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몽마르트 파파 [영화]

글 입력 2020.06.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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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파파.JPG

 

 

*본 오피니언은 필자가 영화를 보고 한 이런저런 생각들로 모든 생각이 영화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다 생각이 있지

일상이 수십 년 흘러가도록 바래지 않고 수면 위에 떠올라 있는 꿈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그 꿈을 꿈으로 남기지 않고 현실로 만드는 건 대단한 일이다. 퇴직하면 무얼 하고 지내실 거냐는 아들의 말에 '다 생각이 있지'라며 말을 아끼는 아버지의 한 마디엔 많은 게 숨어 있을 거다. '이 나이 먹고 발레리나가 꿈이라는 어린애처럼 덜컥 몽마르트에 그림을 그리러 가겠다고 말하기는 좀 그런' 멋쩍음,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꿈과 환상 사이의 멋진 나, 구체적으로 어쩌겠다는 계획이 확실치 않으니 무언가 보여줄 수 있을 때 제대로 보여주고픈 마음.

 

#별 것 없지만 따뜻하고 단단해

솔직히 말해 영화가 그렇게 유려하지는 않다. 인물 소개 자막은 촌스러워 보이고 화면 전환도 ppt 같다. 몇 개의 장면은 '이제 걸어가는 뒷모습을 찍을 테니 걸어보세요' 식으로 연출한 것이 분명해 보이고 내래이션도 어색하다. 프랑스까지 가서 그리는 그림도 비범하지는 않다. 시덥지 않은 말장난과 작은 다툼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꿈을 환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곧장 관계자와 프랑스어 능통자에게 연락하는 아들, 틱틱대면서도 하루종일 아버지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어머니, 그 순간을 그림으로 붙잡는 아버지, 다시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아들. 그저 그런 척하고 봤지만 마스크 뒤에 숨겨진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와 저건 나도 하겠다! 싶지만 실은 아무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거다.

 

#늦바람

윤종신 씨는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2010년부터 최소 한 달에 하나씩 곡을 만드는 꾸준함과 다들 '너무 늦었다고' 하는 나이에 훌쩍 이방인이 되는 패기까지. 관성대로 하는 게 편할텐데 그렇게 해도 잘 살 수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궤도에서 벗어나 무언가 도전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일 거다. 영화를 보는데 이 생각이 났다.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라고? 그러니 도전하라고? 꼭 청춘 아니어도 된다. 거창하게 이름 붙일 것도 없다. 그저 나를 압도하려 울렁이며 다가오는 아찔한 일상으로부터 나를 잠시 꺼내 주면 된다.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아래는 월간 윤종신 2019년 6월호에 실린 <늦바람> 가사이다.

 

 

윤종신 늦바람.JPG

 

 

너무 오래 머문 것일까

여긴 정말 머물 곳일까

여기서 보고 느낀 그 모든 게

내게 최선이었을까


너무 늦었다고 하겠지

무책임한 늦바람이라

하지만 너무 많은 남은 날이

아찔 해오는 걸


조금 더 찾겠어

내 삶의 한 가운덴 것 같아

깨달은 게 많아 뒤로 빠지기엔


좀 더 꿈꾸겠어

생각보다 훨씬 느낄 게 많아

바람 맨 앞에서

숨지 말아야 해

겪는 게 이득이래 어차피 다가올 날

멍하니 만나긴 싫어


나 조금 더 멋있어질래

남들 얘기 속 그거 말고

뭐가 더 내 거 인지

내 마음 인지 이젠 내가 보여


조금 더 찾겠어

내 삶의 한 가운덴 것 같아

깨달은 게 많아

뒤로 빠지기엔


좀 더 꿈꾸겠어

생각보다 훨씬 해 볼 게 많아

바람 맨 앞에서

숨지 말아야 해

겪는 게 이득이래


한동안 힘들 거야

세상 속도 나보다 빠르니까

결국은 도착하겠지

지쳐 걸터 앉아

그 나무에 기대는 날


조금 더 걷겠어

상상만 했던 그 길 어떨지

겪지 않기에는

몹쓸 그 호기심들

아무 말 않겠어

내 이야긴 나 혼자 간직할게

각자의 길인 걸

다 다른 나그네인 걸

만나면 토닥여줘 우연한 그늘에서

내 길을 우기지 말고

 

 

[이경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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