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끊이지 않는 몸짓, 환대의 감각 [도서]

글 입력 2020.07.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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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몸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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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공감 (오월의 봄 2018)

 

 

사회와 국가는 온전하지 못한 기능이나 스스로 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불구의 정치가 피어난다. 불구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불구의 정치를 통해서 단지 사회질서에 통합되기 위한 장애 극복을 거부한다고 선언한다. 이상한 몸은 불구의 정치를 위한 우리의 힘이다. 이런 우리의 퀴어함이 자랑스럽고, 퀴어한 존재들과 동료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장애, 불안정, 취약함, 의존 같은 단어들은 이들의 텍스트에서 새로운 곡률을 타고 튀어 오른다.

 

‘이상한’ 몸은 이데올로기가 상정한 건강하고 독립적인 개인이라는, 그럴듯한 분리주의의 벽을 보란 듯이 부순다. 낮은 곳에서 아파봤기에, 공고한 차별 앞에서 분노해봤기에 피어난 윤리이자 까슬까슬한 생존 감각. 여기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극복과 감동의 서사로 납작하게 소비되곤 하는 장애여성의 이야기를 당사자의 말로 옮긴 이 책은 소중하다. 근사하고 아름답지만은 않고 가끔은 얼굴을 붉히며 돌아서지만, 끊이지 않는 몸짓. 환대의 감각. 이런 걸 배울 때면 정말이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든다.

 

낭만화를 경계하는 긴장과 갈등의 글은 질문하며 관계 맺게 한다. 편협한 자신을 확인하는 동시에 자장을 넓힌다. 공허하게 휘발되지 않는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당당하고 힘있는 텍스트가 여기에 있다.

 

 

몸에 대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난다면 정상성을 중심으로 한 몸에 대한 규정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장애가 있든 없든, 아픈 몸이든 아프지 않은 몸이든,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몸이 인정되고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예측 불가하고 불안정한 몸들의 진정한 해방은 안정된(건강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안정한 상태가 불안감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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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깨니자 않았던 이야기들, 천자오루 (사계절 2020)

 

 

연애가 범람하고 애정이 과잉되는 시대에도 여전히 ‘암흑의 나라’에 갇혀있는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성적 파트너를 만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가정을 이루는 재생산권은 장애인에게 보장되지 않는다.

 

먹고 자는 것만 잘 하면 됐지 뭘 더 바라냐는 말은 장애인의 삶을 생존으로 축소한다. 저자 천자오루는 용기 있는 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무지가 만든 추문에 도전한다.

 

처음 욕망에 눈 떴을 때의 당혹감, 알려 하지 않는 사람들의 천대, 법정에 앞에서 마주한 차별, 독박에 처해있는 주보호자의 현실, 얼굴을 붉히게 되는 ‘장애인 성서비스’ 논의까지.

 

얽혀있는 문제들 앞에서 자주 말문이 막히고 화가 났지만 대화가 폭력을 재생산하는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으려 애썼다. ‘일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그대로 여성에게 폭력이 되는 교차로 위에서 우리는 모두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곽성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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