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에게 공연예술이란, 4개월의 기록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6.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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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분야는 무엇일까? 

이 분야의 매력은?

공연예술의 실태는?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등등등...

우리에겐 공연예술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공연을 매우 좋아한다. 공연예술에 대한 거대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었을 때 이 분야에 뛰어들기 위한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교내에 관련 전공이 존재하여 다른 학생들과 함께 연극을 올릴 기회를 얻었었다. 이 경험에서 얻은 4개월의 준비기간, 11명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왜 공연예술인가?


 

이유는 짧게 기록하고 넘어가려 한다. 

 

공연예술은 누가 봐도 매력적인 분야이다. 눈 앞에서 배우들이 실제로 움직이고 숨을 쉬는 것을 보며 실시간으로 현장감을 체험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귀한 경험이다. 배우 뿐만 아니라 무대 장치나 의상 등, 뮤지컬이라면 노래와 춤 또한 수반된다. 필자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노래와, 무대 등 시각적인 연출에 너무나도 매료되어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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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공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수업과 11명



본교랑 거리가 있는, 처음 와 보는 캠퍼스, 처음 보는 연습실, 교수들, 그리고 학생들. 같은 과 한 명만 아는 상태로 수업이 시작됐다. 더 정확히는 극을 올릴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오디션부터 보고 시작하였다. 교수님들 앞에서의 난데없는 연기와 노래 오디션이었다. 여차저차 오디션을 보고 모여 앉았을 때의 정적. 이 정적을 깨뜨리고 한 명의 주도자가 시(작)파티를 제안한다. 그렇게 우리의 진정한 만남은 시작되었다.

 

호프에서 대화를 나눠보니 공연예술을 해서인지 괄괄하고 활발한, 매력적인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같은 학교이지만 각자 너무 다른 과인 동양화,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목조, 경영, 국문, 영문, 건축이었고, 너무 이질적이었기에 흡사 괴짜들 11명의 모임처럼 느껴졌다. 누구는 무대, 누구는 다원예술, 누구는 배우, 누구는 보이스, 누구는 미정 등 모두 다르지만 각자 공연예술에 대한 나름의 뜻과 꿈을 품고 이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진로에 굳이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예전에 본 한 공연이 너무 인상 깊었어서, 체험해 보고 싶어 온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나중에 필자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붙어있고 다같이 울고 웃고 하는 팀원들이 된다. 그리고 함께 연습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공연예술'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게 된다.

 



 과정, 그리고 공연


 

연습, 작품 분석, 또 연습, 또 작품 분석, 그리고 무대 구상, 재료 주문... 이 레퍼토리를 무한대로 반복하며 23학점을 모두 챙기는 것까지...

전공 수업도 함께 들어가면서 정말 열심히 갈아넣었다. 무대를 배우러 온 것이기 때문에 배우도 하고 무대도 같이 하며, 고밀도로 스스로를 착취하였다. 모두 주전공이 각자 있었고 그만큼의 시간부족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의지하며 악착같이 하였다.


수업과 연습이 8시간 정도로 진행되고, 추가적인 학생끼리의 연습까지 총 12시간을 쓰는 일정을 매주 최소 주 4회 소화해 내며 서로에 대한 의지와 케미가 한껏 복돋아졌다. 아, 공연예술 종사자가 즐거운 이유 중 하나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교수님께서 실제 현업에서 그저 안일하게 즐기며 공연을 준비하니 다수가 흥행을 못한다는 소리를 바로 들었지만...


그렇게 즐겁게, 하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하며 4개월을 보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눈 고민들도 다양했다. 일정이 촉박했기에 그 고민들을 온전히 풀어놓을 순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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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연습하였던 공간

 

 

공연을 올릴 때에는 정말 관객들을 초대하고 실제 결과물을 발표한다는 것에서 정말 떨리고 부담스러웠다. 3일에 걸친 총 6번의 공연, 공연 직전 주와 해당 주에는 마지막 소품까지 모두 만들고 의상 또한 커버하며 리허설을 진행하였다. 말 그대로 다같이 발품 팔며 준비하였던 공연.. 한 공연을 마치면 피드백을 받아 바로 다음 공연에 반영했다. 연기와 동작들도 미세하게 계속 바뀌었다. 연극이었지만 간단한 노래와 동작이 들어 있어 이 또한 모두 맞춰야 했다. 체력적으로 바닥이 났지만 그것을 신경쓸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무사히 막공까지 마치고(6번의 공연 중에 막공에서 특히 완벽하게 호흡이 맞았다) 감동하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정말로 본능적으로 눈물이 나왔었다. 아직도 실감나는 생생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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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허설 장면

 


 

지금은?


 

공연이 끝나고 꽤 시간이 흐른 다음, 오랜만에 추억 속의 11명을 만났다. 나는 무대디자인을 넣어두고 내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결정을 이미 내렸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현 상태가 너무 궁금하였다. 우리가 공연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이렇게 모였던 만큼 아직도 그들은 공연예술을 꿈꾸고 있는지.

 

약속장소에 도착해 이야기를 하다 한 명이 아예 모두에게 진로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너희는 졸업하고 뭐 하고 싶어? 예전에 얘기했던 직업을 그대로 하고 싶어?" 모두의 답은 전원 'no'였다. 뮤지컬 배우를 꿈꾼 사람은 열정페이와 재능의 한계에, 무대디자인은 뿌리깊은 악습과 박봉에 등등... 이미 꿈을 접고 아예 다른 길을 걷는 사람도, 타협점을 찾아 문화예술계 취업이나 보이스 교수를 꿈꾸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우린 4개월의 꿈을 꾼 것인가? 

아무것도 없는 길을 무작정 좇은 것일까? 우리는 시간을 허비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모두가 대학생활에 있어 너무나도 귀한 경험을 하였고, 그 하나에 미쳐서 막대한 시간과 체력을 쏟아가며 하나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많이 것이 변화한 지금, 우리가 공연예술을 덜 좋아하게 된 것도 아니다. 아직도 서로 만나면 서로의 안부나 고민 이외에도 공연에 대한 비평, 토론, 지향점, 현실 등에 대해 토로한다. 예전의 미래의 직업과 너무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든 일치시키려 했지만, 지금은 그것에서 벗어난 상태로 공연예술을 여전히 사랑한다. 생생한 당시의 우리, 그리고 그 열정, 지금의 또 다른 열정에 공연예술에 대한 가치와 지향점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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