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언어] 빈자리
글 입력 2020.06.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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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입었던 옷에는 아직도 네 체취가 남아있어.
옷을 안고 눈을 감으면 네 품에서 잠드는 것 같아.
너는 갔지만 네가 있던 자리에는 아직 네가 있는
이 숨 막히는 아이러니를 너는 알까. ]
*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상실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최초의 감정은
아마 당혹감일 것이다.
본래 존재는
익숙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관성이라고 하던가.
상실의 고통은 대개 이에서 오는데,
존재하던 것의 부재는 당혹감을 불러오고
뒤이어 공허와 슬픔에 빠지게 한다.
원래로 돌리고 싶은 본성과
떠나간 것이 남긴 공허를 다시 채우려는 갈망,
그리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과의 괴리가
고통을 야기하는 거지.
결국, 빈자리가 괴로운 이유는
사실 그것이 비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너로 가득 차 있기에.
[장의신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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