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심 33미터 아래, 동생을 구해야 한다 - 딥워터 [영화]

당장 동생을 구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글 입력 2020.06.23 18: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당장 동생을 구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이다는 닥친 상황 앞에서 진정하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그 날의 기억처럼 또 자신이 아닌 동생이 위험해졌다. 그때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동생이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눈 쌓인 겨울 산뿐이다.

 

판단력이 흐려진 상황에서, 이다는 침착하게 동생 투바를 구할 수 있을까.



8.jpg

 

 

이다와 투바 자매는 다이빙과 잠수를 즐기며 자랐다. 어릴 적, 이다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투바가 죽을 뻔 했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 사라진 투바. 그때의 모습이 아직도 이다의 꿈에 나온다.

 

오랜만에 겨울 다이빙을 온 이다와 투바. 그곳에는 이다를 뺀 엄마와 투바의 추억이 있다. 돌에 새겨져 있는 그 추억을 이다는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잠수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러운 사고로 투바가 바위에 깔린 채 수심 33미터 바다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이다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투바는 침착하게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투바의 말대로 하기 위해 홀로 육지 위로 올라온 이다. 하지만 투바가 일러준 계획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모든 짐이 바위에 깔리고 쓸 수 있는 물건이 없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다는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황량한 이곳은 메아리도 울리지 않는다. 화가 나서 발로 차는 모든 것들도 꿈쩍하지 않는다. 손도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실수투성이다. 이제 눈도 오기 시작한다.



9.jpg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우리가 해결해야 해. 어쩔 줄 모르는 이다에게 투바는 똑바로 말한다.

 

앞서나온 강인한 투바의 모습처럼, 투바는 살 수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해결책을 생각한다. 남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지에 올라가 당황하는 이다와 무전으로 계속 연락하며 이다가 해야 할, 할 수 있을 일들을 알려준다.

 

이다는 조금 다르다. 아니야. 지도를 보니 옆에 집이 있어. 그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방금 헬리콥터가 지나갔어. 날 본 것 같아. 잠깐만 기다려줘. 날 봤을 수도 있어. 이다는 시종일관 불안하다.

 

하지만 동생을 구해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만으로 계속해서 행동한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에 화가 나고 감정을 주체할 수 없기도 하지만 감압도 하지 않고 자신을 혹사하며 33미터를 계속해서 오르내린다.

 


4.jpg


 

〈언더워터〉, 〈47미터〉를 모두 봤던 사람으로서 사실 상어의 등장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어가 나타난다는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니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황 속의 현실적인 막막함을 바탕으로 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딘가 가능할 것만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 저기서 실수하지 않았다면, 저기서 힘이 더 강했더라면, 저기서 조금만 더 침착하게 행동했더라면, 투바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다의 행동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꾸 산소통을 떨어트리고, 순간적으로 길을 잃어 자신마저 위험하게 만들고, 충동적으로 남의 집에 침입하고,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동생을 위한 절실한 마음 하나로 바다를 오르내리고 구토를 한다.

 

트라우마 아래서 우왕좌왕하던 이다는 점점 결단력 있게 바뀌어 간다. 포기해가는 투바를 두고 무엇이라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일은 필연적으로 이다 자신을 갈아 넣는다. 산소도 다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그들은 숨을 나눠 쉬며 서로를 구한다.

 

엄마와 투바의 각인을 보던 이다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트라우마 이후 속할 수 없었던 어떤 경계에 걸쳐진 채 살아왔을 이다가 떠오른다. 눈 쌓여 온통 새하얀 세상. 본격적인 무더위가 왔지만, 영화관에서는 서늘했다.

 

얼어붙은 호수와 눈 내리는 설악의 풍경이 아름답다. 계속해서 잠수하며 보글보글 떠오르는 공기 방울, 평화롭게 등장하는 범고래. 그리고 이다와 엄마, 투바의 관계.

 

8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잔잔하게 여러 이야기와 볼거리가 있는 액션 영화였다.


 

포스터.jpg

 



 


딥워터
- Breaking Surface -


감독 : 요아힘 헤덴
 

주연

모아 감멜, 매들린 마틴

 

장르
액션, 드라마, 스릴러

개봉
2020년 07월

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81분

 


 

 

[진수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11.0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