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름’의 시선에 대한 방향

- 신경숙의 「빈집」과 허진호의 「두개의 빛」 -
글 입력 2020.06.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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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은 차별을 야기한다. 다름은 때로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한다. 다름은 갈등을 빚는다. 다름은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가 다르다.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원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구조와 구별의 틀에 놓이게 되고 그 다름의 색깔은 불투명하게 규정된다. 그 구별의 단어 중 내가 이야기할 단어는 ‘장애인’이다. 우리에게 비쳐지는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인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긴 결핍의 존재. 구체적인 감정에 대한 반응은 ‘불쌍하다’ ‘안타깝다’ 등 대부분이 동정의 뉘앙스가 강한 감정들이다. 비장애인이 겪어보지 않는 장애인의 세계는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는 그 상상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불편함이 겪는 고통에 대해 끄덕이며 공감을 표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이 그들에게는 갈망하는 일상이 될 수도 있고, 소소한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핍된 존재’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다. 남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니깐.

 

신경숙의 「빈집」과 허진호의 「두개의 빛」은‘장애인’을 소재로 한 미디어이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결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름’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단어로 규정짓지 않고 ‘인간’이라는 본연적인 존재에 대한 불안과 고독, 또한 사랑과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숙의 「빈집」에 대한 첫 인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로테스크함’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소리들이 내 귓속까지 맴도는 것 같았고 그녀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소리에 예민한 그와 소리로 교감할 수 없는 그녀는 결국 ‘다르기 때문에’ 헤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큰 벽이 허물지 못하게 단단하고 우뚝하게 서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비장애인들 사이의 사랑에도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큰 벽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걸. 김애란의 소설 「건너편」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사회적인 구조의 틀 속에서 이별을 겪게 된다. 그들은 비장애인이다. 결국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둘의 ‘다름’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가 아니었음을 알았고 나 또한 스스로 ‘장애인’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힌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허진호의 「두개의 빛」은 보고 있으면 따스했다. 인상 깊은 장면이 더러 있었다. 바닷가에서 수영과 인수가 서로를 마주보고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장면이었다. 그들이 보이지 않음을 스스로 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표면적인 시선이 아니라 마음의 시선으로 서로가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엔딩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더디면서도 서툴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사랑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은 통했다. 그들의 모습에서 풋풋함이 보였다.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사랑은 평소에 우리가 겪는 사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름의 시선은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선을 긋게 만든다. 우리는 다름의 시선에 대한 방향을 어디로 초점을 맞춰야 할까. 근대의 ‘나’는 주체성을 강조했다. 사회적인 구조 속에 맞춰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자기를 실현하고 완성시켜가는 인간을 원했다. 타인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정동(affect)’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인 반응뿐만 아니라 신체적 변용까지 몰고 온다. 우리는 서로가 부대끼며 살며 영향을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우리가 가져야 할 방향은 하나의 원본으로서 사회 속에 구별되어 있는 ‘다름’이 아닌 인간 본연의 ‘다름’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서로를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견을 남겨본다.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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