는 몇몇 트랙 덕분에 이 앨범을 들으며 걸으면 출근길 발걸음이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앨범 전체를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안예은 – ‘Kakotopia’: 퇴근과 함께


 

 

 

이때까지 내가 알던 안예은의 노래는 ‘홍연’, 그리고 ‘상사화’가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안예은의 새 앨범을 접하게 되었고, 예상치도 못하게 마음을 빼앗겼다.

 

우선 타이틀 곡인 ‘Kakotopia’에서 안예은이 보컬이 정말 폭발적이다. 쿵쿵 울리고 거침없이 내지르는 사운드는 해방감을 준다. 1번 트랙인 ‘속삭임의 회랑’에서는 정말 속삭이는 듯한 안예은의 목소리가 신비롭게 다가오고, 또 다른 수록곡 ‘Loop’는 안예은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이 잘 느껴지는 애절한 발라드이다.

 

발라드를 평소에 좋아하고 자주 듣는 편이 아니지만 ‘Loop’는 정말 많이 들었다. 특히 비가 오는 날, 흐린 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모든 트랙의 가사가 시적이지만, 가장 와닿았던 곡은 위에 언급한 ‘Loop’와 ‘Kakotopia’였다.

 

이 앨범을 퇴근길 앨범으로 선정한 것은 앨범이 나온 2월부터 약 5월까지 일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타이틀 곡과 몇몇 수록곡을 빼고는 출근할 때 듣기에는 조금 처지는 데다가, 사운드와 가사를 곱씹으며 집중해서 주의 깊게 듣는 맛이 있는 앨범이라 일이 끝난 뒤 집까지 천천히 걸어가며 듣는 게 좋았다.

 

앞서 언급한 세 노래를 추천한다.

 

 

 

Lizzo – ‘Cuz I Love You’: 운동과 함께


 

 

 

나는 지난봄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연히 리조의 ‘Juice’를 추천해주었을 때 리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시원한 보컬과 펑키한 리듬도 매력적이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리조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노래가 지닌 메시지 때문이다.

 

리조의 앨범은 자신의 몸과 욕구를 긍정하는 노래, 완전하고 독립적인 여성, 그리고 자기애를 포함한 다양한 사랑을 다룬 노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여자답게 해치우자는 ‘Like a Girl’부터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고 말하는 ‘Soulmate’까지, 듣기만 해도 자신감이 생기고 발걸음에 힘이 붙는 노래들이다. 이렇게 대놓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대중문화에서 접하는 게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청량감이 들었다.

 

이 앨범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뛰거나 운동할 때이다. 리조의 노래는 마치 개인 트레이너가 옆에서 할 수 있다고, 조금만 더 하자고 북돋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록 최근에는 많이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자주 뛰곤 했는데, 나가서 특별히 듣고 싶은 노래가 없을 때는 주로 이 앨범을 들었다.

 

‘Juice’, ‘Good as Hell’, ‘Like a Girl’을 추천한다.

 

 

 

새소년 – ‘비적응’: 술과 함께


 

 

 

새소년을 향한 나의 사랑은 아무리 고백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황소윤의 목소리, 기타 연주, 생각, 눈빛, 그리고 그 외에 그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이 앨범을 너무나 완벽하게 만든다.

 

봄여름에 어울리는 트랙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2017년에 나온 EP ‘여름깃’이 지금 계절에는 훨씬 잘 어울릴 것이다. 앨범 이름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황소윤이라서. 그전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소년의 노래는 '여름깃'의 타이틀인 ‘긴 꿈’이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새소년이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은 조금 색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가장 좋았던 곡은 타이틀이자 앨범의 중간 트랙인 ‘눈‘이었고, 6번 트랙 ‘덩’과 7번 트랙 ‘이’도 좋았다. 음악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데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기 때문에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 세 곡이 마음에 들었다. 굳이 표현해보자면 ‘눈’과 ‘덩’은 일렁이는 불빛을 음악으로 그리면 이런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다.

 

‘이’는 좀 다르다. 자전거를 타고 전력 질주를 하는 기분이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쌀쌀한 밤에 소중한 사람과 단둘이 술을 마실 때 들을 만한 앨범이다. 로맨틱하다는 뜻은 아니고, 노래를 듣고 얘기할 구석이 많아서 그렇다. 앨범 전곡을 순서대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


이 외에도 글에 넣고 싶었던 앨범이 매우 많았지만, 그들은 다른 글에서 또 소개하기로 한다. 스스로의 음악 취향에 아주 자신 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앨범들이 내가 느꼈던 감정과 같은 감정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나누고 싶은 노래들이 또 한가득 쌓여 있을 한 해의 끝자락을 기다리며, 7월을 마무리해본다.

 

 

 

아트인사이트네임택.jpg


 

[이다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