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이 버거울 때 달리기 [사람]

길 위에 놓인 자유의 형태
글 입력 2020.07.1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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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 시작하기에 앞서 달리기를 한다. 두려운 일일수록 그렇다. 왜 달리는지 이제는 잘 모를 정도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유를 떠올려 보자면 아무튼 힘든 날이었다. 도무지 가만히 있기를 버틸 수 없는 날, 어쩌면 운명적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신발 끈을 묶어줬는지 모르겠다. 간절히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이끈 달리기 인생은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며 2년가량 이어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나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호흡이 차는 것을 느낀다. 실존의 감각을 일깨운다. 무채색이던 세상의 색깔들이 눈에 들어온다. 꾸준히 하다 보면 일상의 루틴이 생기고 건강도 챙기는 것은 덤이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러닝 인플루언서 안정은의 <나는 오늘도 모리스의 바닷가를 달린다> 등 달리기 서적이 스테디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직접 두 발로 달리기의 놀라운 점들을 발견하기 전까지 ‘재미없고 힘든 달리기’를 제목에 앞세우는 저런 책들은 왜 매대에 놓여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리고 직접 달려 본 결과,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권장해 보려 한다. 마쓰우라 야타로의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를 읽으며 맞물리는 경험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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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우라 야타로,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표지 일러스트

 

 

 

점이 아닌 선을 그리는 과정


  

처음 달리기를 하면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 500m도 안돼서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달리기처럼 성과가 빨리 보이는 일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의 500m는 열흘만 꾸준히 한다면 3km 남짓 되어 있을 것이다. 운동신경이 좋다면 5km에서 10km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들여 하는 일들은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성과를 보이기 마련이다. 꾸준한 달리기는 진실하게 성과를 보여주며 일상의 일들을 지속해 나갈 정신력을 준다.

 

나의 경우에 3km가 6개월 만에 30km가 되는 마법을 봤으니, 당장에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꾸준함의 미덕이라는 것을 달리면서 믿게 되었다. 작가 이슬아는 그녀의 수필집에서 이렇게 쓴다.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몸도 마음도 튼튼하고 싶다. 튼튼하고 싶어서 매일 달리기를 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뭔가를 읽고 뭐라도 쓴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을 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날마다 용기를 낸다.”

 

 

 

자신의 한계를 안다는 것


 

멀리, 빨리 가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욕심은 바로 부상으로 이어진다. 때로 심각한 부상으로 그만두어야 할 상황도 생긴다. 그럴 땐 무조건 쉬어야 한다. 쉬는동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불안하더라도 아예 복귀하지 못하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달리기를 몇 개월 지속하다 보면 나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적당한 달리기 시간과 거리를 알게 되는데, 그렇게 나에게 맞는 속도로 달리면 더 오랫동안 즐겁게 달릴 수 있다는 깨달음 역시 인생에 관통한다.

 

매 순간 불안함과 조급함을 안고 살던 나에게 여유를 선물해 준 것 역시 달리기라고 하면 달리기 맹신론자 같기는 하지만 사실이다.

 

 

 

아름다움에 눈을 뜨다


 

무엇이든 지속하다 보면 권태기가 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지점에서 계속할 것인가 그만 둘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이전과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필요하다.

 

저자 마쓰우라 야타로는 8할 너머의 세상에 필요한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풀코스 도전 이후의 달리기는 아름다움을 향한다는데 동의하고 싶다. 단순히 외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과 몸이 일치하는 편안한 경지를 말한다.

 

스스로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달리는 것이 보기에도 좋은 것이 당연한데, 여기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단련된 코어 근육만이 자세를 바르게 잡아준다. 가벼운 표정으로 달리려면 숨차지 않는 폐활량이 필요하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즐거운 인생이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품어야 한다.

 

주위의 풍경을 오감으로 느끼는 순수함까지 갖추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기에 8할 이상의 세상의 아름다움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세상만사 궁극적인 원리이며 원칙이다.


 
“아름다움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매일매일 생각을 거듭하며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관절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냐고 묻는다면,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다고 말하고싶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 p203

 

 

달리기란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쓰고 싶다. 언제든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음을 체험하며 몰랐던 몸의 감각을 느낀다. 길 위에서 만나는, 평소에 지나치던 사소한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영감으로 온다. 새로운 것은 나를 다시 정의할 기회를 준다.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그 영감의 형태는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를 것이다. 달리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만날 수 있는 길은 많지만,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한 번 달려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박은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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