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러 피노키오와의 만남 - My Dear 피노키오展

글 입력 2020.07.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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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져!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어릴 때 누구나 만나보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정직함의 중요성을 말하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어릴 때 만나보고 그저 동화로 여기고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는데 이번에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피노키오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어릴 적 기억을 다시 피어볼 겸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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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노키오'를 떠올리면 우스꽝스럽게 코가 길어진 패러디물이 생각나거나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 우스꽝스러운 단편적인 모습만 생각이 난다. 반면, 실제 카를로 콜로디 작가의 <피노키오의 모험>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금 피노키오를 느껴보고 싶었다.

 

착한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자신이 만든 나무 인형이 진짜 사람이 되기를 빌고 요정은 나무 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가 진실한 용기를 증명할 수 있다면 진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이에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별것 없는 살림살이지만 돈을 모아 학교까지 보낸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궁금증이 한창 많을 여느 소년과 다르지 않게 다니다가 서커스단에 현혹되어 모험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위기에 빠진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는 위험에서 탈출하려다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게 되고 결국 피노키오는 사람 소년이 된다.

 

이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은 1871년 이탈리아 반도 통일 이후 급격한 변화와 산업 성장의 진통을 앓고 있던 당시 사회상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저 옛날부터 내려오는 동화 중 하나로 평범히 여겼지만 여러 배경을 함축해놓은 동화임을 알고 나니 이번 전시회에서의 작품들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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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의 모험>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라고 한다. 300여 개의 언어로 8천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인 만큼, 현재에도 계속해서 이 피노키오 소재는 재생산되고 여러 창작물의 모티브가 되어 재창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세계의 여러 작가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여러 스타일의 피노키오를 만들어내어 직접 이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여러 작가들의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본래의 피노키오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극대화한 작품들을 보며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 있는 스타일로 표현된 모습을 집중적으로 전시회를 관람해보았다.

 

 

피노키오는 위험으로 가득한 여정을 가야만 한다. 그리고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행복한 결말을 찾아 나아간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 우고 네스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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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들 중 기억에 남는 작가는 우고 네스폴로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팝 아트, 아르테 포베라, 실험 영화를 아우르는 종합 예술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과거를 망각의 그늘 아래 내버려두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찾아가 새로이 해석한다. 과거를 인용하고 다시 불러내어 현재의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삶을 불어넣어 되돌아봄의 대상으로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가 그려낸 피노키오 동화 속 몇 몇 장면들은 특이하면서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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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림에서는 거짓말을 해서 코가 길어질 대로 길어진 자신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제페토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으로 생명을 얻게 되었고 제페토 할아버지가 자기의 옷을 팔아 학교를 보내줬다가 결국 모험에 빠지는 그 과정 속에서 인간으로서 꼭 갖춰야 할 가치들과 개념들을 채워나가는 피노키오를 볼 수 있다.

 

한참을 물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지만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제페토 할아버지와 함께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헤쳐나가는 그를 보며 나도 그럴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함을 머금고 있는 이 아름답고 위대한 동화책은 계속해서 우리 모두를 매료시킨다.

 

- 마우리치오 콰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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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마우리치오 콰렐로는 전쟁, 홀로코스트, 인종 차별 등 인류의 암흑을 자주 다룬다. 그래서 그는 1923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진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 시대가 이 책의 배경으로 삼기에 가장 최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점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피노키오 인형의 모험 이야기에서 그런 배경이 드러나는 요소를 찾아내 이를 극대화하고 표현해낸 것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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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 독재 정권 아래서는 국민들이 엄격하게 규범을 따르고 완전한 도덕성을 강요하는 억압과 제한을 따라야 했다. 이를 표현하기도 한다고 생각한 작가는 피노키오의 모험 원작을 새롭게 그 시대의 모습으로 표현해냈다.

 

1883년 발표된 동화를 1930년대 암흑기를 배경으로 다시 그려낸 것 자체가 신선했고 이 피노키오가 나에게 가져다 준 느낌은 여러 피노키오를 봤지만 가장 강렬했고 어리기만 한 것 같았던 피노키오가 이렇게 깊은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배우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기존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피노키오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피노키오의 새로운 모습을 선물한다. 여러 작가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다양한 모습과 형상으로 나타난 피노키오를 만나다 보면 피노키오가 겪는 모험에 나도 한 발 들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모험에서 결국은 웃음을 찾아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피노키오를 보며 나도 현실에서 희망을 느끼고 응원받아 용기를 얻게 된다.

 

 

++

피노키오의 아버지

카를로 로렌치니 Carlo Lorenzini

(필명 콜로디) 1826-1890

 

 

콜로디는 피렌체에서 대가족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었지만, 어릴 때부터 영민하고 총명한 그를 눈여겨본 후원자 덕분에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한때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서 공부를 했지만, 졸업 후에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저널리스트가 된 콜로디는 당시 이탈리아의 통일 해방 운동에 적극적으로 싸워 나갔다.

 

1949년에는 정치풍자 신문인 <람피오네 Il Lampione>를 발간하여 날카로운 풍자를 곁들이며, 위트와 재치를 유감 없이 발휘하였다. 그의 빛나는 유머 감각은 <피노키오>에서도 볼 수 있는데,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조금 무겁다가도, 곳곳에 유머러스한 글 때문에 시종일관 유쾌하고 흥미진진하다.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콜로디는 이탈리아가 통일을 이루자 언론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들 교육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샤를 페로의 옛이야기를 번역하는 일부터 하다가, 차츰 동화를 쓰기에 이르렀다. <잔네티노 Giannettino>, <미누촐로 Minuzzolo> 같은 동화는 호평을 받았다.

 

콜로디를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은 단연 <피노키오>이다. 쉰일곱 나이에 펴낸 <피노키오>는 처음부터 대단한 인기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만 백만 부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피노키오'는 거짓말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콜로디 자신은 '피노키오'가 전세계인의 사랑받는 캐릭터가 된 것을 못 본 채 숨을 거두었다.

 

생전에 콜로디는 동화를 쓰면서 "어른들은 즐겁게 해주기는 너무 어렵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지금 어린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콜로디의 <피노키오> 덕분에 마음껏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발췌 [카를로 콜로디, 「피노키오」, 김홍래 옮김, 시공주니어, 2004]

 

    




My Dear 피노키오展
- Pinocchio Art Exhibition -


일자 : 2020.06.26 ~ 2020.10.04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3,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주)아트센터이다
 
후원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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