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보고 읽다.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
글 입력 2020.06.22 23: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오피니언 설명을 위해 내용에 일부 줄거리가 포함되어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약 100년 전 작품이 회자되는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 뿐만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언가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일 것이다. 성신여대 부근에 소재한 뜻밖의 극장에서는 부조리극 시리즈로 고전을 각색하여 상연을 이어가고 있다. 시리즈 중, 06월 14일을 막으로 그친 공연 ‘세 자매’를 보고 왔다.

 

세 자매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실상 둘째 안드레이를 포함하여 네 남매이다.) 막내 이리나와 첫째 딸 올가는 모스크바(러시아의 수도)로 가길 바라고, 셋째 마샤 또한 모스크바를 동경하며, 둘째 안드레이가 모스크바에 소재한 대학의 교수가 되어 남매들이 모스크바로 가선 자기보다 더 나은 삶, 즉, 이상적인 삶을 살길 바란다. 다른 두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고등 교육을 받은 마샤는 교사인 표도르 일리치 쿨리긘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인 줄 알고 결혼을 했다가 그가 관습에 젖어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임을 깨닫고 큰 실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둘째 안드레이는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안드레이는 나타샤와 결혼 후, 교사의 꿈을 점점 잃어간다. 나타샤는 경제적이고 자기 가족(안드레이와 그의 자식들)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안드레이가 자기만을 바라봐주길, 또 자기와 자식들만 생각해주길 바란다. 안드레이는 자신의 선택, 나타샤와의 결혼, 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지방 의회에서 일을 하며 노름을 벌이고 심지어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일한 유산인 집까지 저당잡히고 만다. 올가는 일로 지쳐가면서도 결국엔 교장이 되고, 이리나는 모스크바에 가기만을 바랐지만 결국 남작 투젠바흐와 결혼한다. 한편, 마샤는 중령 베르니쉰과 사랑에 빠진다. 마샤는 관습적인 자신의 일상에, 베르니쉰은 자살 기도를 하며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아내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지만 그들은 서로가 가진 지식들로 철학을 논하며 행복을 느낀다.

 

안드레이가 교수의 꿈도 접고 노름으로 삶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자매에게는 모스크바에서 온 베르쉬닌 뿐만 아니라 당대 지식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군인들과 함께 시간을 지내는 것이 낙이었다. 그러나 주둔 군대는 떠난다. 군대가 떠나면 안드레이에겐 똑같은 내용에 똑같은 서명을 하는 일만 남아있을 뿐이고, 올가에겐 관습적인 학교의 장이 되어 관습을 지켜나가야하는 일만 남았으며,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믿는 마샤는 절망하고, 이리나는 교사 시험에 합격해 은퇴한 투젠바흐와 함께 모스크바로 가려하지만 이리나에게 구애하던 대위 솔료늬가 전투에서 투젠바흐를 이기면서 홀로 남게 된다.

 

우리 각자 나름대로 꿈을 가질 수 있다. 꿈이란 현재 내가 가지기엔 먼 소망이면서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꿈을 생각할 때마다 힘든 일상을 이겨내고 생활에 활기가 돋는다. ‘세 자매’는 이리나를 중심으로 꿈의 환상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꿈의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꿈이란 너무 매혹적인 것이라 꿈을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제반 사항들이 사라진 후에도 포기하기 어렵다. 다만 원래 계획이 틀어지고 나면 꿈을 이루기 위한 다른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리나의 경우엔 남작과의 결혼이다. 그러나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며 꿈을 이루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처해있는 현실에서 꿈을 이루기가 어렵기에 꿈을 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들 세 자매의 꿈은 궁극적으로는 이상적인 도덕 관념이 실천되는 곳으로 가는 곳이다. (당대 지식인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 러시아 최고의 학교가 있는 곳이 모스크바였으므로 이러한 꿈은 모스크바로 형상화된다.)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가 혐오스러우면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기 힘들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지식이 최고의 것이라고 배워왔고 (일상을 살아가는데는 그리 도움되지 않는) 공부들을 숱하게 해오면서 이상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일상의 소중함은 모른 채로 자라왔다. 그들에게 꿈이란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현재를 갉아먹는 벌레였다.

 

‘세 자매’를 보면서 나의 꿈을 돌이켜보았다. 꿈을 꾸면서 느끼는 아름다운 감정,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일, 꿈을 이뤘을 때의 행복감 등을 상상함과 동시에 꿈을 이루겠다는 일념하에 내가 무시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들을 찬찬히 찾아내려하고 있다. 그 꿈이란 절대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예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