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언더워터 - 크툴루 신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영화]

해저 11km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스릴러
글 입력 2020.07.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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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크툴루 신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낸 판타지 세계관인 크툴루 신화는 여러 만화와 영화, 소설, 게임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등장한다.

 

기본적으로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지만 이후 다른 작가들이 설정을 덧붙이고,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면서 세계관이 확장되어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프리 소스 요소처럼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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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개봉한 영화 <언더 워터>도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해저11km의 케플러 시추 기지 인근에서 지진이 일어나 기지가 붕괴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케플러 기지의 엔지니어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살아남은 동료들과 함께 또 다른 시추 기지인 ‘로우벅’으로 이동하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출발 단계에서부터 로드리고(마무드 아티)가 죽는 사고가 일어나며 팀원들은 패닉에 빠지지만 선장 루시엔(뱅상 카셀)의 주도하에 다시 탈출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어두운 심해를 걸어서 로우벅 기지까지 이동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서로를 다독여가며 이동하던 팀원들이 정체불명의 심해 생물을 마주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된다.

 

이 영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심해 생물은 크툴루 신화의 '크툴루'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러브크래프트의 신화 속에서 크툴루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키와 문어와 비슷한 촉수가 달린 머리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며, 태평양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존재라고 전해진다. <언더 워터>에서도 영화의 후반부까지는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계속해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괴생물체의 존재가 암시된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에서 심해 생물들의 우두머리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괴물이 정체를 드러낸 뒤에도, 이 괴물이 어디에서 왔으며 왜 지금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팀원들과 흩어져 이동하던 중 선장의 캐비닛을 발견한 노라가 캐비닛에 붙어 있는 지도를 살펴보는 장면에서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잠깐 등장하지만, 노라는 캐비닛을 닫고 생존을 위한 장비를 준비한다. 이 장면은 영화와 크툴루 신화와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면이다. 그러니 크툴루 신화의 현대적 각색이나 영상화를 기대하고 <언더워터>를 봤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괴물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는 심해라는 미지의 공간과 정체불명의 괴생물체가 자아내는 공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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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하는 주인공 노라다. 굳이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하는'이라고 쓴 것은 노라의 강인함이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이미지와 닮았기 때문이다.

 

탈출을 위한 과정에서 누군가는 희생하고, 누군가는 좌절하며 끝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반전 없는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존재감 덕분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는 노라라는 인물을 훌륭하게 연기한다. 팀의 리더였던 루시엔의 죽음 이후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노라의 모습은 <그래비티>(2013)에서 끝없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산드라 블록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는 반전 없이 막을 내린다. 판타지 영화에서 꼭 등장하는 주인공이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언더워터>는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생존과 탈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다.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뻔한 스토리와 끝내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혹자는 이 영화를 불친절한 영화라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연성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고, 심해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과 스릴러 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기대하고 본다면 만족스러운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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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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