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예술적 얼굴책'

글 입력 2020.07.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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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얼굴책(임상빈)_앞.jpg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관상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상이 있다면 이 한 줄이다. 호랑이 눈썹이 어떻고, 거북이 눈은 장수하고, 귓불에 살이 많으면 인복이 좋고 또 어떻고... 옛 것, 오래된 사상, 현대에 와서는 재미로 보는 유사 과학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이나, 별자리에 따른 오늘의 운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있다.

 

동시에 한 편으로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책의 본문에서도 언급되는 링컨의 유명한 말을 듣자 하면 그렇다. “마흔이 넘는 모든 이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는 그 얼굴에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평소의 표정, 태도, 행동이 나이가 들면 그 얼굴에 새겨진다는 소리다. 자주 찡그리는 사람은 미간에 주름이 지고, 잘 웃는 사람은 눈꼬리에 주름이 지니 그 말도 한편으로는 또 맞다.

 

그래도 역시, A는 B다 하는 식의 단선적인 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어떤 얼굴 = 왕? 운명의 길이 얼굴에 쓰여있다면 인생 참 의미 없다. 그런데 또다시, 왜 어떤 얼굴은 왕이 될 상으로 여겨졌을까? 그 뒤에 숨겨진 사회, 문화, 정치적인 배경과 기득권층이 형성해 낸 ‘좋은 관상’과 ‘나쁜 관상’의 의미는 파헤치고 탐구해 볼 만하다.

 

아, <예술적 얼굴책>이 그런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예술적 얼굴책>은 말하자면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만들어 제시하는 색안경, 그리고 그 새로운 눈으로 ‘얼굴’이라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비법이다. 여기에 ‘좋은 관상’과 ‘나쁜 관상’은 없다. 세상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든 각각의 장단점만이 있다. 차별은 없고 차이만 있다.

 

 

131.jpg

 

 

미술을 전공한 저자 임상빈은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얼굴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보기 방식인 <예술적 얼굴표현법>을 제안한다. 이 책은 총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이론편’이고 후자는 ‘실전편’이다. 제목 그대로다. 1부에서는 ‘예술표현법’의 이론을 제시하고 2부에서 미술작품에 등장하는 얼굴들을 둘 씩 병렬 제시하여 살펴본다. 단순히 이론의 적용일 뿐 아니라 주관적인 상상을 곁들여 보고 의문을 제기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예술 표현법’의 특장점이 그거다. ‘A하다면 반드시 B다’가 아닌 것. 주관적인 상상력을 곁들일 수 있는 것. 게다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다. 오늘 본 관상과 내일 본 관상이 같은 인물의 것이라도 다를 수가 있다. 그건 그 사람이 달라졌거나, 내 눈이 달라졌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그러니 이 ‘예술 표현법’은 사람을 봄과 동시에 나를 보는 것이다. ‘관상은 예술이다.’ 라는 말이 참말로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예술에는 언제나 예술가가 녹아있는 법이니까.

 

*

 

저자가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까? 이 새로운 관상책의 매력 중의 하나는 멋진 픽토그램에 있다. 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이 간단하고 멋진 그림은 이해를 돕고 보기도 즐겁다. 그 뿐 아니라 글 역시 보기 그렇다.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한 단어를 고르자면 ‘비유컨데’를 꼽고 싶다. 비유컨데, 바닷속의 물처럼 비유가 가득하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렇다. 유연하거나 강직한 턱을 ‘신발 밑창’으로 비유하고, 흐릿하거나 선명한 코를 ‘생명력의 빨대’로 비유하고 촉촉하거나 건조한 입술을 ‘국’으로 비유하는데, 그러니 짐짓 지루할 수도 있는 이론편의 이백여 페이지가 그저 술술 넘어간다.

 

미술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얼굴들을 통해 ‘예술표현법’을 적용해보는 실전편에서는 실제로 존재했다고 하는 역사 속 인물들의 초상을 다루기도하고, 신들의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다. 당시에는 카메라도, 캠코더도, 핸드폰도 없었으니 진짜 그렇게 생겼는지, 작가가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가감하였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그 안의 관상 뿐 아니라 한가지 더, 작가의 눈이 어떠하였는지를 추리해 볼 수도 있다.

 

예술 작품에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어떤 눈으로 해당 얼굴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을까? 모든 비교의 단락 말미마다 적혀있는 비평적 생각을 위한 단서들에는 늘 그런 질문들이 있다. 작가는 이것을 의도하였을까?에 대해서.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이 작가를 이리로 이끌었을까에 대해서. 그러니 누군가의 시선으로 한 번 재구성되어 만들어진 이 미술작품들을 예시로 삼는 것이, 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이야기와 상상력이 언제나 뒤따르는 예술 표현론과 아주 어울린다.

 

*

 

이제는 나도 실전편이다. 읽으면서 나도 누군가의 얼굴, 그 어떤 ‘예술 작품’을 예술 표현법이라는 새로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싶어졌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자주 만나는 사이인데도 막상 기억이 흐릿하다. 누군가는 눈이, 누군가는 얼굴형이, 모호한 인상과 어우러짐 속에서 드러나고 구체적으로 하나하나는 선명치 않았다.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위가 그 해석의 첫 번째 부위가 될 것이라, 떠오른 사람 중 하나를 앞에 두고 얼굴 표현표의 빈칸을 채워가 보기로 했다.

 

 
1 눈, 2 두상, 3 입 세 부위를 분석하였다. 눈 +4 두상 +2 입 +1

총합 +7의 양기가 강한 얼굴이다.

[눈]횡, [눈꼬리]모, [눈썹,눈꼬리]상, [눈꺼풀][눈두덩]천, [눈꼬리]

[턱]횡, [안면]천, [광대,볼,턱]모, [상안면]

[입술]소, [입술] 횡, [입]천, [입꼬리]직, [입]


작은 입술은 말수가 적거나 감정억압을 선호하며, 넓은 턱은 정신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 좌우로 넓은 눈은 주의력이 강하기 보다는 느긋한 성격이고, 입은 감성적이기 보다 냉철하다. 얕은 눈은 마음을 숨기고 사려 깊게 처신하려는 성향이 강하며, 얕은 입술은 명상적이고 조용하다. 모난 눈꼬리는 상대를 마주할 때 비판적인 시선으로 마음을 닫고 마찬가지 광대와 볼은 쓸데 없는 감정을 차단하며, 양기가 강한 턱은 두루 관심을 보이기 보다는 특별한 분야에 주목하고자 한다. 강한 눈은 냉철하게 수용보다는 분석을 추구하고, 눈보다 상방향의 눈썹은 이지적이고 탐구정신이 강하다.

 

 

분석하면서도 구석구석 주관이 섞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 친구의 관상이면서 동시에 내가 가지는 인상인 것만 같다. 한 부위 한 부위 어떤 방향과 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피면서 동시에 내가 상대를 보고 있던 눈을 재고하게 된다. 그러니까 정말 색안경은 색안경이다. 새로운 색안경을 끼면 내가 전에 보던 세상을 다시 생각하게 되니까. 내가 보던 하늘이 이 색 이었나? 아니면 저 색 이었나? 예전에는 이 색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그때서야 그동안 무슨 색의 하늘을 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거다. 그리고 새롭게 보는 하늘도!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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