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 반영된 현실 : 딥워터 [영화]

글 입력 2020.06.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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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영화관을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재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갖은 고난이 있더라도 어차피 주인공들은 극적으로 살아남게 될 걸 이미 알기 때문일까. 영화가 끝나면 감탄사보단 허무함과 함께 극장을 나온 경험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무더위에 굴복해버린 때 그 잠깐의 몰입은 절실했다. 수영장도 마음껏 가지 못하는 요즘, 간접적으로 내 몸을 적실 수 있는 수중 영화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최소한의 바람만으로 관람한 영화 <딥워터>는 바닷속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며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게 했으며, 극적인 탈출보단 현실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재난 영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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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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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게 만드는 주인공은 언니와 동생 둘뿐이다. 가족의 일원인 엄마와 개 그리고 다이빙을 하러 가던 도중 짧게 마주치는 관광객까지 보조 인물이 몇 등장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건 자매의 서사였다.

 

어릴 적 함께 다이빙하다 죽을 뻔한 동생을 구하지 못한 언니의 트라우마에서부터, 가정을 꾸려 따로 나가 살던 언니와 아직 엄마와 사는 동생 그렇게 분리된 애착 관계를 손을 뻗어 이으려 노력하는 동생. 영화의 핵심인 수중 속 동생을 위한 언니의 탈출 프로젝트까지.

 

모든 것의 시작인 자매의 관계조차 약간은 불안정하면서도 끈끈한, 흔한 자연스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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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상봉한 만큼 어렸을 때의 추억을 쉽게 되살려볼 수 있는 건 가족 간의 취미이다. 프로다이버가 된 동생 투바에 리드로 그들은 익숙하지만, 누군가는 다소 낯설게 체감되는 슈트를 입고 바다에 뛰어든다.

 

노르웨이 겨울 해안을 배경으로 한 새하얀 설원은 영화를 보는 초반, 너무 광활한 나머지 경외감을 주었고, 왠지 모를 불안감은 적중했다. 큰 바윗덩어리에 깔린 투바는 수심 33m에 갇혔고, 서바이벌은 시작됐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언니인 이다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짓누르려 하지만 쉽게 눌러지지 않는 감정은 바위에 깔린 투바를 보자마자 폭발한다. 소리치며 무작정 바위를 들려는 시도에 산소를 낭비한다.

 

가까스로 지상을 올라와 투바의 지시 아래 침착함을 되찾으려 하지만 잠재했던 트라우마의 기억은 재생되고 산소통을 놓치고 트렁크는 열리지 않는 등 관객들의 탄식과 함께 영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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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에서부터 영화 내 현실성이 드러난다. 이성적으로 보면, 이다에게 지시하는 투바의 지시는 구조 이론과 같다. 이다가 곧이곧대로 이를 행했다면 분명 더 짧은 시간에 그를 구출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다는 그렇지 않았다. 허둥지둥하며 산소통을 2통이나 떨어트리고 고장 내며 갖은 일을 만들어낸다. 투바와의 연결수단인 무전으로 트렁크 여는 법을 물어보면 될 것을 시트를 찢고 바위로 내려친다. 비행기를 유일한 구조 수단이라고 생각해 집착하며 자신의 생명이 달린 안전장치를 무시한다. ‘굳이’ 이다는 이론을 외면하고 자신의 본능과 일차원적인 헛된 시도만 반복한다.

 

그런 그의 시도는 결국 죽음을 마주해야만 했던 상황 직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돌변해 투바를 구출해낼 수 있게 된다. 재난 영화의 특성상 동생은 당연히 살아남긴 하지만, 반대로 언니가 잠수병에 걸리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동생과 언니는 모두 생존하고 둘의 관계는 불안정을 넘어 더욱 끈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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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적인 장치가 없어서 좋았다. 우리 모두 예상치 못한 죽음의 문 앞에 직면하게 될 때 느낄 뻣뻣함과 당황함 그리고 숱한 실수로 인한 답답함. 누구 하나 기적적으로 그들을 구해주지 못해서 더욱 좋았다.

 

어떻게든 물속에서 기절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투바와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는 자신의 몸을 이끌고 물 밖과 안을 들락거리는 이다. 이 모든 장면의 진행이 많은 대사 없이, 행동과 표정, 적절한 클래식과 뮤트 효과로 이루어져 영화의 리얼리즘을 가득 담았다.

 

<딥워터>의 감독인 요하임 헤덴은 영화의 신 대부분인 수중 촬영에서 현실과의 동떨어짐을 최대한 막기 위해 섬세히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프로 다이버들의 자문을 받아 진행하고, 안전 감압에 대한 설정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했으며 출연 배우들 또한 스턴트 없이 수중 촬영을 소화했다.

 

81분의 짧은 런닝타임 때문인지, 영화가 끝나고 아쉬운 점도 분명 생겼다. 초반에 궁금증을 잔뜩 자극해 놓은 이다의 프로펠러 탈출 장면, 침입했던 집에서의 전원이 켜있는 주전자, 개의 계속되는 짖음까지. 영화의 막에서조차 해결하지 못했던 단서들이 아깝긴 하지만루즈하게 느껴지는 무작정 긴 재난영화보다는 훨씬 좋게 느껴졌다.

 

억지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은 만큼 섭섭함도 그 일부로 남겨놓을 수 있을 만한 영화. 바로 <딥워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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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워터

- Breaking Surface -



감독 : 요아힘 헤덴

 

주연

모아 감멜, 매들린 마틴

 

장르

액션, 드라마, 스릴러


개봉

2020년 07월


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81분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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