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아픔을 공유하는 위로, 어쩌면 가장 최선의 위로. - 홀로 밤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글 입력 2020.07.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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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비극의 보편성을 느낄 때 마음속으로 위로를 느낀다고. 저 타인도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구나, 혹은 비슷한 감정을 느꼈구나. 그런 상처를 가지고 있구나. 그러니까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힘들어하는 게 아니구나.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지닌 타인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면서도 인간의 단순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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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혹자는 완벽한 타인에게서 받는 위로가 남다르다고 했다. 나와 알고 지내던 관계도 아니고, 앞으로도 마주할 일이 없는 완벽한 타인에게서 받는 위로. 정리해보면 완벽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비극의 보편성을 느끼며 위로를 받는 방식이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최선의 위로가 아닐까? 그런 위로를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 ‘홀로 밤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는 그러한 방식의 위로와 결을 같이 하는 책이다. 저자의 대학생 시절 감내해야 했던 아픔들을 담담하고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들과 그 속의 아픈 감정들이 함께 뒤섞여 마음을 쿡쿡 쑤셨다. 나의 새내기, 20살 때의 대학생활도 함께 떠올랐고 그러다보니 마음이 아련해졌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 내내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과 환상은 부풀어갔다. 지나치게 부풀어간 만큼 터지기도 쉬웠다. 더 이상 미성년자가 아닌 어른의 첫 시작이라는 나이, 20살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친구들이 20살이라는 나이에 뭔지 모를 특별한 감상을 지녔었고 다가올 20살, 특별한 미래를 이야기하며 설레어 했던 하루하루가 고등학교 생활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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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하던 입시결과는 얻지 못했고 생각한 것과는 다른, 너무나 평범한 어른으로서의 시작을 맞이했다. 대입 전 생각해왔던 특별함과 거리가 먼 평범함은 나에게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방황을 잠시 시작했다. 거창하지 않은 방황이라 민망하지만, 나름 학교생활에 있어 정을 주지 않았고, 웃고 다녔지만 매일 집에 돌아와 허탈감에 빠져 울곤 했다.

 

당시로서는 마냥 이러다간 이도저도 안되겠다 싶어 여름방학을 마지막으로 우울감에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유쾌하지만은 않은 20살의 첫인상이었다. 20살의 반을 허탈감과 자괴감 속에서 울면서 지냈으니까.

 

그러다보니 저자가 쓴 책의 머리말부터 눈이 갔다.

 

 
‘스무 살이라고 하면 흔히들 청춘이라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때라고, 좋을 때라고 말합니다. 제가 기대했던 스무살도 그랬습니다. 더 배우기 위해서 대학에 왔고 강의가 끝나면 친구들과 술을 마셔보고 싶었고, 취미로 해오던 배드민턴을 더 치고 싶어 동아리에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중략) 그러나... ... .’
 


다들 ‘스무 살, 청춘’이라는 무언가 공식 같은 이 이상한 말 아래에서 본인도 모르게 강박관념을 갖게 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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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된 말인지는 몰라도 나 또한 20살 이후 삶에서 스무 살의 기억이 가장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낯설고, 정신없고, 그 속의 나는 너무 초라 해 보이고, 그런 와중에 세상은 너무나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내가 알던 20살이란, 청춘처럼 밝게 살아야하는 건데 나의 20살은 너무나도 회색의 무언가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시기가 마냥 슬프기보단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거의 일부분이기에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의 저자 또한 자신이 생각한 20살과는 다른 경험을 했다고 한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특정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학교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났고,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한다. 모든 상황과 경험이 똑같을 순 없겠지만, 저자가 20살 때 느꼈던 감정의 결들이 종종 비슷하게 다가올 때,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다 지난일이라 생각하며 끝났다고 생각한 기억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거나 읽을 다른 사람들 또한 나와 같은 방식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은 총 1장부터 3장까지 구역을 나누어 저자의 경험과 감정이 일어난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우울에 잠식되었던 때, 극복하기 위한 과정, 일상을 되찾아가는 순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sns를 통해 저자가 사람들에게 받은 고민들에 답하는 Q&A 란이 존재한다. 우울증과 관련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답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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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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